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인디게임 행사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이하 BIC)이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됐다.
10주년을 맞이한 이번 'BIC 2024'는 총 28개국이 참여해 245개의 역대 최다 작품이 전시되었다.
각 부스에서 만난 인디 게임사들은 보통 1인부터 5인 이하의 개발자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번에 'BIC 2024'에서 일반부문 '대상(Grand Prix, 그랑프리)’과 ‘아트(Excellence In Art)’을 수상한 '안녕서울: 이태원편'을 개발한 지노게임즈 역시 1인 개발자였다.
각 부스의 게임을 체험하던 중 허수아비와 고라니의 모티브로 만든 '고수아비' 게임이 눈에 들어왔다. '고수아비'는 한국의 2인 개발사가 만든 카드 배틀 게임이다. 개발사 회사명도 샤이닝 고라니이다.
처음 게임 플레이를 보고,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 카드배틀 게임 '하스스톤'이 떠올랐다. '고수아비'는 2025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PC와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 BIC 2024가 지난 후 8월 23일, 서울에서 샤이닝 고라니의 김현중 PD, 게임 디자인을 맡은 이강용 디렉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질문) 게임의 모티브가 궁금하고 처음 시작했던 시점에서 생각했던 첫 발걸음이 궁금하다?
이강용 디렉터: 저희 게임의 모티브는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다’라는 삼국지 일화입니다. 어렸을 때 삼국지를 즐겨 읽었는데, 삼국지에 나오는 볏짚 등으로 허수아비를 만들어서 아군의 숫자를 많아 보이게 하는 전술을 게임으로 구현하면 어떨까 싶어 ‘고수아비’를 기획했습니다.
카드 배틀이라는 장르의 선택은 저희가 게임 개발을 처음 시작하던 2018년 당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하스스톤’을 즐겨 했기 때문입니다. 저희에게 가장 좋아하고 이해도가 높은 장르를 선택했는데, 이젠 시간이 꽤 지나 굉장히 마이너한 장르에 도전한다는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김현중 PD: 이강용 디렉터와는 중학교 동창으로 아직까지 서로 친한 친구입니다. 제가 중학교 때부터 코딩을 취미로 즐기기 시작하면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때는 플랫포머 액션 게임 위주로 만들었습니다. 대학교 때 이강용 디렉터와 본격적으로 게임 기획을 시작해서 사전등록을 시작한 '고수아비'입니다.
질문) 회사명도 재밌다.? 고라니가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이강용 디렉터: 게임을 개발하면서 게임의 마스코트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왕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야생동물을 채택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허수아비가 농사와 연관된 소재이다 보니, 농작물을 뜯어먹고 도망가는 고라니와 상반되는 이미지를 가지게 될 것 같아서 흥미를 느꼈습니다. 또, 고라니는 우리나라에선 개체수가 많지만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종이라 외국인들에게 생소하고, 한국적인 이미지를 주어 관심을 끌 것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질문) 2명이서 개발한 기간은?
이강용 디렉터: 저희가 막 스무살이 되었던 2018년부터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땐 게임 개발 관련된 지식이나 기술이 없었고, 그냥 취미 생활하듯이 학업과 군 복무를 병행하면서 남는 시간에 조금씩 작업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다 보니 작업물이 꽤 많이 쌓이게 되었고, 작년 여름쯤부터 게임 출시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 집중해서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김현중PD: 개발 기간이 총 6년이 걸렸습니다. 학생 때는 서로 만나서 아이디어를 기획하면서 개발했으며, 군대 복무 기간 중에는 서로 교차하면서 게임 콘텐츠를 쌓고 있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본격적으로 개발에 힘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스팀에서 사전등록을 할 수 있으며, 2025년 3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질문) 게임사 취업 대신 직접 개발한 계기는?
이강용 디렉터: 사실 저희 둘 모두 아직 대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항상 진로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저희가 취업하고 나면, 스무살 때부터 길게 이어진 '고수아비'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작년부터 개발에 전념했습니다. BIC에서 수상을 하는 등의 좋은 결과가 있어서 대학 졸업 후에도 프로젝트는 더 인디게임 개발자로서 도전할 의향이 있습니다.
김현중 PD: 'BIC 2024'에서 루키부문 엑셀런스 인 게임 디지인상을 수상했습니다. BIC 홈페이지 상단에 저희 게임 소개가 올라와서 조회 수가 꽤 많이 나왔습니다. 상금은 없었지만 게임 개발하고, 처음 받는 상이라서 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 상을 받은 계기로 게임 개발에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질문) 카드 배틀게임 '고수아비'를 소개해달라
이강용 디렉터: '고수아비’는 허수아비를 이용해 내 병사의 숫자를 속이는 1대1 심리전 카드 게임입니다. 온라인 PvP가 메인 콘텐츠이고, 카드 덱과 용병 조합을 직접 만들어서 다양한 전략적 성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김현중 PD: 총 10장의 "병사" 카드와 8장의 "허수아비" 카드로 구성된 총 18장의 카드를 사용하는 카드 게임입니다. 보드에는 4개의 지역이 있으며, 카드는 첫 번째 플레이어부터 세 번째 카드까지 순서대로 뒤집힌 상태로 배치됩니다. 각 플레이어가 18장의 카드를 놓으면 게임이 종료되고, 점수는 뒤집힌 카드가 위를 향하게 하여 계산됩니다.
각 지역에는 정해진 점수가 있으며, 해당 지역에 배치된 "병사"의 수가 가장 많은 지역에 점수가 부여됩니다. 뒷면에 있는 카드는 "병사"와 "허수아비"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즉, 한 지역에 많은 카드가 있어도 모두 "허수아비"이고 가장 좋아하는 카드가 다른 지역에 있을 수 있습니다.
질문) 정찰병, 기우제 제사장, 선동가 등 독특한 용병 고용 시스템이 있다.
이강용 디렉터: 저희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서로가 낸 카드의 정체를 게임이 끝나고 나서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시스템이 유저들로 하여금 상대의 노림수를 끊임없이 예측하게 만들어 긴장감을 조성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 답답하고 정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게임 진행 중에 유저가 능동적으로 게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장치를 고안했고, 그것이 용병 고용 시스템으로 발전했습니다. 개인적으론 진짜 용병들처럼 거칠고, 흉악하게 생긴 용병들의 디자인이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김현중PD: 정찰별은 뒷면인 적 병사카드의 수가 0, 홀수 짝수 중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기우제 제사장은 원하는 지역들의 점수를 1 올려줍니다. (여러 지역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동가는 적 병사 카드가 5장 이상이면 1장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질문) 보통 카드게임은 IP가 중요하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하스스톤'은 인기 IP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토대로 제작해서 아직까지 서비스 중에 있다. 게임 세계관과 스토리를 넣으면 어떨까?
이강용 디렉터: 현재 게임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소개하는 캠페인 모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캠페인 모드는 난이도 높은 AI와의 배틀을 통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나가면서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는 PvE 콘텐츠입니다. 튜토리얼의 심화 버젼 같은 느낌이고, 출시 이후 캠페인의 스테이지와 스토리를 추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김현중PD: 카드 배틀 장르를 즐기는 플레이어들은 보통 스토리보다는 온라인 대전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게임 플레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차후 스토리 세계관을 업데이트할 계획입니다.
질문) AI모드와 온라인 배틀모드를 즐기는데 개발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강용 디렉터: 아무래도 심리전으로서의 정체성이 가장 중요한 게임이다보니, AI 모드에서 재미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AI이기 때문에 의외의 수를 많이 두어 게임에 능숙한 개발자들도 당황할 만한 강력한 수를 둘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게임에서 사람과 너무 다르게 플레이하기 때문에 심리전의 몰입감이 많이 깨지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AI는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게임의 룰에 쉽게 익숙해지게 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고, 단순한 효과를 가진 용병들을 활용하게 설계했습니다. 현재 AI는 1개의 덱과 전략을 구사하지만, 추가로 6가지의 AI 덱과 전략을 구체적으로 구상해놨고, 조만간 게임에서 구현할 예정입니다.
김현중PD: 온라인 대전을 개발할 때 여러 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익숙한 전략만 사용하게 됐습니다. 둘이서 대결하면서 여러 대전을 할 때 밸런스 조정을 하는데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이번 BIC에서도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의 모습에서 다양한 결과와 피드백을 얻게 됐습니다. 향후에도 테스트를 진행해서 플레이어들이 재미있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개발하겠습니다.
질문) BIC 부스에서 굿즈가 인상적이었다. 디자인은 한국적이며 독특하고, 상품 비주얼이 대기업 게임사보다 좋아서 놀랐다. 게임 출시 전에 굿즈를 출시한 이유는?
이강용 디렉터: 저희 게임이 BIC 전시 이전에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인지도가 전혀 없었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이 강한 첫인상과 호기심을 느끼고, 게임 체험을 유도하고 싶어 굿즈 준비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습니다.
또한, 제가 직접 하나하나 그려서 디자인한 캐릭터들이다보니 실물 제품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너무 뿌듯해 점점 욕심이 생기고, 여러 종류의 굿즈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제품을 디자인하는 일에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다.
김현중 PD: 온라인에서 굿즈를 제작하는 여러 업체들의 가격을 비교하면서 품질 좋은 굿즈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BIC 2024'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현재 나온 굿즈는 티셔츠, 마우스패드, 장패드, 엽서, 포토 카드, 캐릭터 배지, 고라니 키링 등을 선보였으며, 허수아비나 고라니 봉제인형과 고수아비 캐릭터들이 들어간 머그컵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질문) 2인이 개발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강용 디렉터: 저희가 중학교 때부터 취향도 비슷하고 서로의 성향도 잘 알다보니 게임 개발 내적으로는 큰 어려움 없이 잘 풀렸습니다. 다만 서로 군 복무 시기가 완전히 엇갈려서 개발 기간이 늘어진 부분이 조금 아쉽습니다. 하지만 개발 기간이 늘어진 만큼 서로 게임 개발에 대해 공부하고 실력을 쌓는 시간도 늘어나, 결과적으로 게임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질문) 'BIC 2024'를 체험했다. 소감과 앞으로 사업 계획은?
이강용 디렉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저희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체험해 주셔서 놀랐습니다. 게임 업계의 사람들과 대화하며 많은 점을 배우기도 했고, 일반 관객과 업계 사람들이 바라보는 저희 게임의 첫인상에 대해 분석할 수 있어서 매우 유의미한 시간이었습니다. 또, 마지막 시상식에서 루키부문 ‘엑설런스 인 게임 디자인’을 수상하는 등 저희 20대 인생 절반을 바친 작품이 좋은 결과를 내서 아주 기쁩니다.
김현중PD: 현재 2025년 3월 출시를 앞두었기 때문에 전반적인 게임 서비스 안정화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텀블벅'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게임 소개 페이지를 등록할 계획입니다. '고수아비'를 많이 알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다른 게임쇼에도 적극적으로 기회가 닿으면 참가할 계획입니다.
'BIC 2024'도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합격해서 참가하게 됐습니다. 부스도 무료로 제공받았고, 숙소도 지원받았습니다. 현재 10월 11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대구 콘텐츠 페어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질문) 게임 서비스 계획과 출시 이후 업데이트 계획이 궁금하다? (예를 들어서 용병이 추가된다던가)
이강용 디렉터: 게임 서비스는 무료로 출시되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저희 게임을 즐기는 것이 목표입니다. 온라인 대전 게임 특성상 많은 유저가 접속해야 매치메이킹이 활성화되고,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출시 때의 유저 수를 최대한 확보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출시 이후 업데이트는 카드와 용병 종류, 그리고 캠페인 모드 추가에 초점을 맞출 생각입니다. 게임 출시 때는 게임의 세계관을 소개하고 PvE 콘텐츠를 즐기는 유저들을 위해 캠페인 모드를 추가할 계획이고, 출시 이후에는 캠페인 모드의 스토리와 스테이지를 추가하는 등 전체적으로 콘텐츠를 방대하게 만들 계획입니다.
김현중PD: 스팀에서 게임은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다양한 BM를 통해서 수익이 날 수 있도록 개발했습니다. 향후 새로운 카드와 용병도 지속해서 추가할 계획입니다.
김태만 기자 ktman21c@gamev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