모바일 앱마켓의 거대 공룡인 구글과 애플이 외부결제를 도입하며 보여주는 행태가 각 정부의 법과 조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꼼수를 먼저 보여준 곳은 구글이다. 한국에서 작년 9월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이 통과되자 2개월 뒤인 11월에 외부결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개발자는 외부결제를 도입할 수 있지만 여러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적용할 수 있고, 이용자 보호 기능이나 혜택 등이 제공되지 않는다. 그리고 수수료는 기존 대비 4% 낮춰 받기로 결정해 최소 6%에서 최대 26%까지 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애플은 네덜란드 지역에서 처음 외부결제 도입을 결정하고 세부 내역을 발표했는데, 전체 앱이 아닌 데이팅 앱에만 한정하고 상품 및 서비스를 구매할 때 발생하는 기타 문제는 개발자의 책임이라고 명시했다.
또 개발자가 외부결제를 이용할 경우 외부결제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화면을 표시하도록 강제했다. 그러면서 인앱결제 대비 3% 낮은 27%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구글과 애플의 발표 내용이 개발자로 하여금 외부결제 적용을 사실상 하지 못하도록 하는 꼼수라는 데 있다. 수수료율이 가장 큰 문제다. 외부결제를 사용하게 되면 신용카드의 경우 결제대행 사업자(PG)에게 2~3%의 수수료를 내야 하고, 상품권이나 휴대폰 결제 방식을 적용하게 되면 이것보다 더 많은 수수료가 발생한다.
그런데 인앱결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끔 수수료율을 높여놓으니 사실상 개발자 입장에서는 외부결제를 쓰면 손해가 되는 것이다. 또한 결제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고 혜택도 막고 있는 상황이다.
즉, 수수료는 받을 대로 받으면서 혜택을 제외해 소비자로 하여금 불안감을 조성토록 하고, 결국 자신들의 결제 시스템을 쓰도록 하는 꼼수이자 부당 행위다. 각 정부에서는 다른 가이드 라인이 없이 외부결제를 허용하라고만 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구글과 애플 입장에서는 어쨌든 외부결제를 허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발표한 앱스토어 운영 원칙 내용은 이익만을 쫓는 구글과 애플이 본받아야 할 것들로 채워져 있다.
MS는 지난 10일 윈도우의 MS스토어와 게임용 마켓플레이스에서 적용할 오픈 앱스토어 원칙 11가지를 발표했는데, 이중 ‘개발자 선택’ 항목을 통해 인앱결제를 강제하도록 요구하지 않으며 다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다른 앱마켓의 약관을 제시해도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가격이나 제품, 서비스 등으로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막지 않고 다른 앱마켓보다 유리한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미국, 유럽 연합, 대한민국, 네덜란드 및 기타 국가를 포함해 전 세계 정부에서 고려 중인 앱 스토어 법률을 따르며 고객에게 가능한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수수료의 경우 MS는 작년에 12%로 낮춘 바 있다.
구글과 애플, MS 모두 사실상 각각 안드로이드와 iOS, 윈도우라는 독점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한 쪽은 생태계를 손에 쥐고 권력을 휘두르고 있고, 다른 한 쪽은 상생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같은 길을 가지만 다른 행보를 보여주는 두 기업을 보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부디 구글과 애플이 MS의 행보를 보고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한다.
여기에 더해,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방지법의 시행령은 오는 3월 공포되며, 이때부터 본격적인 법의 구속력이 발휘된다. 이 시행령에서는 반드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두 회사가 더 이상 꼼수를 부리지 못하고 개발자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