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를 가도 ‘아파트 아파트’, 한 노래의 후렴구가 귓가를 맴돈다. 그룹 블랙핑크 로제가,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 협업한 신곡 'APT'가 그야말로 신드롬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곡은 공개 1주일 만에 엄청난 인기를 모으며, 지난 25일(현지시간)에는 미국 빌보드 차트와 더불어 세계의 양대 팝 차트로 손꼽히는 영국 오피셜 싱글 톱100 최신차트에서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해당 차트 사상 K팝 여성 가수가 세운 최고 기록에 해당된다. 뿐만인가. 틱톡 등의 소셜 채널에서도 앞다퉈 ‘아파트’ 신곡에 대한 리액션과 챌린지가 끊이지 않고, 주변인들의 소셜 플랫폼에는 브루노 마스가 뮤직비디오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하는 모습이 캡쳐로 공유되고 또 공유된다. 은근히 느껴지는 ‘국뽕’에 어깨가 오르는 요즘이다.
또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비롯해, 넷플릭스에서 글로벌 팬들의 눈길을 사로 잡고 있는 요리대전 프로그램 ‘흑백 요리사’까지… K컬쳐의 힘이 세계 곳곳에서 받아 들여지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제 K컬쳐,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대중의 관심은 단발성이 아니다. K컬쳐와 K콘텐츠가 세계 팬들 속에서 창의적이고, 다이내믹한 문화, 힙한 대세 문화로 손꼽히고 있다.
어린 날 어느 순간, 헐리우드 배우들이란 존재가 한둘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저 많은 외국인들의 이름을 어른들은 어떻게 그렇게 줄줄이 잘 외우고 있는 것일까 의아해 한 적이 있다. 그만큼 누구나 알법한 작품에 출연했고, 그리하여 그들 또한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경우였기에 그러했지만, 어린 머리로 이해하기엔 한국 배우도 아니고, 이름도 어려운 저 외국인 배우들을 모두가 왜 그렇게 잘 알고 있고, 관심을 갖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또 좀 더 나이를 먹은 뒤에는 마이클잭슨을 비롯해 세계적인 가수, 밴드들의 내한 공연 티켓을 구하려 빠르고 정확한 클릭을 연습하고, 시도하던 수 많은 날들도 있었다. 그토록 애절한 티켓 구매에 실패하고 돌아설 때면 저런 세계적인 가수 또는 밴드와 한 나라에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보다 가깝게 일상같이 저들의 공연을 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얼마나 복 받은 삶일까 부러워하며 그렇지 않은 내 현실을 한탄하기도 했다.
돌아보니 그것이 바로 우리가 실생활서 마주할 수 있는 <문화의 힘>이었다. 백범 김구 선생께서 그토록 염원하신 것과 같이 “높은 문화의 힘”은 나라를 넘어 더 많은 이들을 끌어당기고 매료시킨다. 그리고 그 문화의 힘이 산업적 성장과, 정서적 동경까지 만들어 낸다. 일상으로 파고 들어 한 시절의 기억과 취향까지도 만들어 낸다.
그런 면에서 문득 세계 시장서 뜨거운 관심과 사랑 받은 한국 게임은 무엇이 있었나 생각하면 조금 아쉽다. 탁 하고 바로 떠오르는 명확한 하나의 답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서 수 년에 걸쳐 큰 인기를 모아 온 '크로스파이어'를 비롯해, 일본 게이머들의 취향을 저격했던 '메이플 스토리', 역대 판매실적을 기록했던 '배틀그라운드' 등 해외 시장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한국 게임들은 적지 않다. 분명 한국은 온라인/ 모바일 게임의 강국이고, 많은 게임사들이 수 십년 간 꾸준히 다양한 게임을 기획하고 선보여 왔다. 세계적으로도 한국 게임의 시장 점유율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번째로 높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 기준) 하지만 세계시장을 제패했다, 또는 글로벌 팬들을 열광케했다 할 만한 신드롬을 만들어 낸 K게임의 자리는 아직도 채워지지 않고 있는 듯 하다.
그 어느 때보다 게임사들의 글로벌 도전이 필요할 때다. ‘힙하고 멋드러진 K콘텐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라는 순풍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가. 그간의 게임 개발 노하우와 콘텐츠 강점을 가진 한국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 그리고 콘솔 게임 타이틀까지 새로운 도전이 좀 더 과감히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이미지 출처 = 더블랙레이블] |
구기향 칼럼니스트 kooar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