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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크래프톤 '트리니티 서바이버즈' 만 원의 행복, 그 이상의 재미

기사승인 2024.02.05  09: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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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의 열두 번째 게임 스튜디오인 플라이웨이게임즈의 신작 '트리니티 서바이버즈(이하 트리니티)'가 지난 1월 31일, 스팀에서 얼리액세스를 시작했다. 게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뱀서라이크'로 유명한 '뱀파이어 서바이버즈'와 유사한 액션 로그라이트 장르의 신작이다.

한때 엄청나게 유행했던 '뱀서라이크' 장르는 높은 흥행을 앞세워 다양한 작품들이 시장에 출시됐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간단한 조작과 게임성으로 흉내는 내기 쉬워도, 반복 플레이에 따른 명확한 한계점은 장기 흥행에 걸림돌이 됐다. 그렇게 많은 작품이 '뱀파이어 서바이버즈'의 아류작 또는 모방작이라는 오명 하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런 연유로 잘 만들어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장르다. 이미 시장을 섭렵한 유명 게임이 있다는 것은 신작 런칭에 있어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마련.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작품으로 '뱀서라이크'를 선택한 플라이웨이게임즈의 유신종 PD와 유승열 CD(Creative Director)에게 '트리니티'의 개발 비하인드를 들어봤다.

플라이웨이게임즈의 유신종 PD(좌측)와 유승열 CD(우측)

 

■ 테라로 시작된 인연, '더 포텐셜' 개발 시스템의 첫 프로젝트

유신종 PD(이하 유 PD)와 유승열 CD(이하 유 CD)는 블루홀(현 크래프톤)에서 '테라'를 개발하며 처음 만나게 됐다. 이후 유 PD는 너드게임즈라는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다가 'PUBG: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펍지로 인수되면서 '뉴스테이트 모바일(이하 뉴스테이트)' 개발에 참여했다.

유 CD는 넥슨을 거쳐 블루홀에서 '테라'를 통해 유 PD와 만났다. 이후 엔씨소프트를 지나 펍지에서 '뉴스테이트' 개발로 옮겨와 유 PD와 다시 재회했다. 두 사람 모두 결국은 돌고 돌아 크래프톤에 다시 돌아온 셈이다.

인연을 맺게 해준 '테라'

'트리니티' 개발 초기 인원은 불과 6명에 불과했고, 대부분 '뉴스테이트' 인력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22년 신년사에서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는 제작 프로그램 '더 포텐셜'의 도입을 발표했다. 소규모 개발 인력으로 1년 동안 유저 테스트를 포함해 빠르게 개발에 매진하여 핵심 재미를 검증하는 시스템이다.

외부 인력이 아닌 오로지 내부 인력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환경이다. 비슷한 시기 '트리니티'도 사내 모집 등으로 인력을 계속 충원해 개발 인력 20명을 확보했다. 이후 '더 포텐셜' 시스템을 적용해 본격적인 개발에 돌입했다.

플라이웨이게임즈는 '트리니티' 외에 '더 포텐셜' 추가 프로젝트를 진행해 2024년 내 순차적으로 런칭할 예정이다

기존에 '뱀서라이크' 장르는 소규모 및 인디 개발사들이 주로 개발했다. 또한, 솔로플레이 위주로 멀티플레이 요소를 추가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유 CD는 "2명 혹은 3명이 같이 모여서 할 수 있는 '뱀서라이크'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목표였고, 크래프톤의 향상된 멀티플레이 개발력을 '뱀서라이크'에 접목하면 새로운 느낌이 날 것으로 기대해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 무작위성이 주는 전투의 즐거움

'트리니티' 제작에 있어 참고한 작품은 1인칭 로그라이트 게임 '건파이어 리본'이다. 스팀에서는 93%의 유저로부터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유 CD는 '건파이어 리본' 처럼 전투의 방향성을 계속해서 유저가 새롭게 지향하는 방식을 좋아했는데, 이런 요소를 '트리니티'에 살려 능동적인 전투의 액션성을 넣어보면 어떨지 생각했다고 한다.

건파이어 리본의 스샷, 실제로 귀여운 캐릭터성과 다양한 성장요소 등에서 겹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사실 '뱀서라이크' 장르는 초반의 성장 빌드만 잘 다듬으면, 후반에는 몬스터가 그대로 녹아내리면서 처음의 긴장감이 후반에 풀리는 경향이 있다. 

유 CD는 "뱀서라이크는 후반에 가면 방치형 게임과 비슷하게 내가 육성한 결과물을 바라보는 관찰자적 입장이 강했다"며, "'트리니티'는 초반의 긴장감을 후반까지 유지하는 구성과 함께 지속해서 리스폰되는 몬스터 무리 속에 직접 개입하여 액션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여기에 무작위성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이 강조됐다. 유 PD는 "완성된 덱 빌딩으로 게임을 즐기기 위해 매번 같은 플레이를 해도 무작위성으로 인해 다른 변화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의도하지 않았지만 다른 스킬 빌드를 구성해 보니 오히려 더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무작위성이 주는 즐거움을 강조했다고 한다.

레벨업에 따라 제시되는 무작위 요소 중 전설 등급 요소는 무작위성이 전해주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전설 등급으로 인해 특정 스킬이나 항목이 더 강해지면서 강화된 액션성을 만끽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무작위성의 즐거움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서는 약 180개에 달하는 아티팩트를 해금해야 한다. '트리니티'가 다른 '뱀서라이크' 보다 약간의 학습과 노력이 더 필요한 이유다.

전설 성장의 등장,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 귀여운 캐릭터들이 펼치는 잔혹한 오크 사냥

'트리니티'에 구현된 캐릭터는 현재 8명이다. 그중 4명은 시나리오 캐릭터, 나머지 4명은 익스팬드 캐릭터로 나뉜다. 익스팬드 캐릭터는 사이드 시나리오라 할 수 있는 개인 시나리오를 가진 캐릭터들이다. 8명의 캐릭터는 런칭 시기에 맞춰 처음부터 구상된 캐릭터로서, 이후의 판매 성과에 따라 추가 캐릭터 및 신규 콘텐츠의 도입을 생각하고 있다.

개발 초기에는 캐주얼 게임에 가까운 아트풍을 구상했는데, 캐릭터 설정과 관련된 정보가 부족해 캐릭터에게 개성을 부여하기 어려웠다. 유 CD는 "세계관 없이 캐릭터들에게 개성을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고립된 세계관에서 오크에 대항하는 큰 이야기 줄기를 바탕으로 캐릭터 하나하나에 독특한 개성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은둔형 외톨이 아르기스, 이중인격자 스페독앤팡, 사이코패스 레나 자임, 알코올중독자 타나, 인종차별주의자 제임스 스위스,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네리아 등 각자가 특정한 것 한 가지에 몰두하도록 구성했다. 그 결과 캐릭터 고유의 말투나 아이덴티가 묻어나기 시작했다.

가장 좌측에 있는 4명의 캐릭터가 시나리오 캐릭터

전체적인 캐릭터 디자인에서는 귀여움을 강조했다. 반면 게임성에서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벌이는 잔혹한 액션성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개별 캐릭터가 아닌 캐릭터 3종을 조합하는 시스템 덕분에 특정 캐릭터가 버려지는 일은 없었다.

유 CD는 "캐릭터 3명을 조합하는 방식은 특정 캐릭터가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도 다른 신규 캐릭터가 더해져 새로운 덱 빌드를 연구하면, 이전에 사용하지 않던 캐릭터도 나중에는 부각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특정 캐릭터들과의 조합에 따라 시나리오나 이스터 에그 방식의 시너지도 구현할 예정이다.

캐릭터 3명의 조합은 다양한 덱 빌드를 만들고, 캐릭터의 다양한 활용도로 이어졌다

액션성을 더 화려하게 해주는 요소로 블러드킬이 존재한다. 막타 타이밍에 맞춰 적을 제거하면 확률에 따라 발동하는 게이지 축적형 성장 시스템이다. 증오의 대상이자 터전을 뺏은 오크를 처단하기 위해 잔인하게 죽이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콘텐츠로서, 세계관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특히, 블러드킬을 달성할 때마다 추가 아티팩트를 제공하는데, 그중 코어 아티팩트를 얻으면 캐릭터 조합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증오의 대상인 오크를 잔혹하게 제거하면, 후한 보상을 제공해 원활한 성장을 도와주는 셈이다. 아울러 전투의 잔혹성을 표현하기 위해 찌르고, 터지거나, 베는 공격 방식에 따라 적의 죽는 모습을 다르게 구현했다고 한다.

해골 마크로 블러드킬의 발동 여부를 알 수 있다

'트리니티'는 다른 '뱀서라이크'와 비교해 난도가 높은 편이다. 높은 난이도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미션의 구성은 상당히 짜임새 있다. 유 CD는 "필드에 미션이라고 명시된 곳을 모두 클리어하는 시간은 대략 4, 5시간 정도"라며, "이 정도 시간이면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시스템을 이해하기에 적합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후에 등장하는 필드에는 미션이 아닌 챌린지라는 명칭이 붙는다. 여기서부터 정말 어렵고, 게임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요구된다.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만큼 클리어했을 때의 성취감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모든 필드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엔딩이 존재한다. 엔딩은 멀티 엔딩이 아닌 시나리오 캐릭터 모두 동일한 하나의 엔딩으로 압축된다. 엔딩에서는 게임 내에 담고 싶은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오크 전진 기지까지가 미션, 이후에는 챌린지로 상승한 난도를 체감할 수 있다

 

■ 함께 하는 재미를 강조한 코옵 멀티플레이

'트리니티'의 멀티플레이는 2인 협동 플레이만 가능하다. 초기에는 PvEvP 방식을 구상했지만, 이에 따른 기술과 검증할 데이터가 많아 일단 가장 기본적인 협력 플레이를 통해 같이 플레이한다는 경험 구현에 치중했다고 한다.

멀티플레이는 스팀 친구를 초대하거나 랜덤 매칭으로 이뤄진다. 싱글 캠페인과 달리 난이도가 높은 15개의 미션이 준비됐으며, 협력의 시너지를 살릴 수 있도록 구성됐다. 

또한, 멀티플레이 중에 한 명이 죽을 때마다 라이프 게이지가 소모되는데, 모두 소모해도 생존한 캐릭터가 사망한 캐릭터 옆에 잠시 있으면 부활이 가능하다. 사망했다고 게임에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플레이를 이어가기 위함이다.

특정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오픈하는 협력 플레이가 초반부터 즐길 수 있도록 수정될 예정, 대신 난도는 여전히 높다

'뱀서라이크'는 탄막 슈팅에 버금갈 정도로 화면을 뒤덮는 다양한 이펙트와 효과가 넘친다. 때문에 멀티플레이에서 아군과 함께 펼치는 다양한 공격으로 인해 피아식별의 문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유 PD는 "기본적으로 아군은 푸른색 계열, 적군은 붉은색 계열로 구분했고 투명도와 채도 및 컬러적인 부분에서 구분을 가도록 설정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플레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어울리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아직 경쟁 모드는 없지만 멀티플레이에 포함된 15개의 미션을 누가 먼저 클리어했느냐에 따른 랭킹 시스템이 존재한다. 현재는 신규 멀티플레이 모드로 몬스터 레이드 방식을 구상 중이다. 강한 레이드 몬스터를 누가 먼저 잡는지, 클리어시간을 경쟁하는 타임 브레이크 방식으로서, 현재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고 한다. 유 CD는 "멀티플레이는 앞으로 다양한 모드를 적용하여 이전에는 없는 새로운 모드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플라이웨이게임즈 유승열 CD

 

■ 만 원의 행복, 그 이상의 재미

'트리니티'는 얼리액세스 이후 정식 발매라는 기본 공식을 따른다. 정식 발매 후 유저들의 요청에 따라 추가 스테이지와 신규 캐릭터를 더한 DLC 형태의 판매를 생각하고 있다.

모바일버전으로의 플랫폼 확장은 아직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밸런스를 비롯해 타겟팅 형태의 스킬 구현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트리니티'는 캐주얼한 게임성에 비해 PC에서도 많은 리소스를 사용한다. 유 PD는 "모바일버전의 경우 레벨 디자인과 밸런스 부분은 아예 모바일로 다시 만든다고 생각할 정도라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한다"고 전했다.

플라이웨이게임즈 유신종 PD

신작이 출시되면 개발자 대부분은 자사의 게임을 오래 즐겨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유 CD는 소박하게도 "최소 10시간 정도는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직접 알아가며 배워가는 5시간, 학습한 내용을 실제 게임플레이에 적용해 보는 5시간, 총 10시간 정도만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겨도 개발팀의 1차 목표는 달성된 것과 같다고 한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10시간에 엔딩을 볼 수 있는 게임은 절대 아니다. 난도가 일단 다른 '뱀서라이크'와 비교해 높고, 등장하는 아티팩트만 180개에 달한다. 아티팩트는 반복 플레이를 통해 해금하는 요소로 인해 짧은 플레이타임으로는 여러 아티팩트를 체험하기 어려운 구조다.

아티팩트의 해금과 강화를 비롯해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모든 빌드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정도가 되려면, 유 CD는 약 30시간 정도의 플레이타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가성비다. 결국 가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트리니티'는 현재 출시를 기념해 만 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됐다.

만원으로 개발팀이 강조한 10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그 이상의 재미로 플레이타임을 이어간다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이보다 더 한 즐거움은 없지 않을까.

플라이웨이게임즈의 유승열 CD(좌측)와 유신종 PD(우측)

장용권 기자 mir@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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