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 2019년에 열린 블리즈컨 이후 무려 4년 만에 개최된 '블리즈컨' 이야기다. 팬들의 높은 기대치와는 달리 소소한 소식들로 채워졌다.
블리자드는 미국 시간으로 지난 11월 3일과 4일, 양일에 걸쳐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블리즈컨 2023'을 개최했다. 이번 블리즈컨의 주인공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였다. 장대한 세계혼 서사시를 기반으로 무려 3개의 확장팩을 한 번에 발표하면서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오버워치2 신규 돌격 영웅 마우가와 추가 영웅 및 신규 PvP 모드 클래쉬 ▲하스스톤 확장팩 '황야의 땅 전투'와 전장 듀오 모드 ▲디아블로 4 확장팩 '증오의 그릇' 발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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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블리즈컨 2023 |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WOW'는 블리자드의 꾸준한 캐시카우로서, 이번 블리즈컨에서 확실히 돋보였다. '디아블로 4'는 확장팩을 공개했지만 현재 시장에서의 평가가 점점 하락하고 있는 상황을 역전시킬 만한 카드는 제시하지 못했다.
블리즈컨 개최에 앞서 루머가 존재했던 신작 소식이나 유저들을 깜짝 놀라게 해줄 파격적인 소식은 없었다. 4년 만에 열린 블리즈컨치고는 다소 김빠진 행사가 아닐 수 없다.
아쉽게도 한때 국민게임이라 불린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소식은 없었고, 블리자드의 아픈 손가락이자 흑역사로 기록된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에 대한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2022년 신규 IP이자 AAA급 게임으로 알려진 '오디세이'에 대한 사항은 언급조차 없었다. 사업성이 높고, 매출이 나오는 게임에만 전념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신규 IP의 부재는 블리자드의 현 상황을 직설적으로 알려주는 대목이다. 이번 블리즈컨에서 가장 많은 푸쉬를 받은 'WOW'는 이제 내년이면 정식 서비스 20주년을 맞이하는 오래된 게임이다. 확장팩 중 하나인 '내부 전쟁' 시네마틱 영상에 노쇠한 스랄이 등장한 것처럼 블리자드가 가진 IP들 또한 노쇠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기존 IP 관련 작품으로 연명하는 것은 한계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블리즈컨 개최 전 출시한 '워크래프트 럼블' 또한 워크래프트 IP를 가져다 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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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내부 전쟁 시네마틱 |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오버워치 리그에 대한 소식도 없었다. 덩달아 '2023 오버워치 월드컵' 중계 도중 블리즈컨 오프닝으로 인해 경기 중계를 끊는 등 오버워치 e스포츠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블리자드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번 행사는 블리자드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후 진행된 첫 번째 블리즈컨이다. 개막 발표회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게이밍 사업부의 수장 필 스펜서가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향후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이나 게임패스와 배틀넷의 연계 등 유저들이 궁금했던 사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블리자드에 대한 대중의 분위기는 현재 좋지 않다. 블리자드도 분명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자체 게임쇼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할 기회 였지만, 노쇠한 IP만 돋보였다. 기존 게임들의 예상 가능한 범위 내 소식은 게임쇼라는 큰 무대에 어울리지 않았다. 신작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모험을 즐기던 블리자드는 이제 볼 수 없는 것일까.
장용권 기자 mir@gamev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