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게임은 매년 출시하는 일정에 따라 꾸준한 판매량을 보장한다. 과거에는 적어도 한 가지 종목에 두 가지 작품이 출시되면서 라이벌 구도로 서로 성장하는 모양새였지만, 이제는 각 종목을 대표하는 작품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어 경쟁이 아닌 독주 체제로 굳어진 지 오래다.
농구 게임도 마찬가지다. 현재 NBA 2K 시리즈는 적수가 없을 정도로 PC와 콘솔 플랫폼에서 농구 게임 시장을 확실하게 휘어잡고 있다. 출시 일정으로 인해 매년 구매하는 열성팬이 아닌 이상 게임의 획기적인 변화를 알기도 힘들다. 이미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는 하드웨어의 눈부신 발전으로 실제 선수와의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기에, 오로지 최신 로스터와 미세한 변화로 팬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지갑을 연다.
그나마 NBA 2K 시리즈는 표지 모델을 다양화하는 이슈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 6일 출시한 NBA 2K 시리즈의 최신작 'NBA 2K25' 표지 모델은 2024 NBA 파이널 우승팀인 보스턴 셀틱스의 제이슨 테이텀이 스탠다드 에디션을, 덩크슛의 달인 빈스 카터가 명예의 전당 에디션 표지 모델을 장식했다.
올해도 출시 패키지에 따라 모델이 다르다, 참고로 WNBA 모델은 에이자 윌슨 |
■ 풋내기라도 상관없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앞서 말했듯이 스포츠 게임은 매년 출시하는 일정으로 인해 꾸준히 시리즈를 즐기는 열성팬이 있는가 하면, NBA 2K25 출시를 계기로 몇 년 만에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농구 룰을 숙지하고 있다면 게임을 즐기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NBA 선수들이 펼치는 고난도 슈퍼 플레이를 펼치고 싶거나 오랜만에 시리즈에 복귀한 유저들을 위해 튜토리얼 성격의 '런2K' 모드가 새롭게 도입됐다.
농구를 몰라도 런2K에서 배우자 |
그야말로 슬램덩크의 풋내기 강백호가 기초를 배우듯 기본적인 선수 이동부터 패스, 슛 등을 거쳐 고급 기술로 차근차근 넘어갈 수 있다. 한국어화는 후술할 마이커리어에서 진행 방식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고, 런2K에서도 다양한 기술을 익힐 때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텍스트만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술은 네비게이션을 띄워 직접 시연 모습과 커맨드 방식까지 알려주는 편의성을 제공한다.
농구, 참 쉽죠? |
슛에는 시그니처 샷과 리듬슈팅이 새롭게 도입됐다. 리듬슈팅은 새로운 슛 메커니즘으로, R스틱을 활용한다. 실제 농구공을 던지는 감각과 유사한 느낌으로 공을 던지는데, 모션의 차별화는 없어 기존 슈팅방식과 유사하다고 느끼기 쉽다. 즉, 던지는 사람만 리듬슈팅의 감각을 알 수 있다는 것. 또한, 시그니처 샷은 시그니처 콤보에 결합하여 발동하는 형태로서, 마찬가지로 R스틱을 활용한다.
새롭게 도입된 시그니처 샷과 리듬 슈팅 |
■ 꿈의 무대, NBA를 향해
마이커리어를 시작하면 선수 생성을 통해 NBA 선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NBA 선수에게 최고의 순간이라 할 수 있는 파이널 무대, 게다가 승부가 판가름 나는 7차전을 뛰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알고보니 캐릭터의 꿈이었다는 도입부는 허탈하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어쩌면 이후 펼쳐질 험난한 NBA 루키로서의 여정을 예고하는 듯해 감회가 새롭다.
이게, 꿈이라니 |
NBA 선수의 삶은 단순히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게임을 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경기가 없을 때는 연습을 통해 실력을 증진하고, 미디어와 인터뷰를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 등 경기 외적으로도 실제 NBA 선수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됐다.
빌드는 세 가지 방식이 존재 |
기존 NBA 스타의 빌드를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 |
가장 중요한 경기는 후보로 시작해 경기에 나가 실력을 입증하면 점점 인지도를 쌓아 나가게 된다. 주어지는 퀘스트를 수행해 팀은 물론이고 대중에게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활약 여부에 따라 팬과 브랜드의 평가를 받게 되고, 기자로부터 질문도 받는 등 경기 외적인 부분도 상당히 충실하다.
필드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퀘스트를 수행 |
GM과 코치를 만나 의견을 조율하고 |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답게 인터뷰도 가진다, 대답에 따라 팀워크와 팬 등이 늘어난다 |
사진 촬영 포즈도 내 맘대로 |
일반인은 알 수 없는 로커룸에서의 활동이나 코치나 여러 스태프와의 이벤트 등 이런 일련의 자잘한 에피소드가 현실감을 부여해 준다. 경기를 시작할 때도 짧은 시간 동안 슛을 던지면서 몸을 푸는 등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NBA 선수의 삶을 대리 체험할 수 있다.
경기를 마친 후 미디어에서 날아든 질문, 대답을 잘하자 |
경기에서의 활약은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
■ NBA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
게임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모드는 유저의 취향에 맞춰 여러 가지를 구비했다. 앞서 소개한 마이커리어로 NBA 선수의 삶을 사는 유저가 있는가 하면, FC 시리즈의 얼티메이트 팀을 연상시키는 마이팀 모드에서는 좋아하는 선수들로 최고의 팀을 꾸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VC로 선수카드를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 대신, 사라진 경매장이 부활하여 선수 수급을 도와줄 예정이다.
모두 좋은데, 한 장만 선택하라니 |
최근의 NBA와 인연이 없고, 왕년에 NBA를 봤던 유저라면 마이NBA 모드가 적격이다. 여기서는 시대별로 한 시대를 풍미한 유명 선수의 시대를 체험할 수 있다. 새롭게 '스테픈 시대'가 추가되어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의 전성기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이전 시대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80년대 '매직VS버드 시대'를 비롯해 '조던 시대', '코비 시대', '르브론 시대'도 전작에 이어 그대로 등장한다.
현시대와는 다른 재미를 가진 시대가 존재 |
특히, 조던이 활약한 90년대의 '조던 시대'에서는 경기 화면에 시대 필터를 적용해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마치 30년 전으로 타임머신 한 듯한 비주얼과 선수들의 복장, 중계 등 레트로한 감성으로 당시 NBA의 열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마치 AFKN에서 NBA 중계를 보는 느낌 |
필터를 해제하고, 경기를 즐길 수도 있다 |
길거리 농구를 연상시키는 블랙탑 모드도 인상적이다. 1대1부터 5대5까지 좋아하는 선수로 자유롭게 팀을 구성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한층 부드러워진 모션, 실제와 더 가깝게
NBA 2K25는 최신작답게 실제 게임과 같은 현실적인 감각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선수들의 모션은 전작과 비교해 좀 더 부드럽고, 다양해졌다. 좌우 드리블을 통한 공의 전환과 드리블에서 슛으로 이어지는 모션의 연결 동작이 실제와 같이 매끄럽게 구현됐다.
특히, 선수의 체형에 따른 무게감도 남다르다. 예컨대 센터의 포스트 플레이는 묵직함이 잘 살아있어, 골대 밑으로 드리블하면서 진입할 때의 느낌은 가드의 포스트 플레이와는 사뭇 다르다. 개발진에서 밝힌 정보에 따르면 NBA 2K25에서는 9천 여 개의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더해져 총 14,600개 정도의 애니메이션으로 선수들의 다채로운 모션을 구현했으며, 실제 NBA 영상을 직접 변환해 제작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여러 가지 모션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여러 가지 조작으로 발동되는 커맨드 능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조작 하나에도 모션의 다양화가 곁들여져 섬세한 조작에 따라 아크로바틱한 모션들을 펼쳐 NBA 선수에 걸맞은 플레이를 보여준다.
■ 라이벌 없는 농구 게임, NBA 2K 시리즈의 방향성은?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스포츠 게임의 라이벌 구도는 사라진 지 오래다. 축구는 FC, 야구에는 더쇼, 농구는 2K 시리즈를 바로 떠올릴 만큼 해당 작품들의 독주 체제는 굳어졌다. 팬의 입장에서는 매년 시리즈를 출시하여 고맙기도 하지만, 후속작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쉬운 부분도 없잖아 있다.
매년 시리즈마다 반복되는 멘트인 선수들의 리얼한 모션과 외형도 조금씩 식상해질 정도. 어차피 농구나 축구, 야구라는 구기 종목의 룰은 이미 고정되어 있기에 게임에서도 큰 변화를 도모하기는 어려움을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대신 팬들이 원하는 방향성에 따라 시리즈마다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리즈의 획기적인 변화는 비주얼에서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지만, 알다시피 비주얼에서의 개선은 이제 더 이상 나아질 구석이 없다. 그런 점에서 'NBA 2K25'는 모션에 집중해 애니메이션 숫자를 늘렸고, 이런 부분의 발전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NBA 2K25 명예의 전당 에디션 표지 모델은 빈스 카터와 관련된 콘텐츠를 인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어 단지 표지 모델에 그치는 점이 아쉽다. 아울러, 인기 높은 모드인 마이팀에서는 VC 팩 구매 불가와 카드 밸런스가 좋지 않아 완성도가 의심스럽다. 마이커리어에서는 생성한 선수의 생김새 외에 키와 몸무게 같은 체형적인 부분을 다시 편집할 수 없다.
이런 자잘한 단점이 있지만, 현존하는 농구 게임에서는 이만한 게임도 없다. "스포츠 게임을 왜 하느냐"는 질문에 'NBA 2K25'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다. 슈퍼 스타들의 플레이를 보고, 그들을 내가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재미, 즉 스포츠 게임이 전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의미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장용권 기자 mir@gamev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