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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SIE)가 지난 8월 출시한 라이브 서비스형 액션 게임 '콘코드(CONCORD)'가 단 2주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늦여름 최대의 게임계 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DEI', '게이머게이트 2.0', 그리고 '워크(Woke)' 등의 키워드가 게이머 커뮤니티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큰 전환점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게임업계의 상황에서 '콘코드'의 실패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 '콘코드'라는 이상한 라이브 게임
2024년 9월 6일, SIE의 히어로 슈팅 게임 '콘코드'가 단 2주라는 너무도 짧은 라이브 서비스를 종료했다. 경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게임 매체에서 다룬 바 있으니 생략한다. 스팀 동향을 조사하는 스팀 DB에 따르면, 출시 직후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697명, 서비스 종료 발표 직전에는 33명밖에 접속하지 않았다고 한다. 온라인 게임이기에 이 정도 숫자로는 매칭도 쉽지 않은데, SIE와 개발사인 파이어워크 스튜디오에는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부활의 여지가 남아있는 '콘코드'지만, 출시에 이르기까지 불안 요소는 적지 않았다. 왜 출시를 단행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
아니, '오산'은 아닐지도 모른다. '콘코드'가 주목받지 못한 것은 알파 테스트와 베타 테스트 때부터 분명했다. 7월에 열린 베타 런칭 행사에서는 첫날 동시 접속자 수가 2,388명에 불과했다. 물론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의 데이터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어쩌면 PS 유저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베타 테스트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런칭을 강행한 결과로써, "출시하고 보니 역시 안 되더라" 정도로 마무리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됐다. 현재 SIE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통계학 문외한도 이해할 수 있는 그래프, 출시 초기부터 완만한 하강 곡선으로 위태로웠다. |
파이어워크 스튜디오는 원래 번지(Bungie)에 소속되어 있던 멤버들이 2016년 워싱턴주 시애틀 근교 벨뷰시에서 시작해 프로버블리몬스터즈(ProbablyMonsters)의 한 축을 담당했던 스튜디오다.
프로버블리몬스터즈는 다른 게임사와 달리 설립 초기부터 구글의 알파벳처럼 총본산 역할을 하는 인큐베이터 기업이다. 번지의 전 직원들이 주축이 된 실질적인 개발팀은 칼드런(Cauldron)과 배틀 바지(Battle Barge), 그리고 파이어워크 스튜디오였다.
코로나 사태에서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마이크로소프트에 의한 거액 인수에 대항하기라도 하듯 SIE가 번지를 36억 달러(약 4조 8천억 원)에 인수한 것이 큰 화제가 됐다. 어쨌든 2021년이 되어 SIE는 프로버블리몬스터즈와 파트너십 제휴를 통해 파이어워크 스튜디오의 미발표 타이틀이었던 '콘코드'의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이어 2023년 4월에는 프로버블리몬스터즈에서 분리하는 형태로 SIE가 파이어워크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바로 5월에 개최된 플레이스테이션 쇼케이스에서 '콘코드'의 제작이 정식으로 발표됐다. 원래는 출시 직후부터 쇼트 무비가 공개되는 등 본격적인 라이브 서비스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며, 실제로 출시 전 10월에 시작될 예정이었던 1시즌에 대한 정보도 공개됐다.
참고로 '콘코드'의 서비스 종료와 함께 'SIE가 2억 달러(약 2,672억 원)의 개발비를 낭비했다'는 말이 돌고 있지만, 정보의 출처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처럼 SIE가 제작에 참여한 기간은 16개월 정도인데, 169명의 직원을 보유한 파이어워크 스튜디오가 짧은 기간 동안 게임을 완성하는 데 2억 달러가 필요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수치다.
비공개 정보로 파이어워크 스튜디오의 인수 금액이 2억 달러였을 가능성은 있지만, '2021년 프로버블리몬스터즈가 투자자로부터 2억 달러를 조달했다'는 다른 뉴스와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버블리몬스터즈, 2021년 투자자들로부터 2억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 |
'콘코드'의 대실패는 39.99달러(약 5만 3천 원)에 판매되는 강공 판매 전략을 취한 것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오버워치 2', '에이펙스 레전드', '발로란트'와 같은 인기 장르의 작품들이 기본 플레이 요금으로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더 콘텐츠가 풍부하고 많은 유저가 모이는데, 거의 주목하지 못한 게임에 돈을 내고 전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플레이스테이션 유저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베타 테스트 단계에서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콘코드'의 개발이 시작됐다고 알려진 8년 전, 즉 2016년은 '오버워치'가 출시된 해다.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히어로 슈팅'이라는 장르의 라이브 서비스에 특화된 게임 기획이 탄생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8년 사이에 유명 게임사에서 AAA급 작품이 연이어 출시되어 더 이상 레드오션이 된 장르임이 분명한데, 왜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노선 변경을 하지 않고 그대로 단행했을까? 포화상태에서도 돋보일 수 있는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는지,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런칭한 것인지, 여전히 많은 의문을 남긴 채 서비스는 막을 내렸다.
5대5 히어로 슈팅 게임이라는 점에서 '오버워치 클론'으로 불린 '콘코드' |
■ 급격하고 무질서하게 일어난 게임사의 DEI화와 안티 DEI의 흐름
'콘코드'의 실패로 '안티 DEI'가 거론되면서, 게임사의 정치적 입장 강요에 대한 명확한 비판과 혐오를 표명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DEI'란 'Diversity(다양성)', 'Equity(형평성)', 'Inclusion(포용성)'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원래는 정부나 기업의 정책을 나타내는 용어다. 인종이나 성별, 문화적 배경 등에 관계없이 다양한 개인이나 집단의 대표성 실현을 목표로 하여,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선언이다.
2012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핵심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에 소수인종이 매우 적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이민자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유럽에서도 큰 움직임이 있었고, 그것이 게임업계에도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몇 년 동안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성희롱을 포함한 노사 문제를 배경으로 'DEI 친화적인' 기업 체제로 변모하고 있음을 어필하는 게임사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게임 개발자 회의에서 “리더십에 자신의 가치관이 전달되지 않으면 마케팅 부서와 차 한잔하면서 중요하다고 위협하면 된다”는 등 과격한 지시를 행한 것이 드러났다. 게임 엔터테인먼트의 성차별적 표현 시정을 위한 'Sweet Baby' 라는 컨설팅 회사의 존재가 2024년에 들고부터 게임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이처럼 유저들이 DEI를 반드시 환영하지 않는 흐름도 있고, DEI를 전면에 내세우는 기업이나 게임업계의 태도에 대해 게임 커뮤니티가 등을 돌리는 사례도 보인다. 어쩌면 '콘코드'가 테스트 단계부터 주목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콘코드'는 히어로 슈팅 게임이지만, 운동 능력이 떨어져 보이는 체형과 너무 평범한 의상 디자인이 비판을 받았다. 또한, 'Body Positivity(몸 긍정성)'. 즉 체형의 다양성을 인정하라는 노골적인 의도가 인터페이스부터 디자인까지 대놓고 드러내 많은 유저가 'DEI적 프로파간다'로 받아들인 것 같다.
Sungrand Studios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전문 캐릭터 디자이너가 '콘코드는 무엇이 문제였는가'를 예술적 측면에서 해부하는 영상. 유저들이 매료되지 않는 이유가 모델링부터 색감까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
■ “Go Woke, Go Broke”
DEI를 추진하는 퍼블리셔의 자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DEI 친화적인 자세는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직원들에게 더 안전하고 평등한 근무 환경을 보장할 수 있다. 회사나 스튜디오의 존재 방식으로서 DEI라는 사회 정의가 강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게임 개발자들의 안이한 자기주장 때문에 본연의 목적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대형 퍼블리셔의 경우, DEI를 고려하다 보니 모험적인 게임 디자인이나 스토리, 캐릭터 디자인을 할 수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유저들이 외면하는 무미건조한 AAA 게임을 만들게 됐다. 이제는 DEI라는 단어 자체가 게이머 커뮤니티에서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 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최근 이러한 'DEI적 프로파간다' 성격을 가진 게임과 그 개발자들에 대해 'Woke'라는 속어가 사용되고 있다. 원래는 100년 정도 전에 차별에 맞서 싸워온 흑인 민권주의자들이 '차별과 불평등을 감시하기 위해 항상 깨어 있으라'는 의미로 사용하던 모토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과격한 활동이나 주장을 하는 여성 차별이나 사회 불평등을 시정하는 활동가들을 총칭하는 속어로도 쓰이고 있다. 그것이 이제는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기 주장을 펼치는 개발자나 그 게임을 가리키는 말이 되기도 한다.
2016년 출시된 '배틀필드 1'에서 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여군이 등장했을 때 분노의 댓글이 많았다. 하지만, '콘코드' 등 최근 타이틀에서 볼 수 있는 댓글에서는 냉담한 분위기가 감돈다. 'Woke'라는 표현이 많이 쓰이고, ‘Go woke, Go Broke'라며 게임의 방향성과 게임사의 태도가 조롱당하는 듯한 상황이다.
물론, LGBTQ+ 등의 주장을 담은 '오버워치'나 출시 당시 로스터에 백인 남성이 1명밖에 없었다는 비판을 받았던 '에이펙스 레전드'와 같이 'Woke'한 게임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온라인 게임에서 게이머들의 관심은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관심인 것 같다.
'콘코드'의 실패로 우리 눈앞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 그리고 이를 통해 대형 퍼블리셔들이 배워야 할 것은 “유저들은 누구인지도 모르는 게임 개발자의 정치적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그러한 주장을 담은 게임을 지지하는 층은 실제로 그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임업계의 리더들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왜 DEI에 대한 원칙을 드러내지 않는 타이틀이 게이머들에게 찬사를 받는지 말이다. 그것은 게이머들이 게임 개발자의 정치적 이념에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으로 만들어진 게임과 그 내용에 매료되어 자신의 돈과 시간을 투자할 곳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어떤 소수자라도 자신들의 상품에 포함하겠다'는 이상만 가득한 정책은 공염불에 그치고, 결국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게임으로서 외면당하는 것이다.
포용성으로 따지자면, 게임 표현에서 가장 잊히고 있는 큰 세력은 아마도 뚱뚱한 아시아계 중년 남성이 아닐까 싶다. DEI 친화적인 게임으로 홍보되는 것도 아니고 이번 논의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Raw Fury에서 출시 예정인 공포 어드벤처 '포스트 트라우마(Post Trauma)'는 응원하고 싶다. |
오쿠타니 카이토 기자 mir@gamev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