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는 게임은 항상 개발자가 정해진 콘텐츠를 보고 즐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간 대화들도 수록된 내용으로 이뤄진다. 심지어 어드벤처 장르의 경우에는 개발자가 만든 텍스트를 보고, 그 루트를 진행해 엔딩을 볼 수 있다.
물론 여러 분기점을 통해 다른 경험을 하도록 만들 수 있지만, 그것도 엄연히 정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유로운 대화는 오직 온라인으로 연결된 유저 혹은 운영자들만 가능하다.
그런데, 이번에 크래프톤의 독립 스튜디오인 렐루게임즈가 조금 독특한 추리 어드벤처 게임을 선보였다. 바로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다.
렐루게임즈는 게임의 재미에 딥러닝 기술을 접목하는 게임 개발을 위해 설립된 독립 스튜디오다. 원래 크래프톤의 시작한 사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독립 법인이 되어 딥러닝 기반의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첫 번째 게임은 AI가 생성하는 로직을 푸는 퍼즐 게임인 ‘푼다’였고, 이번에 선보인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챗GPT 기반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게임이다. 정해진 질문이 아닌, 유저가 직접 질문을 해서 답변을 이끌어 내는 게임인 것이다.
■ 연구소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로봇에게 직접 물어보고 해결하자
이 게임은 네오 미금의 AI 연구실에서 벌어진 최 박사 살해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용의자는 AI 안드로이드 4명이며, 모든 단서가 사건 현장에 있는 만큼 현장의 주위를 탐색하며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게임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FPS 게임의 조작을 그대로 사용한다. WASD로 이동을, 마우스로 시점 조작과 상호작용, 확대 등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인벤토리와 플래시 작동, 앉기, 달리기 등의 행동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구소를 돌아다니며 단서를 모은다.
사건을 해결하려면 일단 수사봇으로부터 사건 브리핑을 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사건의 장소와 피해자, 사건의 개요, 용의자, 사망 시각 등이 기재되어 있고, 이것을 기반으로 사건 추리를 시작해야 한다.
단서를 모으던 중 가운데 있는 포인트가 확인할 수 있는 물건에 근접하면 그 물건에 외곽선이 생긴다. 상호작용으로 확인을 하면 수사봇이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에 대한 힌트를 준다. 물론 확대를 하고 360도로 돌려가면서 증거를 면밀히 확인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추리 어드벤처 게임과 같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바로 챗GPT를 통한 게임 플레이다.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AI 안드로이드와의 대화를 통해 심문을 하는데, 정해진 문구 중에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유저가 직접 대화하듯이 입력을 해야 한다.
핵심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면, 물어보는 방식이 매번 바뀌어도 그에 대한 대답을 한다. 다른 얘기를 해도 잘 대답해준다. 대답은 상당히 자연스럽고, 안드로이드 모두가 각자의 개성을 갖고 있어서 답변도 미묘하게 다르다.
안드로이드와 대화를 하다 보면 중요한 정보를 말하거나, 자꾸 시간을 바꿔 말하는 등 여러 허점이 보인다. 유저는 그 허점을 메모하고 기억했다가, 이를 활용해 사건을 추리하고 사건 경위와 범인을 알아 내야 한다.
참고로 조사를 하다 보면 단서를 찾고, 이것에 대해 묻고 싶기 마련이다. 이때 보통은 그 당사자에게 다시 찾아가야 하는데, 이 게임은 한 번 대화를 한 안드로이드와는 통신을 통해 대화를 언제 어디서든 이어갈 수 있는 편의성도 탑재했다.
하지만 핵심 질문을 했을 때 보여주는 액션이 살짝 다른 만큼, 웬만하면 대면 질문을 추천한다. 집요하게 심문을 하면 안드로이드가 범행 일체를 자백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증거들과 정보들은 사진과 핀으로 연결해서, 사건을 쫓는 데 이해가 쉽도록 보드 형태로 구성할 수 있다. 다만 이 기능은 파악을 잘 하기 위한 정보 정리의 수단일 뿐, 연결을 잘 했다고 해서 힌트를 주거나 하는 등의 기능은 없다.
그렇게 사건의 흐름과 내용을 파악했으면 추리 버튼을 눌러 5가지의 사건의 주요 내용을 직접 입력할 수 있다. 그리고 수사 종결 버튼을 누르면 수사가 종결되고, 그 결과에 따라 방송과 인터넷 등에서 나오는 내용도 달라진다.
총 5단계로 해결 등급이 매겨지는데, 최고 등급인 AAA를 받으면 사건 케이스가 해결되며, 사건의 전말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만약 AAA 등급을 받지 못했을 때는,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더 수사를 해서 올바른 답을 채워 나갈 수 있다. 스토리에 상당한 반전이 있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더 언급은 하지 않겠다.
■ 막 데모 내놓은 게임, 하지만 기존에 경험할 수 없는 재미는 발군
이처럼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내가 탐정이 되어 주체적으로 대화를 하고, 정보를 이끌어내 추리를 해 사건을 해결하는 아주 매력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챗GPT를 제대로 활용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깊이 있는 고민과 추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암담한 게임이 될 수 있다. 다른 비슷한 류의 게임은 어느 정도 질문의 선택지를 주거나 해결의 실마리가 명확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이 게임은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그걸 일일이 직접 대화로 그걸 풀어가야 하다 보니 추리의 진행이 막히고 암담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직접 5개 문항에 답을 넣어 사건을 해결할 수도 있는 방식인 만큼,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는 구조다. 그래서 다른 게임에 비해 더 스포일러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어느 정도 플레이가 이뤄지면 사건 해결 메뉴가 해금되는 요소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이제 막 데모 버전을 공개했다. 지금도 개발 중인 만큼, 발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게임으로 평가하고 싶다. 에피소드를 더 추가해 콘텐츠의 분량을 늘린 정식 버전을 벌써부터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이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