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판을 뒤흔든 IP 열전: 리니지2

모바일게임 시대가 열린 후 ‘신대륙’을 발견한 게임업체들의 경쟁은 더더욱 치열해졌습니다. 게임사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본적인 게임성과 수려한 그래픽, 거기에 유명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 재산)를 더해서 선보입니다. 그렇게해서 PC 게임, 콘솔 게임 업계에서 유명했던 게임 IP는 물론이고 유명 영화와 유명 만화 IP도 모바일 플랫폼에 합류했습니다. 

업체마다 모바일 플랫폼을 다루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모바일이라는 ‘신대륙’에서 큰 성과를 거두려는 게임도 있고,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을 자사 게임 IP에 더 많은 유저를 진입시키기 위한 관문으로 활용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유명 IP에 증강현실(AR) 같은 신기술을 접목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경우도 있었죠. 영화를 소재로 개발된 모바일게임은 신작 영화 개봉 시기에 맞춰서 영화와 함께 ‘짧고 굵은’ 홍보를 하기도 합니다. 

업체들의 다양한 전략이 공존하는 모바일 플랫폼. 이 판을 뒤흔들었던 유명 IP들을 하나씩 조명해보는 연재 기사를 마련했습니다. 두 번째 소재는 2016년 연말, 모바일게임 업계를 강타했던 ‘리니지2 레볼루션’의 원작인 ‘리니지2’입니다.

 

◆ ‘리니지’의 정통 후속작 ‘리니지2’

2003년 출시된 ‘리니지2’는 ‘리니지’의 정통후속작입니다. 장르는 전작과 동일한 MMORPG이고, 그래픽은 3D로 진화했습니다. ‘리니지’가 2D 그래픽 MMORPG의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했듯, ‘리니지2’는 당시 3D 그래픽 MMORPG의 선두주자 중 하나였습니다. 

‘리니지2’는 당시 기준으로 고성능 게임개발 엔진이었던 ‘언리얼 엔진2’로 개발됐습니다. 덕분에 그래픽 수준은 동 시기의 MMORPG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전작의 최종 콘텐츠에 해당하는 ‘혈맹’과 ‘공성전’도 구현됐습니다. ‘리니지2’ OBT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고 정식 서비스가 임박해지자, 업계의 눈길은 ‘리니지2’에 집중됐습니다. 

그리고 2003년 가을, OBT를 종료하고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 ‘리니지2’는 순항했습니다. 정식 서비스 직전에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로부터 18세 이용가 판정을받으며 게임 심의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만,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습니다. 정식 서비스 후 동시접속자 수 10만 명을 돌파한 ‘리니지2’는 연말에 대한민국게임대상도 수상했습니다. 출시 직후 흥행에 게임대상 수상까지, 여러모로 전작과 비슷한 행보였습니다. 

이후 대만, 일본, 태국, 미국, 중국 등에 진출한 ‘리니지2’는 오랜 기간 동안 엔씨소프트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합니다. 다만, 전작인 ‘리니지’가 워낙오랜 기간 동안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덕에 ‘리니지2’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은 측면은 있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업계에서, 2003년에 출시된 게임이, 2017년에도 연 매출 658억 원을 기록하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죠. 

 

◆ 엔씨소프트-넷마블, 모바일게임 사업 협력

'리니지2'는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모바일에 진출합니다. 모바일 진출에 대해서는 잠시 짚고 넘어갈 점이 있습니다. 바로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사업 협력입니다. 

2015년 2월 설연휴 직전, 엔씨소프트와 넷마블(당시 넷마블게임즈)은 긴급하게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당시, 넥슨과 경영권 분쟁 중이었던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과의 지분교환, 넷마블과의 모바일게임 사업 협력을 발표합니다. 

당시 언론은 양사의 모바일게임 사업 협력보다는 양사의 지분교환으로 인한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방어라는 효과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했습니다. 물론, 당시 상황은 그럴만했죠. 그런데 당시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한 양사의 모바일게임 제휴 내용 중에는 엔씨소프트의 IP를 넷마블이 제공받는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바로 이 내용 덕분에 넷마블이 나중에 ‘리니지2’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을 개발할 수 있었죠.

 

◆ ‘리니지2 레볼루션’의 대성공, 넷마블 국내 게임업계 연매출 1위 등극

넷마블이 선택한 첫 번째 엔씨소프트 IP는 ‘리니지2’ 였습니다. 넷마블은 2016년 8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리니지2 레볼루션’을 공개했습니다. 언리얼 엔진4로 개발된 화려한 그래픽과 최대 1,600명이 실시간으로 참가하는 공성전을 내세웠습니다. 거기에 ‘리니지2’라는 IP까지 장착됐죠. 다만, ‘리니지2 레볼루션’은 PC 온라인게임 ‘리니지2’와 동일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아니고 ‘리니지2’의 세계가 만들어지기 약 100년 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게임 업계의 시선은 ‘리니지2 레볼루션’에 쏠렸습니다. 2015년, ‘뮤오리진’이 한국에서 모바일 MMORPG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준것도 있었고,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모바일게임 사업 협력의 첫 결과물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넷마블은 모바일게임 업계의 선두 주자 중 하나입니다. 여러모로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2016년 12월 14일에 출시된 ‘리니지2 레볼루션’은 말 그대로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의 ‘폭풍’이 됐습니다. 출시 직후 양대 마켓 매출 순위 1위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14일 만에 누적 매출 1천 억 원 돌파,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매출 2,060억 원 돌파, 월간 유저 수 500만 명, 일간 유저 수 215만 명 등의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이 성과 덕분에 당시 상장을 앞두고 있던 넷마블의 평가도 상승했습니다. 2017년 연말에는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합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을 통해 넷마블은 해외에 더욱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슈퍼데이터 조사에따르면, ‘리니지2 레볼루션’은 2017년 2월에 국내 매출만으로 전 세계 모바일게임 매출 1위에 올랐습니다. 2017년 6월에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등 아시아 6개국에서도 최고 매출 1위를 차지했고, 8월에는 일본 앱스토어에서도 최고 매출 1위에 올랐습니다. 11월에는 북미, 유럽, 중동 등 54개국에 진출했습니다.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이 국내외에서 거둔 성과 덕분에 2017년 연 매출 2조 4,248억 원을 돌파하며 연 매출 2조 원 시대를 열었고, 기존 1위 넥슨을 제치고 국내 게임 업계 연 매출 1위에 등극합니다. 

 

◆ 엔씨소프트, ‘리니지2M’ 개발…'원작 이상의 리메이크'

자사 IP가 이렇게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리니지2’ IP를 보유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를 소재로 한 모바일게임 ‘리니지2M’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 이성구 퍼블리싱2센터장은 엔씨소프트 신작 라인업을 공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원작을 모바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원작 이상의 ‘리메이크’를 목표로 개발했다”며 “최상의 그래픽을 선보이겠다”고 전했습니다. 출시 시기는 미정이지만 2018년 테스트 실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 유명 IP와 훌륭한 파트너의 만남

‘리니지2 레볼루션’은 유명한 IP가 뛰어난 파트너를 만나면 얼마나 큰 시너지 효과가 나는지를 잘 보여줬습니다.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만한 유명 IP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모바일게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인 단계였던 엔씨소프트. ‘리니지2’ 같은 대형 PC 온라인게임 IP는 없지만, 모바일게임 산업에서 가장 잘 적응한 업체인 넷마블의 만남이었죠. 이 만남은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뒀고, 모바일게임 시장에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덕분에 넷마블은 상장 과정에서 동력을 얻었고, 2017년 국내 게임업계 연 매출 1위에도 올랐습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은 유명 IP를 가지고 있는 것 못지 않게,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했을 때 그 유명 IP를 새로운 플랫폼에 맞게 잘 활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