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Gamer, 편집부
지난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일본 치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개최된 '도쿄게임쇼 2024'에서 중국의 S-Game은 신작 액션 게임 '팬덤 블레이드 제로'의 체험판을 전시했다.
게임의 분위기는 소울라이크에 가깝고, 방향성은 '세키로: 섀도 다이 트와이스(이하 세키로)'와 흡사하다. 하지만, 플레이 방식은 '검은 신화: 오공'과 유사해 여러 게임의 장점을 잘 흡수했다.
'팬덤 블레이드 제로'는 중국 게임 제작자 Liang Qiwei가 개발해 온 'Rainblood'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과거 'Rainblood: Town of Death'(2008), 'Rainblood 2: City of Flame'(2011), 'Rainblood Chronicles: Mirage'(2013)가 출시된 바 있다.
이야기의 무대는 옛 중국을 느낄 수 있는 배경과 녹슨 산업 시설이 공존하는 팬텀 월드다. 이러한 세계관을 '쿵푸 펑크'라고 부르는 것 같다.
주인공은 엘리트 암살자 '소울'이다. 그는 조직에 누명을 쓰고 죽기 직전에 의문의 치료사에게 구출된다. 그리고 66일밖에 남지 않은 몸으로 복수의 길을 걷는다. 암살자의 복수극이란 설정 덕분에 전체적인 느낌은 어둡고 처절하다.
주인공의 게이지는 단순하게 '체력'과 '스태미나'만 있다. 게임 중에는 다양한 무기를 바꿔가며 싸우게 된다. 빠른 공격으로 상대를 정확하게 베고, 적의 공격은 방어와 회피, 저스트 가드에 해당하는 '연주'로 대응한다.
체험에서는 한 손 장검, 양손 대검, 양손 소도, 원거리용 원월륜 등의 무기를 다룰 수 있었다. 각각 특징과 동작이 다르고, 무기의 차이가 명확해 여러 가지를 돌려가며 즐기는 재미가 있다. 이런 부분은 취향에 따라 한 종류의 무기만을 사용하는 사람과 여러 가지 무기를 접하고 싶은 사람으로 나뉠 것이다.
PS5의 조작 방법은 □버튼으로 경공격. △버튼으로 중공격. 콤보는 □□□, □△△△ 등으로 경공격에서 중공격으로 이어지는 루트로 다양하다. 하지만, 중공격으로 시작해 경공격으로 이어지는 콤보는 없다(체험판 기준). 공격 모션 중에는 언제든지 캔슬이 가능해 다른 공격으로 전환하거나 적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전용 포인트를 모아 발동하는 무기별 '오의'가 있다. 무방비 상태의 적에게 가하는 치명적인 일격 '그림자 장례', 적의 무기를 빼앗아 사용하는 보조 무기 '영살무장', 연주 또는 회피 시 발동하는 '유보'는 회피와 반격으로 무기 포인트를 쌓아가는 액션이다.
또한 스텝(달리기)과 점프(경신공/파쿠르)를 할 수 있으며, 아날로그 스틱으로 이동 및 카메라, 십자키로 무기 전환 및 아이템 사용이 가능하다. 조작 체계는 전형적인 액션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세키로', '검은 신화: 오공'을 언급했듯이 공방의 핵심은 게이지가 0이 되면 무방비 상태가 되는 '몸통(용어 불명)'을 깎아내는 것이다. 이런 기믹은 비단 액션계뿐만 아니라 최근 게임업계에서 장르를 불문하고 기본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전투 중에 항상 방어를 유지할 수 있다. 방어에 따라 스태미나가 감소하기는 하지만 체력이 깎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들은 빨간색으로 점등되는 '가드 불가 공격'이나 파란색으로 점등되는 '스태미나 깎기' 기술을 걸어오기 때문에 그때만큼은 방어를 뚫고 뛰거나 유보를 발동해야 한다.
또한, 주인공 소울의 동작이 경쾌하기 때문에 스텝을 활용해 후방으로 쏜살같이 도망쳐도 괜찮다. 다만, 강한 적일수록 간격을 빠르게 좁혀오기 때문에 피격 범위에서 쉽게 벗어나기가 힘들다.
체험에서는 조작 튜토리얼을 시작으로 간단한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후 3명의 보스와 연속으로 전투를 벌였다. 보스는 차례대로 시험 상대인 '광기의 폭한 철살', 제법 강한 '횡도대장', 시작부터 강한 일격의 가드 불능 공격을 퍼붓는 '곤륜의 배신자 아라요코'다.
체감상으로 여러 번 말하지만 '세키로'와 같이 '치고 빠지는' 공방이 중요하다. 공격 액션에 '접근 무브'가 강하게 부여된 점이나 상대의 몸통을 깎아내지 않고도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점, 적어도 체험판의 느낌은 '검은 신화: 오공' 못지않았다. 이제는 다양한 소울라이크 게임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경쾌하고 상쾌한 스타일리쉬 액션에 가까워졌다는 느낌이다.
보스전 역시 긴장감은 높지만, 마지막 아라요코를 제외하고는 '4~5번 맞고도 회복약을 마시면 다시 싸울 수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긴장감은 있지만 아슬아슬한 수준은 아니다. 물론 게임 진행 정도에 따라 파워 밸런스는 편중되어 가겠지만, 초반에 범접할 수 없이 엄청나게 어렵다는 느낌은 없었다.
'팬덤 블레이드 제로'에 대해서는 이전에 Liang Qiwei 프로듀서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죽어도 몇 번만 도전하면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 '휴식 포인트를 사용해도 적이 부활하지 않는다', '소울라이크에 등장한 단테(데빌 메이 크라이)와 같은 이미지'라고 언급했다. 이것만 봐도 단순한 소울라이크 부류의 게임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이 보인다.
프롬소프트웨어의 '데몬즈 소울'을 필두로 세상에는 다양한 소울라이크라는 게임이 생겨났다. 이른바 데스게임이 폭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유사한 기본틀 외에는 나름의 독창성을 더해 게임의 재미를 높이려고 노력해 왔다.
그런 점에서 중국에서 폭발적인 히트를 기록한 '검은 신화: 오공'은 시리어스한 전투 밸런스를 의식하면서도 다이나믹한 동작과 연출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성공의 원동력은 현지 소재의 강점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팬덤 블레이드 제로' 역시 무겁고 가혹한 노선이 아닌 화려하고 경쾌한 노선을 택했다. 어쩌면 중국의 영웅상이 '스타일리시한 무협 액션'에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체험은 전투 위주의 체험이었지만, 정식 버전에서는 필드 탐색 요소도 강하고 곳곳에 숨겨진 통로와 보물상자가 흩어져 있다고 한다. 출시는 아직 미정이지만, 이번에 체험해 본 유저들은 주인공 소울과 달리 앞으로 66일 동안을 견디지 못할지도 모른다.
장용권 기자 mir@gamev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