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방송국에서 '검은 신화 : 오공'(이하 오공)의 성공을 소개하면서 한국 게임 산업의 문제에 관한 방송을 내보냈다. 내용을 요약하면, '오공'의 성공을 보면서 국내 게임 전문가들이 한국 게임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게임 전문가로는 한국게임학회 회장인 위정현 교수가 출연해 인터뷰했다. 위 교수는 한국 게임 회사가 확률형 아이템 게임만 만들고 있는 동안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았고, 그 결과가 '오공'이라고 평했다. 이 방송에는 많은 문제가 있지만, 지면 관계상 그 중 몇 가지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국내 게임 전문가들이 중국의 게임 제작 능력을 인정한 것은 오래되었다는 점이다. 호요버스의 '붕괴' 시리즈나 '원신'을 기점으로 중국의 제작 능력이 이미 한국에 근접했거나, 어떤 부분에서는 한국을 넘어선 부분도 있다고 인정한 것이 5년 이상 되었다.
이대로 두면 한국 게임 산업이 중국에게 뒤쳐질 수 있기에 셧다운제나 게임 중독법 같은 규제 말고, 산업 진흥에 힘써야 한다고 산업계에서 이야기한지도 오래되었고, 내가 다양한 지면을 통해 이야기를 한 것은 거의 10년이 되어간다.
다음은 레거시 미디어가 지금 게임 산업의 어려움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나는 뉴스에서 갑자기 PC방 전원을 내리고 꺼진 컴퓨터 앞에서 짜증을 내던 학생들을 보여주며, 게임의 폭력성을 말하던 것을 아직 기억한다. 게임은 마약처럼 심각한 중독성이 있고, 문제가 있다는 기사는 검색하면 수없이 나온다.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문제는 게임의 문제가 아니라 과몰입을 만드는 사회 문제이고, 원인을 게임에 돌리는 것은 마녀 사냥이라는 문제 제기는 꾸준하게 있었다. 그러나, 레거시 미디어는 게임의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집중해 왔을 뿐, 반대 의견을 듣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중국이 게임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게임 제작에 수천억씩 투자하는 환경을 만들 때, 국내 미디어는 게임의 문제점을 기사화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청소년의 이용을 막고 중독 물질로 지정할 것을 검토했으며, 새로운 게임에 투자할 게임 기업 매출에 징벌적 세금을 부과할 고민을 했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국내 게임 업계가 도전적이지 않고 아류작만 양산하고 있다는 비난을 하고 있다. 이는 아이에게 참고서는 비싸다고 사주지 않고, 늦게 다니면 안 된다고 학원도 안 보내고, 집에 돈이 없다고 용돈도 줄이면서 고액 과외와 학원을 보내고, 필요한 참고서는 모두 사주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용돈도 주면서 응원해주는 옆집 아이와 비교하면서, 왜 공부를 못하냐고 타박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인터뷰 대상의 문제다. 위 교수가 게임 전문가 중 한 명이기는 하다. 그러나 위 교수는 학계를 대표하는 사람이지 산업계를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다. 학계는 증명되지 못한 사실이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검증하고 증명하는 연구자의 모임이지, 산업의 현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전망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아니다.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 |
이는 위 교수가 산업계에서 몇 년 전에 하던 이야기를 최근 이야기인 것처럼 말하고, 인터뷰한 많은 내용이 현장의 목소리와 다르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산업 경험이 없는 학자의 한계성을 보여주는 인터뷰였다. 그러나 방송에는 게임 전문가로 위 교수의 인터뷰만 나왔다. 이건 방송이 결론을 정해두고, 부합되는 이야기를 할 사람을 찾아 내용을 짜맞춘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한다.
분명 국내 게임 산업에는 문제가 있고, 이런 문제는 산업계 사람들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지적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게임 산업을 힘들게 한 레거시 미디어는 스스로 게임 산업 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닌지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게임학계는 의학계가 게임의 중독성 여부를 연구하고, 데이터를 제시하는 동안 무엇을 했는지 먼저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학계에서 연구해야 하는 게임 과몰입의 인과 과정이나, 셧다운제와 청소년 수면 시간 보장의 실효성 등 학계에서 게임 산업을 위해 해야 할 연구에 앞장서서 게임의 질병 코드 등록부터 막아야 한다. 현재 국내 게임 산업의 문제는 내부의 문제보다 외부의 문제가 더 크다. 외부의 문제 지적없이 내부의 문제만 외부에서 지적하는 것은 업계 사람 입장에서는 무척 불쾌한 일이다.
박형택 칼럼니스트 aceand@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