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연합(EU)이 구글이나 애플 등의 업체가 외부결제를 허용할 수 있는 법안에 합의했다.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제정된 이후 빠르게 각 국가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EU 집행위원회와 유럽 의회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25일, 디지털 시장을 공정하고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디지털 시장법(DMA)에 대한 잠정적인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조만간 최종 작업을 거쳐 법안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만들어지는 DMA는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명확한 규칙을 정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수의 사용자를 위한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이 자신의 위치를 남용해 사용자와 다른 업체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게이트키퍼의 기준은 지난 3년간 EU 내 연간 매출이 75억 유로(한화 약 10조 원) 이상 혹은 시가총액 750억 유로(약 100조 원) 중 하나를 충족하면 된다. 그리고 최소 4,500만 명의 월간 사용자와 최소 1만 명의 앱 개발사가 EU에 설립되어 있으면 된다.
그리고 최소한 3개 회원국에서 하나 이상의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는 마켓플레이스 및 앱스토어, 검색 엔진, 소셜 네트워킹, 클라우드 서비스, 광고 서비스, 음성 비서 및 웹 브라우저가 포함된다. 여기에 해당하는 업체는 애플과 구글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등 대형 IT 업체들이다.
게이트키퍼의 지위를 갖춘 플랫폼 업체는 구독과 유사한 조건에서 핵심 플랫폼 서비스의 구독을 취소할 권리를 제공해야 하며 운영제체 설치 시 필수 소프트웨어를 기본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의 기본 기능에 대해 상호 운용성을 보장하고, 앱 개발자가 스마트폰의 추가 기능에 접근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또 관련 업체의 인수나 합병을 하게 되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알려야 한다.
반면,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사람보다 높게 평가하거나 서비스 이용 중 수집된 개인정보를 다른 서비스를 위해 재사용할 수 없다. 또 비즈니스 사용자에 대한 불공정한 조건 설정이나 특정 소프트웨어 응용 프로그램 사전 설치, 앱 개발자가 앱 스토어에 등록하기 위해 특정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 즉, 외부결제를 허용해야 한다.
만약 업체들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전 세계 총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위반할 경우 전 세계 매출의 최대 20%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 8년 간 DMA를 3회 이상 위반할 경우, 유럽 집행위원회는 시장 조사를 개시하고 필요한 경우 행동 또는 구조적 구제책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에 제정되는 DMA는 국내에서 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강력한 제재안을 담고 있다. 국내법은 앱스토어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지만, DMA는 앱스토어는 물론 운영체제와 메신저, SNS, 광고 등 여러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벌금의 경우 국내법은 국내 매출의 최대 2%까지지만, DMA는 5배에서 10배까지 많고, 매출 적용 범위도 글로벌로 확대해 더 강력하다. 이 법안은 유럽 의회에서 승인될 경우 법적 효력을 갖추며, 이 시기는 빠르면 오는 10월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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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