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 속이는 카드 게임을 소재로 한 독특한 인디게임이 출시됐다. 지난 6월 2일 디볼버디지털이 선보인 ‘카드 샤크(Card Shark)’다. 게임의 제목인 카드 샤크는 속임수를 쓰는 사람을 뜻한다. 한마디로 사기꾼이 되어 보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의 흐름은 다양한 카드 기술을 배우고, 실전에서 활용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여기까지만 보면 타짜의 기술을 배우는 시뮬레이터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직접 플레이해본 ‘카드 샤크’는 어드벤처 게임의 특징이 더욱 강했다. 카드 게임과 속임수는 어디까지나 게임적 재미를 더해주는 장치일 뿐, 오히려 18세기 프랑스의 비밀을 파헤치는 모험물에 가까웠다.
■ 벙어리 소년의 타짜 입문기
게임의 전반부는 성장물의 형태로 진행된다. 주점에서 종업원 노릇을 하던 벙어리 소년(주인공)이 생 제르맹 백작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생 제르맹 백작은 주인공에게 다양한 카드 게임의 속임수를 알려주고, 자신을 돕도록 부추긴다.
주인공은 돈을 벌기 위해 생 제르맹 백작을 따라다니다 거대한 사건에 직면하게 된다. 많은 시련을 거친 주인공은 제3의 인물에서 든든한 조력자로서 18세기 프랑스의 비밀에 다가선다.
생 제르맹 백작은 다양한 인물과 카드 게임을 벌이며 ‘열두 병의 우유’ 사건에 대한 정보를 모은다. 이는 18세기 프랑스의 왕 루이 15세에 얽힌 비화와 연결된다. 실존 인물이 등장하지만, 역사물의 성격은 약하다. 허구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다룬 대체 역사물 혹은 창작물에 가깝다.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대부분 카드 게임으로 해결된다. 무법자와 해적, 군인까지 만나는 인물마다 중요한 정보를 걸고 카드 게임을 벌인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게임 적 이해 혹은, 근세 시대의 낭만을 떠올리며 넘어가야 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후반부에는 총이나 칼을 쓰는 결투가 진행돼 설득력이 생긴다.
■ 기억력과 반복 숙달이 필요한 속임수 배우기
‘카드 샤크’는 트럼프 카드를 사용한 게임에 이겨야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렇다고 해서 복잡한 카드 게임의 규칙을 알 필요는 없다. 왜 승리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생 제르망 백작이 지시한 대로 기술을 성공시키면, 바로 승리하는 식이다. 카드 게임은 어디까지나 이야기 전개와 재미를 더하기 위한 장치 정도로 쓰일 뿐이라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속임수도 아주 대략적이고 대중적인 것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친다. 마술에서 사용되는 카드 섞기(셔플) 기술, 남의 카드를 훔쳐보는 방법, 관객이 고른 카드 알아내기 등이다. 기본적인 순서만 기억하면 되는 일종의 미니게임이라 할 수 있다. 버튼 액션을 제외하면 시간도 넉넉하게 주어진다. 만일, 상대방의 의심 게이지가 솟구쳤다면, 적은 판돈을 한번 잃어주면 된다.
기억력이 좋다면, 대부분의 게임을 실패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변칙적인 버튼 액션(퀵 타임 이벤트)만 조심하면 진행 자체는 빠르게 진행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피지컬과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요구된다. 플레이에 자신이 없다면, 쉬움 난이도를 선택해서 이야기만 즐겨도 된다. 카드 게임과 속임수는 어디까지나 게임적 재미를 늘리는 장치일 뿐이란 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반복 연출
‘카드 샤크’의 특징 중 하나는 독특한 아트 스타일이다. 18세기 프랑스의 로코코 양식을 독특한 색채로 그려냈다. 게임의 주제와 긴장감을 높이는 연출도 수준급이다. 게임이 낯선 초반에는 아름다운 배경과 음악을 감상하며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신선한 매력은 급감한다. 같은 대사와 연출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진행상 여러 번 만나야 하는 인물, 혹은 재도전할 때마다 같은 장면이 나온다. 대사의 패턴을 늘리거나, 기본 연출을 스킵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면 게임의 템포가 한결 좋아질 것 같다.
후반부에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재미가 초반만 못하다. 몇 가지 핵심 기술을 조합해서 사용하는 데다, 학습 시간도 늘어난다. 힘들게 연습한 기술이 단발성으로 사용될 때는 허탈해지기 일쑤다. 새로운 인물을 만날 때마다 기술을 배우다 보니 끝나지 않는 튜토리얼을 플레이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무리 카드 게임의 비중이 작다고는 하지만, 긴장감을 유지하는 질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PC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게임 패드를 사용하길 적극 추천한다. 마우스로는 카드를 고르거나 넘길 때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도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점으로 꼽고 싶다.
■ 스토리만 봐도 충분한 카드 게임
‘카드 샤크’는 이야기와 카드 게임을 소재로 삼은 독특한 게임임이 분명하다. 먼저, 실화를 각색한 이야기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완성도가 높다. 반면, 카드 게임과 속임수 기술 배우기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것 같다.
개인적으로 초반부의 속임수를 연습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즐겼으나, 조합된 기술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몰입하기 어려웠다. 부족한 설명과 가끔씩 어긋나는 조작 등이 겹쳐서 발생하는 게 문제로 보인다. 미니 게임에 실패하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으니, 짜증이 나는 순간도 있었다. 필자는 이 게임을 보통 난이도로 한번 즐긴 이후에, 초보자 모드로 이야기를 온전히 즐기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