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에서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된 대규모 게임쇼인 게임스컴 2024가 막을 내렸다. 2009년 처음 열린 이후 꾸준하게 규모를 키웠고, 해마다 찾는 방문객이 30만 명을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에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로 명성을 확고히 하고 있다. 올해는 120개국에서 33만 명이 넘게 행사를 즐겼다고 한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게임스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6월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되던 대형 게임쇼인 E3가 작년을 끝으로 개최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 대체재로 서머 게임 페스트가 열렸지만 업계인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였기에 파급력은 낮았다.
게다가 원래 가장 먼저 진행하던 글로벌 게임쇼인 만큼 신작의 공개는 주로 E3를 통해 이뤄졌었는데, E3가 사라지면서 그 수요가 게임스컴으로 몰리게 됐고, 최대 규모의 게임쇼로 거듭나게 됐다. 그러면서 많은 유명 게임사들이 게임스컴에 참여했다. 그 결과 올해 게임스컴에는 64개국 1,462개 기업이 참가하며 역대 최대 참가 규모 기록을 경신했다.
심지어 자사의 행사인 블리즈컨에 집중하기 위해 게임쇼에 참여하지 않던 블리자드마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뒤에는 입장을 바꿔 게임스컴에 참여했다. 그러면서 해외 업체의 점유율이 71%를 차지했다고 한다.
■ 국내 게임사도 참가 기록 경신, 역대 최다 업체 참여
이번 게임스컴이 전체 참가 기록도 경신했지만, 국내에서 참여한 업체의 기록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장과 접근성을 이유로 국내 업체는 주로 E3에 참여했는데, 이번에 그 타겟이 게임스컴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참여한 크고 작은 업체는 무려 30개가 넘었다.
그중 돋보였던 업체도 많았다. 넥슨과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의 국내 게임사가 BTC관에 대형 부스를 마련하고 관람객들에게 자사의 신작 게임을 직접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 각자의 존재감을 확실히 새기도록 했다.
먼저 넥슨은 하드코어 액션 RPG ‘퍼스트버서커:카잔’의 단독 부스를 운영하며 체험 버전을 최초로 공개했다. 현장을 방문한 글로벌 관람객들은 ‘퍼스트버서커:카잔’의 강렬한 액션성과 수려한 그래픽에 호평을 보냈다. 그 기대감은 대기열로 이어졌는데, 현장 체험을 위해 생성된 대기줄이 무려 4시간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았다.
크래프톤은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인조이’를 앞세워 현지 관람객을 공략했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게임스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체험형 공간으로 마련되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노트북 등 총 90개의 체험대를 운영했다. 그 결과 3일간 1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체험을 진행했다. ‘인조이’도 큰 호응을 얻으며 체험 대기 시간이 5시간 이상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인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의 신작 3종을 앞세웠다. 턴제 전략 RPG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 액션 로그라이트 슈팅 게임 '섹션13', 오픈월드 좀비 서바이벌 게임 '갓 세이브 버밍엄' 등이다.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가 쌓아온 개발진의 역량을 총동원한 게임으로, 모두 부스에 체험대를 마련해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펄어비스는 부스를 통해 개발 중인 신작 ‘붉은사막’의 체험 버전을 최초로 공개했다. 오픈월드로 들어가는 듯한 입구 디자인을 통해 기대감을 높였으며, 체험 버전은 30분 분량으로 관람객들은 액션과 전투에 집중한 보스 공략 체험을 진행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한 대기열은 부스를 한 바퀴 돌았고, 많은 관람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앞서 언급한 ‘퍼스트버서커:카잔’, ‘인조이’, ‘붉은사막’ 등의 게임은 게임스컴 사무국이 선정하는 게임스컴 어워드 2024 후보작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과거만 해도 국내 게임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는데, 재작년에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3관왕에 오르면서 게임스컴 어워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퍼스트버서커:카잔’은 베스트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후보, ‘인조이’는 모스트 엔터테이닝 부분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붉은사막’은 베스트 비주얼 부문과 모스트 에픽 부문 두 분야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상까지는 이뤄지지 못했다. 경쟁자가 워낙 강력했기 때문이다. 대신 ‘붉은사막’은 다수의 해외 게임 미디어에서 베스트 게임 부문에 선정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 외에도 하이브IM은 BTB관에 단독 부스를 마련하고 ‘던전 스토커즈’ 알리기에 나섰다. 그리고 엔씨소프트는 이번 행시에 직접 참여는 하지 않았지만, 아마존게임즈 부스를 통해 이벤트 형식으로 MMORPG ‘쓰론 앤 리버티’로 관람객과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다. 또한 크래프톤 산하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는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SF 로그라이크 던전 크롤러 게임 ‘리댁티드’의 영상을 공개했다.
국내 중견 게임사와 인디 게임사도 게임스컴에 참여해 글로벌 유저들에게 어필했다. 여기에는 네오위즈가 퍼블리싱할 예정인 지노게임즈의 ‘안녕 서울:이태원편’, 매드엔진의 자회사인 원웨이티켓스튜디오의 ‘미드나잇워커스’, 트라이펄게임즈의 ‘베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의 ‘이스케이프 룸 어나더도어’ 등이 이름을 올렸다.
■ 아시아 게임사의 참여 확대, 시장의 중심이 이동한다
게임스컴은 패키지, 특히 콘솔 기반 플랫폼이 주도하고 있는 게임쇼다. 그래서 해당 플랫폼을 위주로 하고 있는 서구권 게임사들의 참여가 주로 이뤄졌었다. 올해도 베데스다 등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유명 게임사나 테이크투, 유비소프트 등의 업체가 부스를 차렸다.
그리고 아시아권에서는 주로 일본 게임사들이 참여했었다. 올해도 캡콤,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세가, 스퀘어에닉스, SNK, 코나미 등의 게임사가 부스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다수의 신작 게임을 선보였다. 특히 캡콤의 ‘몬스터헌터 와일즈’와 반다이남코의 ‘리틀 나이트메어3’는 게임스컴 어워즈를 휩쓸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앞서 이야기했듯 국내 업체에서도 패키지 게임을 비롯한 여러 게임을 앞세워 참여했지만, 특히 올해 게임스컴에서는 중화권 게임사의 참여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MMORPG나 자국 시장에 집중하던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패키지와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한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텐센트게임즈는 레벨 인피니트 브랜드를 앞세워 익스트랙션 게임 ‘아레나 브레이크아웃’과 슈팅 게임 ‘델타 포스: 호크 옵스’, 전략 게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모바일’ 등의 게임을 공개했다. 게임 출전은 하지 않았지만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니케’의 ‘신세기 에반게리온’ 콜라보 알리기도 진행했다.
또 호요버스는 ‘젠레스 존 제로’나 ‘원신’을 비롯한 기존 IP의 게임으로 부스를 꾸렸는데, 그럼에도 많은 관람객이 찾는 부스 중 하나로 등극했다. 넷이즈게임즈는 슈팅 게임 ‘마블 라이벌즈’와 5:5 대전 슈팅 게임 ‘프래그펑크’를 선보였고, 하이퍼그리프는 ‘명일방주’의 후속작인 ‘명일방주:엔드필드’와 협동 게임 ‘팝유컴’을, 시선게임즈는 SF 메카닉 TPS 게임 ‘메카 브레이크’를 선보이며 중국 게임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처럼 올해 열린 게임스컴 2024는 아시아 지역의 게임사들이 큰 약진을 보여줬던 행사로 남게 됐다. 올해 대형 부스를 차리고 선보인 업체는 일부에 불과했는데, 그런 만큼 현지에서 보여준 관람객들의 피드백은 엄청났다고 한다. 이는 곧 게임 출시 때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년에도 여러 국내 게임사들이 참여해 갈고 닦은 야심작을 선보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