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에서 출시한 '천계 패러독스'는 일본에서 2022년 4월 출시 당시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15세 이용가 버전과 성인판의 19세 이용가 버전으로 출시됐다. 국내에서는 15세 버전이 출시됐으며, 일본에서는 정식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100만을 돌파한 바 있다.
전형적인 SRPG 장르인 '천계 패러독스'에서 주인공은 신이 만든 천계에 의해 재앙의 인도자라 불리는 불행을 안게 된다. 세계관의 시작부터 전 세계의 적으로 낙인찍힌다. 시간이 흘러 기구한 운명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주인공 앞에 기억을 잃은 소녀 마카롱이 나타나며, 그녀와 함께 자신을 농락한 천계에 맞서는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 시나리오를 감상하는 3가지 방식
'천계 패러독스'는 메인 시나리오와 메인 퀘스트가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다. 유사한 장르의 게임이 메인 퀘스트 사이에 스토리를 넣는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강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나리오는 메인 퀘스트의 시나리오, 이벤트 개최 기간에만 볼 수 있는 시나리오, 캐릭터 레벨에 따라 개방되는 시나리오로 나뉜다.
메인 시나리오가 보통 일정 분량의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개방되는 것과 상관없이 메인 시나리오만 별다른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대신 이해를 돕기 위해 이전의 메인 시나리오를 스킵하거나 감상해야 다음의 이야기가 개방되는 방식이다.
메인 스토리 외에 캐릭터마다 부여된 고유의 캐릭터 시나리오는 캐릭터 영입 후 확인할 수 있다. 대신 캐릭터를 30레벨 이상 육성해야 해금되는 방식이다. 메인 시나리오를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는 감상 후 첫 열람 보상으로 보석을 제공한다. 보석 제공을 위해 시나리오를 강제적으로 보게 만든다고 할 수 있지만, 자유롭게 스킵이 가능해 재화만 챙기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못 본 시나리오는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어 강제성은 적다.
■ 편의성을 강조한 반면, 조금 부족한 자동 전투
전투는 턴제 RPG 방식으로 최대 5명의 캐릭터로 파티를 구성해 진행된다. 캐릭터를 포함한 적들 모두 속력을 기준으로 턴의 순서가 정해지고, 각자의 턴에서 이동 및 공격을 펼친다. 전투에서의 캐릭터 구현은 2D 일러스트와 달리 SD 캐릭터로 구현하여 박진감을 살리기보다 아기자기한 맛을 살리는 데 치중했다.
초반부터 빠른 시기에 자동 전투를 지원하고, 속도까지 X3까지 지원해 빠른 전투의 편의성은 갖췄다. 자동 전투를 통해 전체적인 전투 시스템을 자동으로 처리하지만, 캐릭터별로 여러 옵션을 직접 설정할 수 있어 나름대로는 체계적인 자동 전투를 지원한다.
작전 변경에서는 캐릭터마다 '전력 전개, 임기응변으로 가자, 회복을 부탁해, TP는 아껴줘' 등의 방침을 정할 수 있다. 또한, 자동 전투에서 사용할 스킬을 켜거나 끌 수 있다. 특정 스킬이 전투에서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작전 변경에서 아쉬운 부분은 직업 타입에 따른 작전의 세분화가 구현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TP는 아껴줘'를 제외하고 명칭별 성격이 명확하지 못하다. 또한, 서포터 캐릭터에게만 적용되는 '회복을 부탁해'는 어택커나 소서러 등의 공격형 타입에 의미가 없다. 즉, 타입별 맞춤 작전 변경이 구비되지 못한 탓에 작전 변경을 통한 자동 전투의 묘미를 오롯이 느끼기는 다소 부족하다.
■ 손이 가지만, 깊이 있는 수동 전투의 묘미
자동 전투와 달리 수동 전투가 필요한 부분은 있다. 주로 맵에 있는 보물상자를 직접 획득하기 위해서나 보스전에서는 확실히 자동 전투보다 수동 전투로 부족한 전투력을 극복할 수 있다. 특히, 수동 전투에서는 캐릭터의 배치부터 턴에 따른 행동의 신중함을 요구한다. 덕분에 SRPG 특유의 턴제 전투에서 오는 한 턴의 소중함을 잘 살렸다.
캐릭터 스킬은 공격, 방해, 보조 스킬로 구성됐는데 상황에 따른 적절한 스킬은 수동 전투를 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공격 스킬이 오로지 높은 데미지를 주는 것에 치중했다면, 방해 스킬은 적에게 소량의 데미지를 주는 것 외에 다양한 디버프를 부여해 전략적인 전투를 펼칠 수 있다. 보조 스킬은 데미지 효과는 없는 대신 체력 회복이나 데미지 경감 등의 유용한 효과로 구성됐다.
아울러 전투 시작 시 캐릭터 5명을 배치하는데 적들도 광역 스킬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전투를 진행할 때 캐릭터를 분산시켜 놓는 등 배치에도 신경 써야 한다.
■ 펫 이상의 영향력, 각양각색의 몬스터
원활한 전투를 보좌하는 수단으로 몬스터 소환이 있다. 각 캐릭터는 버디 항목에 몬스터를 장착할 수 있으며, 전투 중 쌓이는 소환 게이지를 통해 자유롭게 소환할 수 있다. 대신 몬스터는 직접 조작이 아닌 자동 전투만 지원한다. 전투에서 승패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적의 어그로를 분산시키고 전투에서 사망해도 평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몬스터는 각 스테이지에서 보상으로 획득하거나 조합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조합에는 다양한 조합용 아이템이 필요하고,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등급 및 육성이 가능하다. 몬스터는 단순히 캐릭터의 들러리가 아니며, 버디에 장착하는 것만으로도 스탯 향상 효과를 가져다준다. 따라서 캐릭터 수집만큼이나 몬스터 수집과 육성 또한 중요 콘텐츠로 대두된다.
■ 방치형 콘텐츠로 가벼워진 육성의 부담
'천계 패러독스'는 SRPG 장르지만 방치형 요소가 포함되어 게임에 접속하지 않은 시간 동안 다양한 재화를 제공한다. 아울러, 접속하지 않은 시간동안 캐릭터와 몬스터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콘텐츠도 마련되어 육성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트레이닝 룸과 몬스터 룸은 각각 캐릭터와 몬스터 육성을 도와준다. 육성하고자 하는 캐릭터나 몬스터를 선택한 뒤 재료로 에너지와 사료를 투입한다. 그러면,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 경험치 획득을 통해 레벨이 향상된다. 원래 캐릭터 레벨 강화에는 강화의 비약이, 몬스터 강화에는 몬스터 강화제가 필요한데 다수의 캐릭터를 육성하기 때문에 항상 재료가 부족하다.
그런 점에서 밀 하우스에 준비된 트레이닝 룸과 몬스터 룸의 존재는 원활한 육성을 도와주는 요소다. 또한, 밀 하우스의 여러 항목을 업그레이드함에 따라 오프라인 동안 회수할 재화의 획득량을 늘릴 수 있다. 아울러 트레이닝 룸과 몬스터 룸도 업그레이드를 통해 방치형 시간을 늘림으로써, 더 많은 경험치를 제공받을 수 있다.
■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무난함
'천계 패러독스'는 모난 데 없고, 튀지 않으면서 무난한 게임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무난함이 양날의 검과 같다. 시나리오는 그리 길지 않은 내용을 무리하게 나눠 분량만 많아졌다. 이야기의 흡입력이 약한 것도 어쩌면 시나리오와 전투를 따로 분류한 이유로 인식될 수 있다.
자동 전투는 깊이에서 아쉽고, 수동 전투는 번거로울 수 있다. 스킬에 따른 공격 범위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면, 캐릭터 이동 후 전투라는 기본조차 수동 전투에서 번거롭게 다가올 수 있다. 이처럼 게임을 이루는 콘텐츠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여러 가지로 완성도가 아쉽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턴 전투 기반의 SRPG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장르적 신선함이 있다. 또한, SRPG 장르에 방치형 요소를 더한 덕분에 캐릭터와 몬스터 육성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가 적음은 확실한 강점이다. 덕분에 레벨업과 같은 육성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롭다. 이와 같은 무난한 게임성 덕분에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천계 패러독스'만의 매력이다.
장용권 기자 mir@gamev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