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IP를 게임화하는 데 있어 무척이나 적극적인 넷마블은 모바일 RPG 장르로 선보인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시키며, IP 게임화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게 됐다.
이후에도 꾸준히 인기 IP의 게임화 행진은 계속된 가운데, 인기 IP로 장르의 전환을 추구한 것이 바로 지난 8월 13일 글로벌 출시한 방치형 RPG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이하 7대죄 키우기)'다. 이런 수순은 어쩌면 넷마블이 지난해 '세븐나이츠 키우기(이하 세나 키우기)'로 방치형 RPG 장르에서 재미를 봤기에 가능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미 '세나 키우기'라는 걸출한 방치형 RPG가 있지만, '7대죄 키우기'가 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현재 RPG 장르 중에서 방치형 RPG의 인기가 꾸준히 상승 중이고, 글로벌에서 유명한 원작 IP의 유명세 등 넷마블 입장에서는 굳이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원작 팬과 일반 유저 모두를 아우르는 구성
게임은 원작에 대한 지식과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방치형 RPG 장르를 따른다. 원작을 몰라도 메인 퀘스트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큰 불편이 없으며, 원작 팬에게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친숙한 캐릭터가 게임화되어 등장하는 반가움이 있다.
스토리 전달은 전형적인 웹툰 방식을 택했지만, 특정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해 몰입도를 높였다. 게임은 브리타니아 대륙을 배경으로 원작의 느낌을 충실히 재현했다.
인게임 캐릭터는 SD로 구현하여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강조했으며, 도감을 보면 알겠지만 원작 만화뿐만 아니라 극장판과 스핀오프 작품까지 아우르는 풍성한 캐릭터 볼륨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지나간 스토리는 스토리 다시 보기를 통해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다.
■ 강점은 취하고, 새로움을 더하다
'세나 키우기'라는 성공적인 표본이 있기에 취할 것은 취하는 영리한 구성을 보여준다. 전투는 덱을 구성하면 자동으로 진행되고,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보스전을 마치면 다음 스테이지를 쭉쭉 밀고 나가는 '세나 키우기' 방식을 그대로 고수했다.
제공되는 영웅 소환권으로 캐릭터를 뽑고, 주점을 업그레이드해 나가면서 덱 전체의 공격력, 방어력, 생명력을 향상해 나가는 구조도 동일하다. 이런 일련의 행위가 반복되는 것은 방치형 RPG답게 간단하게 이뤄지고, 이미 '세나 키우기'로 학습한 유저의 경우 어렵지 않게 익숙해질 수 있다. 또한, 이런 반복 행위를 진행하는 중간중간 더 좋은 캐릭터를 영입하면서 덱을 강하게 만들어 메인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재미도 마찬가지다.
물론, '7대죄 키우기'만의 새로움도 있다. 캐릭터마다 가지고 있는 필살기 발동 순서를 지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버프나 디버프, 회복 등 각 캐릭터가 보유한 필살기 순서를 전략적으로 배치하면 보다 원활한 운영이 가능하다. 특히, 보스전에서 막혔을 때는 필살기 순서를 고민해서 클리어했을 때의 짜릿함이 있다.
원터치 드로우도 '7대죄 키우기'만의 신선한 콘텐츠다. 카드를 3장 뽑아서 나온 값에 따라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 것으로써, 보상으로는 골드를 비롯해 영웅 경험치와 영웅 소환권 등을 제공한다. 3장 모두 같은 것이 나왔을 때는 마치 파친코의 잭팟처럼 더 많은 재화를 얻을 수 있어 심심풀이로 드로우를 돌리는 재미와 함께 지루함을 덜어주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캐릭터는 속성과 직업으로 구분했다. '세나 키우기'가 근거리나 원거리 타입에 치명타 공격과 액티브 스킬에 주목한 것과는 다르게 접근했다. '7대죄 키우기'는 근력, 체력, 민첩, 지혜로 속성을 나누고, 직업은 탱커, 디버퍼, 서포터, 딜러로 나뉜다. 속성과 직업의 조합으로 다양한 유형의 덱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캐릭터 자체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덱 구성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 재화 수급을 위한 부수적인 콘텐츠
핵심이 되는 메인 스테이지 외에 스테이지 돌파에 따라 부수적인 콘텐츠가 해금되는 방식을 따랐다. 각각의 던전에서는 영웅 육성을 위한 재화를 획득할 수 있다.
골드/영웅 경험치 던전의 경우 한 곳에서 두 가지 재화를 획득할 수 있는 편의성을 갖췄다. 마찬가지로 실험 샘플 던전은 실험 샘플을 제공하는 직관적인 이름으로 구성됐다.
그 외에 층마다 여러 재화를 보상으로 제공하는 시련의 탑과 비동기 식으로 진행되는 PVP. 그리고, 보스 몬스터에게 입힌 누적 피해량으로 경쟁하는 강림전과 거점을 방어하는 방어전 등의 하위 콘텐츠를 선보였다.
■ 넷마블, '7대죄 키우기'로 또다시 방치형 흥행 주도할까
'세나 키우기'와 같이 또 다른 방치형 RPG의 흥행을 기대하고 있는 넷마블은 '7대죄 키우기'를 내놓음에 있어 일단 모험보다는 안전 노선을 택했다. 하지만, 흥행작을 벤치마킹하고 신규 요소를 더한 후에 글로벌 IP의 유명세를 덧입히면 인기를 끌 수 있겠다는 생각은 조금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다.
쉽게 말해 시장에 이미 비슷한 게임이 서비스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작으로 갈아타려면 신작만의 특징이 부각되어야 하지만 '7대죄 키우기'는 그런 부분에서 조금 미흡했다. 원작 IP의 글로벌 인기를 감안해도 팬이 아닌 입장에서는 섣불리 비슷한 게임을 두 가지 돌리기란, 게임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요즘 쉽게 도전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부분은 출시 후 점점 상승 중인 매출 순위다. 아울러, 개발을 맡은 넷마블에프앤씨도 유저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빠른 업데이트를 약속했다. 다가오는 업데이트에서는 커뮤니티 강화, 기사단 업데이트 등 출시 초반 부족한 콘텐츠를 해소함과 동시에 업데이트 방향성을 공유해 빠른 소통을 가져가는 데 성공했다.
장용권 기자 mir@gamev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