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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출시됐던 ‘슈퍼로봇대전V’는 한국 뿐만 아니라 시리즈에 있어서도 상당히 의미 있는 타이틀이었다. ‘슈퍼로봇대전’ 출시 25주년 기념, 2014년 PS3로 출시된 ‘제3차 슈퍼로봇대전’ 이후 3년만에 차세대기로 출시된 정규 시리즈, 최초의 완벽 한글화, 출시 직후 발생한 야마토 전함 관련 우익 논란 등등 여러 가지 면에서 참 요란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18년, ‘V’의 강렬했던 기억도 희미해지는 시기에 ‘X’라는 코드네임으로 ‘슈퍼로봇대전’이 돌아왔다. 그것도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완벽 한글화로 우리 앞에 등장했다.
■ 슈퍼로봇대전? NONO! 판타지로봇대전!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는 제목에서부터 SF에 특화되어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X’의 경우는 다소 다르다. 먼저 ‘슈퍼로봇대전’의 색이라고 볼 수 있는 파란색이나 강렬한 빨간색이 아닌 녹색계열이 주가 되는 톤앤매너(전반적인 디자인 색감)를 따르고 있다.
여기에 주인공 캐릭터의 복장에서부터 SF 세계관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으며, 실제로 시나리오나 세계관도 판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참전한 기체들도 정규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판타지 성향이 높다. 그래서 기존의 단골손님인 마징가나 V건담 등의 등장 비중이 낮은 편이다. 그 예로 마신영웅전 와타루, 성전사 단바인,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반역의 를루슈 등이 참전하고 마법, 마나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처럼 ‘X’라는 부제는 판타지 세계관과 공상과학 세계관이 교차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래서인지 건담, 마징가 등 익숙한 로봇들이 등장하기 전인 초반 시나리오에서는 다소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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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지의 분위기도 하다 보면 익숙해 진다. |
■ 같은 시스템, 하지만 다른 플레이의 느낌
결론부터 말하자면 ’V’와 비교해서 ‘X’가 게임 시스템 적으로 극적인 변화를 줬거나 추가된 부분은 없다. 이보다는 ‘V’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여기에 새로운 시나리오를 얹어서 선보였다고 보면 된다.
다행히 직접 플레이를 해보면 같은 시스템을 가진 두 작품의 차이가 드러난다. ‘X’는 슈퍼로봇대전 본연의 재미인 턴제 전투의 긴장감을 살려냈다는 점에는 합격점을 줄만하다.
‘V’가 신규 유저의 유입에 초점을 맞춰서인지 난이도가 상당히 낮은 편이었고, 전략적인 플레이 없이도 클리어가 가능했다면, ‘X’는 기체 강화, 스킬 습득, 전투 전략 등 플레이 전반에 걸쳐 체감 난이도가 적절히 상향되어 시나리오를 거듭할수록 유저의 고민이 깊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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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좀 전략 게임의 느낌이 난다 |
그러나 난이도 조절에는 성공한 듯 보여도 플래티넘 획득을 위해 2회만이 아닌 3회~4회의 다회차 플레이를 강요한다. 클리어 혹은 적 기체 파괴 시 얻는 획득 포인트가 전반적으로 낮아진데다가 소모 비용까지 전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2회차까지 클리어 하더라도, 플래티넘 획득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게임이 다회차 플레이를 유도하기는 하지만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해야만 하는 ‘슈퍼로봇대전’의 특성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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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몇 번을 클리어 해야만 하는 것인가? |
■ 몰라도 되는 참전 기체와 캐릭터들의 이야기
‘슈퍼로봇대전’ 시나리오의 일반적인 구성은 먼저 특정 애니메이션의 이야기에 오리지널 캐릭터가 난입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여기에 다른 애니메이션들의 주요 스토리가 뒤섞이는 방식이다.
‘X’의 경우 시나리오가 시작하는 방식은 기존 룰을 따르고 있지만, 다른 기체 및 캐릭터와의 랑데뷰는 중간 난입이 아닌 해당 애니메이션이 종료된 이후나 전환점 이후를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신비의 바다 나디아’의 캐릭터들은 잠수함인 노틸러스호의 폭파와 함께 이계의 문이 열리며 주인공들이 ‘X’의 시나리오에 난입해 뉴노틸러스호와 만나는 방식으로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메인 시나리오가 이전 작품들에 비해 좀더 탄탄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1개 혹은 2개 챕터를 할애해서 참전 기체/캐릭터의 애니메이션 스토리 일부를 경험해 볼 수 있었던 전작들과 비교해보면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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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의 참전에 이유는 없다. 그저 끌려왔기 때문... |
■ 정규작품 리사이클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게임
‘슈퍼로봇대전X’는 25년만에 완벽 한글화로 선보여 열정적으로 ‘V’를 플레이 했던 유저에게 ‘이것도 해봐라!’라고 강요하기엔 매력적인 부분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V’의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줬다는 부분과 단골 손님처럼 등장하던 기체/캐릭터에서 벗어나, 좀더 폭넓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 참전했다는 점에서는 합격점을 줄만하다.
무엇보다 ‘슈퍼로봇대전’은 복잡한 라이선스 문제를 정면 돌파해 공식 한글화되어 출시된 2번째 시리즈라는 사실은 다른 게임의 한글화와는 질적-양적으로 차원이 다른 개념으로 인정받고 있다. 향후 지속적인 ‘슈퍼로봇대전’의 한글화 출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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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로 하는 슈퍼로봇대전은 언제나 신기하다! |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