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를 더 이상 인텔의 따라쟁이로 생각하는 이들은 없다. AMD 모바일 CPU 전략은 최근 몇 년 동안 큰 변화를 겪으고, CES 2025를 통해 그 방향을 명확히 하고 있다. AMD 모바일 전략은 고성능 모바일 CPU와 AI 기술 융합이라는 두 가지 화두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 데스크탑, 서버용 CPU의 기술을 접목한 Ryzen 9 X3D, AI Max 시리즈 같은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통해 모바일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고 한다. 과연 모바일, 특히 게이밍 모바일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는 AMD는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 고성능 모바일 CPU 시장 공략. Ryzen 9 X3D
AMD는 모바일 시장에서 고성능 게이밍 및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위한 프로세서에 집중하고 있다. 보통 CPU는 모바일, 노트북, 데스크탑 그리고 서버용 등으로 나뉘는데, 전통적으로 AMD는 서버용과 데스크탑에서 장점을 가져왔다. 이런 장점을 가지고, Ryzen 9 X3D시리즈는 데스크탑에서 성공을 거둔 3D V-Cache 기술을 모바일 프로세서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추가적인 캐시 메모리를 통해 게이밍 및 멀티스레드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으며, 모바일 환경에서도 데스크탑 수준의 성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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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Ryzen 9 시리즈 (출처 : AMD) |
3D V-Cache 기술은 추가돤 L3 캐시를 통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하고, 게이밍 및 멀티태스킹 성능을 향상시키고,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을 주된 시장으로 타게팅하고 있다. 이를 통해 AMD는 인텔의 고성능 모바일 CPU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으며, 특히 게이밍 노트북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또 다른 축은 AI 기술 통합이다. AMD에서는 AI Max 시리즈라고 부르고 있다. 요즈음 트렌드에 맞춰 AMD는 모바일 CPU 시장에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통합하고 있다. AI 가속 기능을 내장한 모바일 프로세서로, AI 기반 작업, 그러니까 머신 러닝, 실시간 데이터 처리, 콘텐츠 생성 등을 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고성능 제품이고, 역시 고성능을 요구하는 게이밍 노트북에도 그대로 접목될 수 있다. 더불어 그동안 모바일 시장에서 AMD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에너지 효율성을 증가시켜 AI 작업 시 전력 소비를 최적화 해 배터리 수명을 늘려준다고 AMD는 설명하고 있다.
■ 동전의 양면, 생산은 TSMC에 의존
AMD는 인텔과 달리 자체적인 생산 시설을 갖추지 않고, TSMC에 의존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AMD가 최신 공정 기술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산량과 공급 안정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특히, 모바일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수요가 급증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TSMC의 생산 능력에 따라 AMD의 시장 점유율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TSMC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반도체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AMD와의 협력 관계도 매우 긴밀하다. 이를 통해 AMD는 인텔에 비해 더 빠르게 최신 공정 기술을 적용할 수 있고, 이는 모바일 CPU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동시에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AMD 데스크탑, 서버용 CPU를 만들기도 빠듯한 TSMC가 다른 고객들의 생산을 줄이고 AMD 모바일 CPU 생산을 늘릴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MD 모바일 CPU 생산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AMD 데스크탑 CPU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
■ 과연 AMD 게이밍 노트북은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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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기반 ASUS 게이밍 노트북 (출처 : AMD) |
AMD는 게이밍 노트북 시장에서도 점차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Ryzen 9 X3D와 같은 고성능 프로세서는 게이밍 노트북 제조사들에게도 상당히 매력적인 옵션이다. 성능도 괜찮은데 무엇보다 인텔 대비 이른바 가성비가 좋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그러다보니 ASUS, 레노버, MSI, Dell, Gigabyte 등 주요 노트북 제조사들도 AMD 플랫폼 노트북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문제는 AMD의 모바일 CPU는 많은 가능성과 예전과는 비교하기 힘든 발전과 성장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AMD는 브랜드 인지도가 인텔에 비해 모바일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크게 낮다. 이제 거의 대등하거나 오히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데스크탑과는 다른 점이다.
여기에 에코시스템 확장에도 약점이 있다. 자체 CPU를 만들고 생산량이 많은 인텔과 애플에 비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Dell이나 HP, 일부 중국산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인텔에 비해 강력한 우군도 부족하다.
AMD의 모바일 CPU 전략은 도전과 기회가 공존한다. TSMC의 최신 공정 기술을 활용해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만, 여전히 인텔과의 경쟁에서 전통적인 약점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특히, 모바일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와 제조사들의 지원 여부는 AMD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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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기반 고성능 노트북 (출처 : AMD) |
소비자가 직접 CPU를 고를 수 있는 데스크탑과 달리, 모바일은 반드시 노트북 제조사의 1차 선택이 필요하다. 단적으로 국내에서 삼성은 극히 일부만 AMD 플랫폼을 모바일에 도입하고 있으며, LG는 높은 시장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AMD 플랫폼 노트북이 사실상 없다. 게이밍 역시 마찬가지다. AMD의 노력과 달리, 모바일에서 AMD의 갈 길이 아직도 많이 남은 이유이기도 하다.
게이밍 노트북 시장에서는 AMD가 점차 입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가격 경쟁력과 성능 면에서 인텔을 추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만, 여전히 인텔은 모바일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제조사들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AMD가 단기간에 큰 점유율을 차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괜찮은 AMD 기반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지속적인 기술 혁신만큼, 제조사들의 지원을 확보하는 것이 AMD의 모바일 전략에는 필수다.
특히, 고성능 제품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AMD의 기술력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게이밍 노트북 시장에서의 성과는 AMD의 모바일 전략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김영로컬럼니스트 bear06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