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이즈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오픈 월드 MMO 게임 ‘원스 휴먼’이 국내에서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 출시를 강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넷이즈는 ‘원스 휴먼’을 지난 7월 10일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그런데, ‘원스 휴먼’의 국내 등급분류는 7월 18일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게임물관리위원회 |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에 따르면 ‘원스 휴먼’은 지난 6월 27일 등급분류를 신청했고, 3주 후인 7월 18일에 청소년이용불가로 등급분류가 결정됐다. 출시일인 10일부터 18일까지 8일 간 등급분류가 되지 않은 상태로 국내 서비스를 한 것이다.
지난 7월 9일 출시를 앞두고 국내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넷이즈게임즈의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심의에 대해 질문하자 “12세 이용가를 받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해당 날짜 기준으로 등급분류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심의를 받았다고 답변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게임위의 관계자는 “’원스 휴먼’이 처음부터 청소년 이용불가로 신청한 게임은 아니었다. 심의 중 보완 요청으로 인해 해당 등급분류를 받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등급분류는 신청 후 15일 이내에 이뤄진다. 따라서 넷이즈 측은 여유롭게 2주의 기간을 잡고 6월 27일에 12세 이용가로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게임위의 검토 뒤 보완 요청으로 심의가 늦어졌고, 폭력성으로 인해 게임위가 청소년 이용불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심의가 나올 때까지 출시를 늦춰야 하지만, 넷이즈 측은 출시를 강행했다.
참고로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은 반드시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만약 등급을 받지 않은 게임물을 유통 또는 제공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ESRB와 PEGI에서 '원스 휴먼'의 심의 여부를 검색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
게다가 이 게임은 해외에서도 서비스되고 있는데, 미국의 등급분류단체인 ESRB는 물론 유럽의 등급분류단체인 PEGI에서도 ‘원스 휴먼’의 등급분류결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해외에서는 아예 등급을 받지 않은 채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원스 휴먼’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은 반드시 게임 내에 일시적으로 등급분류 표시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보통 게임을 시작할 때나 로고가 나올 때 노출한다. 스팀 매출 1위를 차지한 ‘퍼스트 디센던트’도 등급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원스 휴먼’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더불어 스팀 상점 페이지에는 보통 해당 게임의 서비스 등급을 표기하고 있는데, ‘원스 휴먼’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물론 스팀에서 이 부분이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넷이즈가 2021년에 출시해 국내 스팀에 서비스 중인 ‘나라카:블레이드 포인트’가 스팀 페이지에 15세 이용가 표시를 하고 있다. 충분히 표시를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라카 블레이드 포인트'의 상점 화면, 출처=스팀 |
스팀 운영사인 밸브는 아직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각 게임사가 직접 표기를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따르는 것은 국내 게임사 혹은 극히 일부의 메이저 게임사 정도다.
스팀에 등록된 게임이 워낙 많은 만큼 이를 따르는 해외 게임사는 많지 않고, 게임위의 인력으로 이를 모두 단속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 지사를 두고 서비스를 하는 게임사라면 게임산업진흥법을 따라야 하지만, 대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국내 유저를 공략하겠다는 넷이즈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은 스팀 플랫폼에서 해당 게임의 상점 페이지를 노출할 때, 생년월일을 입력해 형식적이라도 미성년자의 접근을 한 단계 차단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상점 페이지에 청소년에게 민감한 내용이나 사진, 영상이 보여지지 않으면 이 기능을 사용하지 않기도 한다. 또한 상점 페이지에서 재생되는 영상에는 등급이 표시된다.
출처=스팀 |
현재 국내 스팀 매출 순위 상위권의 게임 중 상점 페이지에서 생년월일 확인을 거치는 게임은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와 락스타게임즈의 ‘GTA 5’ 뿐이었다. ‘원스 휴먼’을 비롯해 EA의 ‘에이펙스 레전드’ 등의 다른 게임은 이 과정을 생략한 채, 상점 페이지를 통해 게임 플레이 영상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좀 더 세심한 운영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게임위의 관계자는 “해당 게임은 물론 여러 게임들에 대해 등급분류 내용 정보 표시 이행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