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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차고에서 모션 캡처까지, 펄어비스 '검은사막' 개발 비화

기사승인 2024.08.27  18: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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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얀셔(游研社), 샤왕 기자

차이나조이 행사장의 멀지 않은 카페에서 펄어비스에서 개발한 '검은사막'의 김재희 총괄 PD를 비롯한 펄어비스 멤버 4명을 만났다.

네 사람은 '검은사막' 초창기부터 팀에 합류했다. 당시 펄어비스의 전체 인원은 10명 정도에 불과해 연차로 따지면 회사의 중추적인 멤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만나보니 놀랍게도 5,500만 명이 넘는 가입자와 20억 유로(한화 약 3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게임이 그들 뒤에 있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개발진 모두 젊어 보였다.

오른쪽부터 검은사막 오윤택 아트 디렉터, 김재희 총괄 PD, 김상영 아트 및 모션 디렉터, 김동근 비주얼 아트 디렉터.

김재희 총괄 PD는 펄어비스가 스스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하도록 독려하는 회사이기에 직원들이 늘 젊다고 말했다. 덕분에 '검은사막'이 여전히 신선한 에너지가 넘치는 게임으로 보일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검은사막'이 출시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신생 게임사인 펄어비스가 개발비 873만 달러(약 116억 원)로 '콘솔 트리플A' 수준의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단기간에 3억 달러(약 4천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는 점이다. '적은 돈으로 큰돈을 버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창립 멤버 중 일부가 들려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면 어떻게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검은사막'의 창립 멤버들은 대부분 패션 디자인부터 미술까지 다양한 직업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김재희 총괄 PD는 펄어비스에 합류하기 전 8년간 게임 업계에서 미디어 기자로 일했다. 그동안 펄어비스 창업자인 김대일 의장으로부터 '검은사막'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여러 번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일을 하길 원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김재희 총괄 PD가 마침내 펄어비스에 입사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의 첫 과제는 몬스터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것이었다. 분명 이전 업무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이었지만, 흥미롭고 새롭게 느껴져 꽤 즐거워했다. 나중에야 그것이 게임 제작의 다양한 측면에 있어 이해를 돕기 위한 신입 사원 교육의 일환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총괄 PD가 된 후에 자신이 한 일은 별로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콘텐츠를 원할까'라고 생각을 전달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원하는 콘텐츠가 손에 쥐어졌다고 한다. 소박하지만 팀의 자율성은 '검은사막'을 성공으로 이끈 요소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예컨대 금요일에 오윤택 실장에게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예쁘고 섹시한 여성 캐릭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주말에 작업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틀 뒤 오 실장이 '검은 장미'를 주제로 자신이 디자인한 다크나이트 캐릭터 시안을 제출했고, 김동근 비주얼 아트 디렉터가 이를 더욱 다듬고 보완했다. 두 사람의 합심으로 다크나이트는 멋지고 섹시하며 용맹한 캐릭터로 거듭났다. 다크나이트는 등장 당시 게임의 중세 판타지 배경을 충실히 전달하는 캐릭터로서, 팬들을 매료시켰다.

검은사막의 대표 캐릭터인 다크나이트.

그리고, 김재희 총괄 PD가 특정 캐릭터의 아트웍이나 액션 모델을 최적화하고 싶다고 관련 분야를 담당하는 동료에게 이야기하면 "이미 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디자인을 게임에서 실행 가능한 캐릭터로 변환하는 것은 당연히 복잡한 과정이다.

이런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분명 제작비를 낮출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이며, 많은 팀이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동시에 펄어비스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이기도 하다.

'검은사막'의 개발 단계에서 모션 캡처 시스템은 여전히 업계에서 첨단 기술로 간주한다. 당시 사무실에 수십 명이 모여 있던 펄어비스가 모션 캡처 장비를 구입하는 데는 큰 비용이 필요했지만, 개발 환경을 위해 결국 구매하게 됐다.

하지만, 사무실에는 모션 캡처 장비를 둘 공간이 없어 회사 사옥의 지하 차고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종종 놀랍다는 표정을 지을 정도로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모션 캡처를 진행한 곳은 아마 없을 것이다.

처음에 펄어비스는 모션 캡처를 위해 사무실에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김상영 아트 및 모션 디렉터는 처음에 사람들이 지나가면, 창피해서 모션 캡처를 멈춰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거의 의식하지 않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모션 캡처 시스템을 구비한 덕분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얻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게임 내 애완동물과 탈것에 생동감 있는 움직임을 더하기 위해 실제 동물에도 모션 캡처를 사용했다. 연기를 위해 '배우 개'를 기용할 때는 시간당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다.

생생한 모양과 체형은 의심할 여지 없이 유저가 게임에서 탈것을 기꺼이 길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한때 지하 차고를 모션 캡처 룸으로 사용해야 했던 펄어비스는 이제 100평 이상의 면적을 자랑하는 모션 캡처 센터를 가지게 됐다.

오늘날 펄어비스의 모션 캡처 센터

'검은사막'의 개발 과정을 잘 아는 중국의 베테랑 유저들은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검은사막'을 소개할 때 "이건 '한국의 원신'이다"라며 농담 섞인 말을 자주 한다. 펄어비스 개발진도 이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한다.

두 작품 모두 심리스 오픈월드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게임 형태가 다소 유사하다. '원신'이 모바일 게임 화면 성능과 콘텐츠 구현에 대한 모두의 상상을 크게 깨뜨린 것처럼, 당시 '검은사막' 역시 모두의 눈에는 '차세대급 온라인 게임'으로 보였다. 그만큼 기존 MMORPG에 비해 시각적 경험과 게임 플레이 수준은 상당히 혁신적이었다.

특히, '검은사막'의 영향력은 콘솔 버전 출시 이후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러한 개발 과정은 PS4에서 '검은사막'의 글로벌 성장과도 맞물렸다.

당시만 해도 온라인 게임은 싱글플레이 게임에 비해 화질과 느낌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온라인 게임은 네트워크 환경과 비즈니스 모델의 제약으로 인해 이러한 부분에서 희생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은사막'은 섬세한 HD 모델링, 광활한 세계, 즉각적인 전투 경험을 모든 측면에서 목표로 삼았다. 이를 기반으로 생활 콘텐츠와 치열한 PvP 및 길드 전투로 콘텐츠를 점점 늘려 나갔다.

이는 기존 온라인 게임의 개념을 완전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결국 콘솔에서 싱글플레이어 RPG만 즐기던 많은 유저를 끌어들여 '검은사막'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결과로 나타났다.  

한편, 앞서 언급했듯 '검은사막'은 펄어비스의 첫 프로젝트지만 온라인 게임 경쟁 환경이 극도로 치열한 한국 시장은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았다. 이런 현상은 마치 '원신'을 등에 업고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한 호요버스와 유사한 모습이다.

현재 펄어비스가 위치한 사옥 전경

김재희 총괄 PD는 호요버스의 '원신'에 대해 '검은사막'과 일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며, 더 나아가 이러한 공통점은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이나조이에서 본 상황을 예로 들었다. 인터넷 초창기처럼 인기 게임을 플레이하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부류가 늘었다. 그래서, 군중을 따라가기보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현대 게이머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전시회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의 코스튬도 매우 다양했다고 덧붙였다.

차이나조이 부스에서 '검은사막'을 체험하는 유저들

이런 상황은 10년 전 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에서도 볼 수 있다. 국내 온라인 게임 업체 위주로 시작해 해외 참가사와 미디어 유치 비중을 늘리면서 글로벌 게임쇼로 변모한 것과 매우 유사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검은사막'이든 '원신'이든 콘텐츠와 플레이 요소가 더 개방적이고 다양해야 쉽게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검은사막'의 중국 서비스는 다소 굴곡이 있었지만, 이제야 드디어 중국에 출시된다는 사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오늘날 '검은사막'은 여전히 온라인 게임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재희 총괄 PD는 다섯 번의 차이나조이를 거치면서 중국 게이머 커뮤니티의 변화를 목격했다고 한다. 한편, 중국과 한국 문화의 충돌도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의천도룡기'를 매우 좋아한다. 특히, 2019년 새로운 버전의 TV 시리즈를 유난히 좋아했다. 이번에 중국에 왔을 때는 현재 중국에서 유명한 조로사, 디리러바에 대해 알게 됐고, 삼국지 팬으로서 조운의 인기가 관우 못지않은 것도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또한, 현재 펄어비스 멤버들은 '검은 신화: 오공'도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 그는 이런 다양한 정보가 게임 제작에 있어 영감의 원천이 됨을 강조했다.

열 번째 캐릭터인 '매화'는 동아시아 문화의 교집합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

그는 회사 규모가 점점 커짐에 따라 사무실도 커져서 예전에는 고개를 돌려 동료와 상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두 층을 올라가야 서로의 사무실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과 같은 초심을 유지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펄어비스는 여전히 효율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게임 속 말을 모션 그래픽으로 만들었느냐고 묻자, 김상영 아트 및 모션 디렉터는 "그 당시에는 아니었다"고 답한 뒤 김재희 총괄 PD에게 "그럼 업데이트할 때가 됐네요"라고 말했다.

말 길들이기는 '검은사막'의 독특하고 대표적인 게임플레이 시스템이다.

현재 '검은사막'에는 상당히 새롭고, 심지어 급진적으로 보이는 게임플레이 디자인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유저 간의 거래에 큰 제한을 두었고(처음에는 개인 거래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전투와 채집, 사냥 및 기타 생활 콘텐츠를 통해 얻은 보상은 기본적으로 NPC를 거쳐 균일한 가격을 통해 시장에 유입된다. 매우 자기 친화적인 경제 시스템이다.

이에 따라 유저는 게임의 콘텐츠를 통해서만 자원을 얻을 수 있으며, 현실 세계의 요소를 활용하여 게임 내 경험을 뒤흔들 수 없다. 즉, 일종의 유저에 대한 선별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검은사막'을 또 다른 세계로 받아들이는 유저만이 오랫동안 게임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검은사막'의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이런 유저들의 규모가 작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들은 일반 MMORPG 유저들보다 훨씬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으며, 60세 이상의 충성 유저 그룹까지 존재한다고 한다.

이러한 끈끈함의 대부분은 게임의 생활 플레이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일부 유저들은 다양한 종류와 속성을 가진 야생마를 선택해 포획하고, 길들인 후 다른 사람과 거래하는 '말 길들이기'에 빠져있다. 많은 유저들이 저마다의 목적으로 '검은사막'을 플레이하고 있다.

말 길들이기 전략은 플레이어 커뮤니티에서도 인기 있는 주제다.

일반 온라인 게임에서 이렇게 복잡한 말 길들이기나 기타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제공하기란 불가능하다. 덕분에 유저는 '검은사막'에서 전문적이고 존경받는 '말 조련사'를 경험하게 된다.

김재희 총괄 PD에 따르면 처음에는 말 길들이기 시스템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냥 맵이 넓으니 이동을 위해 탈 것으로 말이 필요했고, 그럼 유저들이 직접 잡아서 놀게 하는 게 낫겠다. 그리고, 말을 잡았으면 조랑말을 키워야겠다는 현실적인 논리에 따랐다고 한다.

그는 "이런 현실적인 논리의 바탕이 된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개발 단계에서 각 멤버에게 특정 작업을 할당할 필요 없이 모두가 먼저 움직인다'는 근무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낚시 시스템도 있는데, 게임 초기에는 한국에서 '낚시 사막'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플레이어가 게임의 실용적인 보상에서 벗어나 낚시에 푹 빠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게임에서 낚시만 하는 유저가 있는데, 바다 낚시를 통해 보스가 등장하도록 특별히 설계하기도 했다. 낚시만 했던 유저는 결국 전체 서버에서 보스를 최초로 소환한 유저가 됐다.

바다낚시를 통해 소환해야 하는 게임 속 월드 보스, 바다의 심장 '벨'

게임 특유의 현실감 때문인지 검은사막에서 인연을 맺고 현실에서 결혼한 유저들도 많다. 실제로 체코의 한 신혼부부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실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해 '검은사막'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 결혼식은 전 세계 유저들이 축하하러 오면서 '세기의 결혼식'으로 기록됐다.

이렇듯 '검은사막'은 매우 특별한 온라인 게임이며, 그 독특함은 사람마다 다르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 첫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는데, 채널에서 활동하는 유저들을 보면 대부분 해외 서비스에서 복귀한 유저들이다.

수년간 플레이해 오던 해외 서비스 계정을 포기하고 자국 서비스로 돌아오는 것을 고려한 이유도 '검은사막'이 주는 소속감 때문이다. 주변 유저들이 더 많은 환경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면, 더 좋은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펄어비스와 중국 서비스를 맡은 텐센트도 이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해외 서버를 위해 입장권을 구매할 필요 없고, 빠른 업데이트로 유저들이 가장 새롭고 완성도 높은 게임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중국 문화에 어울리는 캐릭터 디자인과 의상 스타일링 등도 준비 중이다.

'검은사막'의 차이나조이 부스는 화려한 프로모션에 비하면 비교적 평범한 부스였다. 하지만, 김재희 총괄 PD의 말처럼 프로젝트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검은사막'은 이미 성숙한 게임으로서 외부 홍보가 많이 필요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이미 게임 안에 들어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기사의 저작권은 중국 미디어 유얀셔와 한국 파트너 미디어사 게임뷰에 있습니다. 재배포 금지>

차이나조이에 마련된 검은사막 부스.

 

장용권 기자 mir@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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