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 영화 <플랜75>를 봤다. 75세 이상의 고령자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법이 시행된 가상의 미래를 그린 영화이다. 초고령 사회가 된 일본 사회가 노인들의 복지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고자 이런 정책을 시행했다는 가정을 보여주는 영화로서, 일본의 고령 사회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었다. 실제 대상이 되는 노인의 시선과 정책을 홍보하는 공무원의 시선, 선택사를 하는 노인들의 장례 등의 뒤처리를 하는 사람의 시선 등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영화이다.
최근 본 또 다른 다큐멘터리는 일본의 노인 고독사에 대한 문제를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했다. “집에서 죽겠습니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에서 70대 중반인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의 주장이 나온다.
많은 사람이, 노인들이 ‘시설’ 혹은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혼자 집에서 맞이하는 죽음을 ‘고독사’라고 부르며,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노인의 죽음을 대하는 일본의 사회 시스템은 이를 근거로 구축되었다. 이런 현재 일본의 노인 정책과 시스템에 대해서 우에노 치즈코 박사는 강하게 비판한다. 우에노 치즈코 박사는 노인을 대표하여,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시설이나 병원에서 죽기를 희망하지 않았고, 노인의 문제를 결정하면서 노인을 배제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위에서 언급한 2편의 영상에서 공통의 이야기는 사회가 노인들에게 어떤 제도나 환경을 만들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정책과 시스템을 만들 때 노인의 의사는 반영하지 않았다. 노인은 사회적 발언권이 부족하고, 정책과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은 노인의 생각보다 자신들의 생각이 중요했다.
최근 문체부가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문체부가 이번 계획을 준비하면서 업계의 이야기를 얼마나 반영하기 위하여 노력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내용만 봐서는 목표만 있을 뿐 구체적인 달성 계획은 납득이 어렵다. 게임 업계의 이야기를 반영했다고 느껴지지 않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게임산업은 진흥, 육성, 규제 등 유관 부서의 이익과 연결된 사안에 관해서는 항상 주무 부처가 여럿이다. 문체부가 이야기할 때는 콘텐츠이고, 과기정통부가 이야기할 때는 소프트웨어이고, 신기술이 융합된 디지털 융합 산업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게임 제작사를 벤처기업이라고도 말한다. 청소년 학습권을 위한 규제를 할 때는 교육부 관할이라고 하고, 과몰입 이슈로 규제할 때는 정신 건강과 연결된 보건복지부 관할 문제라고도 한다.
게임은 콘텐츠이기도 하고, 소프트웨어이기도 하다. 게임을 제작하는 제작사는 벤처기업이기도 하며, 청소년이 많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이기도 하고, 과물입 이슈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산업 육성을 위한 진흥 사업 같은 예산을 이야기할 때는 산업 관련 부서 모두 담당이라고 말하고, 규제를 이야기할 때도 규제 이슈가 있는 모든 부처가 자신들이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업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어느 부처도 게임 업계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아이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올리버 트위스트’의 악당들이나, 자녀를 재산으로 보고 양육권 소송을 했던 90년대 유명 아역배우 ‘맥컬리 컬린’의 부모들처럼 관련 이권만 관심이 있을 뿐 아이의 성장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게임산업은 ‘올리버 트위스트’도 아니고, ‘맥컬리 컬킨’도 아니다. 우리가 학창 시절 부모님에게 반항했던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부모님의 내 인생의 문제를 부모님의 의사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부모님의 결정이 좋은 의도를 기반한 것이라고 해도 그 인생을 살아가는 당사자는 아이이다. 아이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결정은 아이에게는 폭력이고, 억압이다. 게임산업과 관련한 많은 정책은 게임 업계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게임산업의 일에 게임 업계를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계속 산업 정책에 업계의 목소리를 배제한다면, 게임 업계는 반항할 것이다. 노인이 혼자 집에서 죽는 것이 고독사이고,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라보는 관찰자의 입장이고, 관계자의 입장이다. 많은 노인은 행복하고 편안한 자기 집에서 죽기를 바라며, 이를 ‘재택사’라고 말한다. 게임 업계는 ‘재택사’같은 우리의 생각이 반영된 정책을 원한다.
박형택 칼럼니스트 aceand@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