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는 자사에서 서비스하는 팀 대전 슈팅 게임 '오버워치 2'의 e스포츠 사업 재개를 발표했다. 지난 2023년을 끝으로 '오버워치 리그'는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지만, 북미와 유럽, 중동, 아시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리그인 '오버워치 챔피언스 시리즈'의 출범을 알렸다.
비슷한 시기 CCG 장르의 '하스스톤'도 e스포츠 대회 소식을 발표했다. 2024년에만 '마스터즈 투어 챔피언십' 2개와 '2024 월드 챔피언십'을 진행한다.
(출처-오버워치 2) |
2024년 야심 차게 e스포츠 사업 확장을 예고한 블리자드. 하지만, 두 게임의 e스포츠 대회 소식이 발표된 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e스포츠 부서 정리해고 소식이 삽시간에 퍼졌다. 특히, 해당 소식은 '콜 오브 듀티' 국제대회 직후 보도되면서 여파가 더 컸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연초 게임 사업 분야에서 1,9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 조정을 단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e스포츠 부서 축소도 이와 관련된 일환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현재 액티비전 블리자드 e스포츠 부서에는 약 12명의 인원만이 남아 있다고 전해진다. 전체 72명의 직원 중 60명이 정리해고 당했다. 해고 인원에는 '오버워치' 글로벌 리그를 중계하며 7년 동안 블리자드에 몸담았던 소이 그슈빈드(Soe Gschwind) 캐스터 등 그동안 e스포츠 사업을 전담했던 주요 인력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를 직접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캐스터까지 정리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리해고 소식에 앞서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챔피언스 시리즈'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지역별 e스포츠 주관사를 따로 두고, 운영을 각 주관사에 위임했다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은 한국의 e스포츠 주관사 WDG가 맡고 있다.
북미를 비롯한 유럽, 중동, 아프리카는 ESL 페이스잇 그룹이 전담한다. 지난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소유한 투자사 사비 게이밍 그룹이 ESL 게이밍과 페이스잇을 인수해 합병한 회사다.
e스포츠를 포함해 게임 사업에 공격적인 행보를 가져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 머니가 양사의 파트너십 계약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블리자드는 외부 인력으로 e스포츠의 부흥을 이끌기 위해 내부의 e스포츠 부서 축소라는 결정을 내렸다.
(출처-오버워치 2) |
2023년 막을 내린 '오버워치 리그'는 높은 운영 비용과 낮은 수익 및 시청률로 인해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며 사라졌다. 그런 점에서 고전적인 e스포츠 운영 방침으로 옮겨간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다만, 전반적인 시스템 운영을 바꾸기 위해 e스포츠 부서의 내부 인력을 80% 이상 축소함으로써, 이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용권 기자 mir@gamev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