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 이론은 많은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인 개념 중 하나는 물체의 속도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각각의 물체는 각각의 시간 흐름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땅 위에 서있는 사람과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고 있는 사람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지구의 자전을 고려하면 서 있는 높이에 따라 흐르는 시간이 다르기도 하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더라도 동쪽으로 이동하는 비행기와 서쪽으로 이동하는 비행기의 시간이 다르기도 하다.
나는 빵을 좋아한다. 부드러운 식빵도 좋아하고, 딱딱한 바케트도 좋아하며, 고소한 소금빵도 좋아한다. 이런 다양한 빵은 종류별로 밀가루의 반죽과 발효시간에 차이가 있다. 어떤 빵의 경우 발효하지 하지 않은 반죽을 사용하여 만들기도 하고, 어떤 빵은 1~2시간의 발효를 한 반죽을 사용하기도 하며, 2차 발효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몇 일간의 발효를 사용하는 빵도 있다. 빵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만드는 과정도 전부 차이가 있다.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맛있게 만들려면 빵의 종류에 적합한 반죽의 발효의 시간을 알아야 한다.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빵을 만들어도 사용하는 반죽이 다르다면 다른 맛의 빵이 된다.
최근 인디 게임 제작사를 만났다. 5~6명으로 구성된 작은 팀이었고, 개인사업자였으며, 메가 IP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한 IP를 활용한 게임을 제작하고 있었다.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고, 굿즈를 제작하고 있었으며, 힐링 게임 스타일의디자인 컨셉을 가지고 있었지만, 상당히 하드코어한 게임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었다. 대표와 대화를 하면서 느낀 점은 대부분의 창업자가 그렇지만, 모범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강했다. 다양한 주변 선배 창업자들에게 자문을 얻고 있었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도 보였다. 나와의 미팅 과정에도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자 하는 열의가 가득했으며, 자신의 잘못된 데이터를 빠르게 수정하면서, 회사의 발전 방향에 대해 빠른 수정을 해가고자 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너무 모범적이라는 사실이었다. 창업과 경영에 정답이 없음을 열심히 설명했으나, 나의 설명을 들으면서 정답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 강했다. 기업의 평가는 학교 시험처럼 정답이 있고, 작성한 답안을 누군가 채점하여 점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제작하는 게임도 유사한 게임은 있어도, 똑같은 게임은 없다. 우리가 통상 프로젝트라고 말하는 게임 제작의 과정은 목적 지향적이고, 한시적이며, 유일성을 가진다. 어떤 게임도 다른 게임과 똑같이 제작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게임을 제작하는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스스로 제작하는 게임을 돌아보고, 제작하는 구성원을 객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우리에게 맞는 방향성과 과정을 찾아내야 한다.
게임 제작사도 하나의 기업이고, 기업은 각각의 성장 단계가 다르고, 강점이 다르며, 부족한 부분도 다르다. 제작하는 게임의 장르에 따라서도 평가가 바뀔 수 있고, 타겟하는 게이머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범적인 대표일수록 정량화하고, 모든 선택의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표자는 많은 선택을 해야 하고, 선택을 빠르게 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빠른 의사 결정은 정형화된 결정 기준이 유리하다. 그리고, 이런 결정 기준을 학습을 통해 구축하고자 노력한다. 이런 과정에서 스스로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으면, 잘못된 의사 결정 기준이 자리잡을 수 있다.
우리의 삶이 절대 평가가 아니듯, 기업과 프로젝트도 절대 평가에 따른 정답이 있지는 않다. 20세기 초반에 태동한 현대 물리학의 불확정성의 원리나 나비 효과 같은 이론을 예시하지 않더라도 미래에 대한 예측은 어렵고 정확도가 낮다. 다양한 조언을 통해 의사 결정 기준을 구축하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을 배운다고 해서 바게트를 잘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경우도 많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경우도 많다. 모든 프로젝트에는 상대적인 시간의 흐름과 각각의 발효 시간이 필요하다.
박형택 칼럼니스트 aceand@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