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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 클래식 MMORPG의 본질에 대한 고찰

기사승인 2024.03.27  09: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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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랩게임즈의 MMORPG '롬: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이하 롬)'가 글로벌 10개 지역에서 동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 많은 게임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동시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MMORPG 장르는 현지화에 대한 높은 이해가 요구되는 분위기다. 따라서, 국내에서 우선 서비스를 시작해 게임성을 검증받아 완성도를 끌어올려 해외에 출시하는 것이 선례로 자리잡았다.

반면, '롬'은 처음부터 글로벌 서비스로 방향을 잡았다. 정식 서비스에 앞서 진행한 글로벌 베타 테스트는 글로벌 동시 서비스를 시행하기 위한 일종의 시험 무대였다. 일본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에서 진행된 사흘 간의 테스트는 '문제 없다'는 확답을 받기에 충분했다. 꾸준히 준비했고, 해외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자신했다.

캐릭터명으로 알 수 있는 여러 국적의 유저들

정식 서비스 이후 한국과 대만에서의 성적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MMORPG 장르의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많았기에 2024년 첫 스타트를 끊을 '롬'의 향방은 업계에서도 예의주시했다. 특히, 대만은 한국과 함께 공동 미디어 쇼케이스를 동시 진행할 정도로 공을 들인 지역이다.

덕분에 대만은 국내와 함께 인기와 매출 순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출시와 함께 한국 구글플레이 매출 2위, 대만에서는 매출 3위를 기록하며 흥행의 시작을 알렸다. 그 밖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지역에서도 조금씩 인지도를 넓혀 가고 있다.

대만과 동시 진행된 '롬' 미디어 쇼케이스<사진 출처-바하무트 GNN>


■ 글로벌 원 빌드로 경쟁의 묘미를 추구

'롬'의 글로벌 서비스는 단순히 서비스 지역 확대의 의미가 아니다. 글로벌 원 빌드를 전면에 내세워 전 세계의 유저들이 다함께 한 공간에서 즐기는 재미를 강조했다. 국가별로 서버를 나누지 않고, 한 곳에 모아 놓음으로써 자연스럽게 다양한 국적의 유저들이 커뮤니티를 나누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커뮤니티를 나눔에 있어 중요한 의사소통은 큰 문제가 없다. 채팅에 실시간 번역 시스템을 지원해 무리 없는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다. 번역의 정확성은 상당이 높은 편이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 굳이 자국의 길드에 가입할 필요도 없으며, 서로 의견만 맞으면 다른 국가의 길드에 들어가 열심히 활동할 수 있다. 다국적 길드가 탄생하는 셈이다.

실시간 번역 시스템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글로벌 원 빌드의 재미는 오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발휘된다. 영지전을 필두로 대규모 PvP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함께 하는 경쟁과 협력의 재미를 추구할 예정이다. 이어 상반기 중에 공성전, 신규 보스 레이드 등이 앞다퉈 업데이트된다. 모두 혼자 보다는 파티 위주의 단체 콘텐츠다.

영지전의 보상으로 영웅, 전설 등급의 스킬북이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영지전은 대규모 전투에 전략적 전투방식을 결합했다. 성과 인접한 지역의 영지를 차지하면서 영지를 점점 넓혀 나가는 점령 방식은 흡사 땅따먹기의 고전적인 요소를 강조한 모습이다. 또한, 점령 보상으로 지역에 특화된 아이템과 자원을 제공하면서 점령을 위한 목적의식도 뚜렷하다.

공성에 대한 보상은 확실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 클래식 MMORPG의 익숙한 맛에 '롬'만의 차별화 더해

'롬'의 글로벌 서비스가 각 국가에 무리 없이 스며든 것은 그동안 개발된 국내의 클래식 MMORPG와 비슷한 결을 보여준 덕분이다. 새로운 맛보다는 익숙한 맛이며, 모험이 아닌 안전을 택했다. 캐릭터 육성의 레벨업과 퀘스트 등 장르를 구성하는 전반적인 콘텐츠는 클래식 MMORPG의 공식을 대부분 갖췄다. 그만큼 적응하기 쉬운 구조로, 대중화된 자동 사냥은 이제 기본 옵션과 같다.

여기에 '롬'의 개성인 자유경제 시스템과 PK가 더해졌다. 사용하지 않는 장비는 거래소에서 판매하고, 판매를 통해 얻은 재화로 필요한 장비와 아이템을 구매하는 경제 시스템이 기본이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 합리적인 수수료를 제공해 누구나 경제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다. 거래소 외에 개인 간 거래 시스템인 소포 시스템도 지원한다. 캐릭터를 지정하고, 아이템을 보내서 대금을 받는 거래 시스템이다. 특정 개인 간의 거래에 활용되며, 저렴한 수수료로 거래의 활성화를 끌어냈다.

팔릴 것 같지 않은 장비가 팔렸을 때의 기쁨이란

'롬'은 PK를 장려하지 않지만, 자유로운 PK를 통해 유저간에 자연스러운 경쟁을 추구한다. 대부분의 필드가 PK 가능 지역으로 구성돼 저레벨에서부터 갈등이 빚어진다. 대신, 무분별한 PK는 캐릭터 성향에 영향을 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PK와 PvP는 염연히 분리하여 취급한다. PK는 한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를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경우이며, PvP는 둘 이상의 캐릭터가 쌍방으로 공격해 상대를 처치하는 대전으로 구분했다. 따라서, PvP는 전투 결과에 상관없이 성향치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PK에서 상대방을 제거한 캐릭터는 성향치가 감소한다.

개인 간의 싸움이 길드 간의 다툼으로 번질 수도 있다

캐릭터는 성향치에 따라 준법, 질서, 일반, 타락, 무법으로 분류된다. PK를 일삼으면 성향치가 계속 감소해 타락 및 무법 성향으로 추락한다. 타락이나 무법 성향에서는 사망이나 아이템 드랍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페널티를 적용해 무분별한 PK를 경고한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PK는 현상수배 및 감옥 시스템으로 대응했다. PK를 싫어하는 유저들은 업데이트될 가드 시스템을 통해 길드로부터 보호받을 수도 있다.

길드의 가드 시스템은 연구소에서 가드 길드를 마쳐야 가능하다

 

■ 지켜보고 있다, 작업장 원천 봉쇄

MMORPG 장르에 의례적으로 따라붙는 작업장에 대한 불안 요소는 레드렙게임즈에서 최우선 과제로 선별해 대응한다. 작업장이 야기하는 문제는 생각보다 많다. 일반 유저들의 원활한 접속을 억제하거나 사냥터 독점은 일반적이다. 나아가 자유 경제 시스템을 추구하는 '롬'에 있어 게임 경제를 왜곡하거나 경제적인 균형을 붕괴할 수 있어 개발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다.

이를 위해 '롬'은 작업장 방지와 매크로 방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규모 작업장에 대한 접근을 제어하고, 이미 유입된 작업장 및 매크로 사용자에 대해서는 플레이 제어 장치를 적용했다. 특히, 레드랩게임즈가 카카오게임즈와 공동 운영하고자 한 것도 서비스상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더 빠르게 대처하고,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기 위함이다. 이른바 작업장 척결 작전에 대한 효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작업장과 불법 프로그램 사용 계정을 꾸준히 적발해 약 23만 개 이상의 계정에 제재를 내렸다.

 

■ 착한 과금으로 승부

'롬'은 클래식 MMORPG의 기본을 표방하는 한편 과금 부분에서는 독자적인 노선을 취했다. 당초 복잡한 구조의 스텝업 상품을 배제하고, 유저 아이템 가치를 하락하는 패키지 상품도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가차도 최소화하고 게임 재화로도 충분히 핵심 소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서비스 이후 언급한 과금 정책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착한 과금'이 부각됐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과금에 유저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캐릭터 육성의 핵심인 코스튬도 직접 제작을 통해 수급할 수 있으며, 그외에 가디언 석판이나 무기/방어구 강화 주문서, 일반 장비 상자 등도 제작이 가능하다. 과금을 부추기지 않고, 무소과금 유저도 충분히 시간을 들인 만큼 나머지 재화로 필요한 아이템이나 장비의 제작이 가능하다. 유저와 게임이 함께 공생하는 장기적인 서비스의 게임 환경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단출하게 구성된 패키지 상품

 

■ 장기흥행 분수령 될 대규모 PvP
게임 장르를 불문하고 유저들의 콘텐츠 소비력은 빠르다. RPG는 만렙 후에도 다양한 엔드 콘텐츠를 통해 유저들을 장시간 붙들어놓는다. 정식 서비스 한 달째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롬'도 같은 문제에 직면했지만, 서두르지 않고 내실 다지기에 우선 집중했다.

물론, 신규 콘텐츠로 꾸준히 즐길 거리를 제공할 수 있지만, 집안 단속이 먼저라는 판단이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수렴해 콘텐츠 개선 및 버그 해결을 선결 과제로 삼았다. 신규 오픈으로 인한 유저들의 유입이 지속됐을 때는 당연한 서버 증설도 신중히 처리했다. 현재 20개 서버로 운영 중인데, 서버 최대 인원을 상황에 따라 늘리는 방향으로 신규 유저의 유입에 대응했다.

항상 혼잡한 상태인 20개의 서버, 간혹 대기열도 발생한다

3월 말부터 이제 기다리던 신규 콘텐츠가 쏟아진다. 글로벌 원 빌드의 이점을 살린 대규모 PvP 콘텐츠 영지전은 4월, 공성전과 보스 레이드는 상반기 중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 다 함께 즐기는 대규모 콘텐츠는 장기 흥행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 이상 MMORPG 장르에 새로움은 없다고 느낄 때 '롬'은 장르적 재미가 주는 본질로 돌아갔다. 굳이 새로운 것이 없어도, 기본기에 충실하면 자연히 '재미'는 따라올 수 있다는 믿음이다.

레드랩게임즈는 2021년에 창업한 신생 업체지만, '롬'의 개발을 맡은 개발진은 업계에서 2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들이다. 덕분에 '롬'은 신생 업체의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산전수전을 겪어온 베테랑의 노련미와 함께 MMORPG 장르에 대한 고찰이 가득하다.

 

 

장용권 기자 mir@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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