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반 가정집에서 쓰는 컴퓨터의 경우 소비자들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PC 업그레이드가 아닌 본체를 새로 구매한다는 명목 하에 선택지는 이미 완성된 완제품 PC와 각 부품을 직접 선정해 구매하는 조립 PC로 구분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격대비 가성비를 고려해 조립 PC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지만, 2020년부터 불거진 그래픽카드 채굴 대란으로 인해 무조건 조립 PC를 선호하는 경향이 완제품 PC 선호도와 균형을 맞춰 가고 있다.
그래픽 카드 채굴 대란이란 많은 그래픽카드들이 암호화폐 획득 목적의 채굴기로 사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그래픽카드 물량이 부족해진 현상을 말한다. 그로 인해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조립 PC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그래픽카드 가격이 본체 한 대를 맞추는 값에 육박하게 됐다. 조립 PC가 완제품 PC와 비교해 갖는 장점인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 셈이다. 현재는 그래픽카드 가격이 암호화폐 채굴 이전으로 어느 정도 회복한 모양새지만, 안정화 시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완제품 PC는 브랜드 PC 라고도 부른다. 과거에는 타겟을 개인과 같은 가정용이 아닌 기업에 맞추고 대량 구매의 목적 하에 제품을 만들어 왔다. 비용 절감을 위해 디자인이나 성능에서 어딘가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있었으며, 대신 폭넓은 A/S로 성능보다는 편의성을 택했다. 효자폰을 구매함에 있어 A/S가 손쉬운 삼성 제품을 선호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부품 제조사들이 완제품 PC에 뛰어들면서 이제 편의성을 넘어 성능까지 넘볼 기세다. 본체 내 부품을 자사 제품으로 채워 넣으면서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아 안정적인 부품 수급으로 조립 PC의 장점인 가격경쟁력도 어느 정도 갖추게 됐다. 덕분에 품질과 성능을 우선시하면서 부품 하나하나가 조립 PC와 견주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조립 PC의 장점은 명확하다. 각각의 부품을 최저가로 구매할 경우 완제품 PC와 비교해 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본체를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각 부품을 최저가로 구매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저렴하지 않다. 각 부품이 비슷한 시기에 가격이 하락하지 않기에 세계적인 경제 흐름의 영향을 받고, 한 업체에서 모든 부품을 구매하지 않는 경우에는 자신 혹은 지인이 조립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조립 스킬이 없거나 있어도 조립이 귀찮다면 조립 대행업체에서 한 번에 부품을 구매해 조립까지 맡기는 것이 현재의 일반적인 조립 PC 구매 방식이다. 이럴 경우 앞서 언급한 최저가의 장점은 크게 적용 받지 못한다.
완제품 PC와 비교해 사후 지원이 떨어지는 문제도 존재한다. 과거와 비교해 A/S 기간이 보다 늘어나고, 체계화되었지만 부품 고장에 따른 실제 일처리는 완제품 PC를 판매하는 업체와 비교하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고장이 났다는 가정 하에 제품을 보내고, 다시 받기까지의 절차와 같은 수리 기간은 구조적 시스템상 완제품 PC 업체에 비해 아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완제품 PC와 조립 PC의 선택은 사용 용도에 따라 분류된다. 기업에서 비즈니스용의 사무용 PC를 대량 구매한다면 완제품 PC가 탁월한 선택이다. 모두 같은 제품을 사용해 고장 시 대처가 유연하고, A/S를 맡기기에도 편하다. 반대로 게이밍 PC를 맞춘다면 조립 PC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 각 부품을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구성할 수 있어 제한적인 자금 내에서 가성비 있게 꾸밀 수 있다. 완제품 PC와 비슷한 성능의 부품으로 구성한다는 전제 하에 가격적인 메리트가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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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권 칼럼니스트 mir314@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