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 치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개막한 '도쿄게임쇼 2024'에서는 콘솔, 모바일게임, PC, VR 등 다양한 플랫폼에 걸쳐 여러 게임이 출품됐다.
게임쇼에는 대부분 유명 게임사나 인기 있는 IP 등을 보기 위해 직접 방문하는 유저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디 게임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전 세계에서 인디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도 예년에 비해 달라지는 추세다.
올해 도쿄게임쇼에서도 인디 게임 코너를 마련했다. 'Selected Indie 80'을 통해 전 세계 인디 게임들을 무료로 전시할 기회를 제공한 것. 총 973개의 게임이 출품하여 81개 타이틀이 전시작으로 선정됐다.
선정작 중 하나인 테바사키 게임즈(Tebasaki Games)의 신작 '코멘데이터'는 인기 뉴스 프로그램의 해설자가 된다는 참신한 설정이 돋보인다. 논평할 뉴스와 비평을 선택해 여론을 조작하고, 세상을 바꾸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개발사인 타베사키 게임즈는 1급 건축사와 AI 프로그래머라는 이색적인 배경을 가진 멤버들로 구성됐다. 게임 개발은 해설자를 꿈꾸던 기획자 겸 디렉터인 히즈메가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프로그래머 테바사키의 손을 잡고 시작한 것이 시초다. '평범한 재미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진지한 게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멘데이터는 우리말로 해설자를 뜻한다. 인기 뉴스 프로그램의 해설자가 되어 뉴스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선택함으로써 변화하는 세상을 체험할 수 있는, 이른바 여론 조작형 노벨 게임이다. 해설자가 된 유저는 매일 방송 전에 프로듀서와 미팅하고,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퍼즐을 통해 해설할 뉴스와 비평 스탠스를 선택한다.
뉴스 생방송 화면 |
따라서, 유저에게 가장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 ▲프로그램 스폰서를 만족시키는 것 두 가지다. 두 가지는 프로그램 종료 후 포인트로 평가되며, 목표치를 밑돌면 해고된다.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스폰서로부터 '부탁'이 들어오거나 높은 목표가 설정되기에 포인트 획득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방송 종료 후 결과 화면 |
실제 플레이에서 자극을 원하는 시청자와 자사 홍보를 원하는 스폰서 사이에 놓인 해설자는 양쪽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난처한 처지가 되기도 한다. 인기 프로그램에서 촉발된 대중의 미묘한 분위기가 때로 세상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리고 해설자 자신의 운명도 영향을 받아 변화한다.
게임 내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세계 분쟁이나 사회 문제, 혹은 맛있는 라면집 이야기부터 연예계 가십까지 다양한 뉴스를 다루고 있다. 맛있는 라면집 정보는 굳이 보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평화로운 라면 정보는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프로그램 스폰서들도 만족하는 것이 현실이다.
프로듀서로부터 시청자 주목도 20 이상, 스폰서 만족도 10 이상이라는 목표치가 제시 |
보도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일까? 이런 부분에서 '코멘데이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유저는 오늘도 뉴스를 선택하고 댓글을 달며, 그 댓글은 플레이어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어쩌면 원치 않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팅 참석 메시지, 실제 뉴스 해설자와 같은 스케줄이 이어진다 |
게임이 늘 재미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 사회고발 영화도 있듯이 '코멘데이터'는 인디 게임계에서 유례없는 '게임을 통한 문제 인식 체험'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3월 개최된 도쿄 인디 게임 서밋 2024에서도 많은 퍼블리셔와 연구자를 비롯해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도쿄게임쇼 2024에서는 973개의 출품작 중 중 Selected Indie 80에 채택되어 부스에 전시됐다. '코멘데이터'는 올겨울에 스팀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장용권 기자 mir@gamev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