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다시 출시되는 게임의 소식이 많이 들리고 있다. 과거에 즐겼던 추억의 게임이 플랫폼을 바꾸거나, 그래픽과 게임성을 리뉴얼해 다시 등장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을 출시했다가 문제가 발생해 얼마 지나지 않아 서비스를 중단한 뒤, 다시 개발을 해서 출시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리고 보통 그런 게임은 유저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고 뇌리에서 사라지기 일쑤였다.
에피드게임즈의 ‘트릭컬’도 처음에는 그랬다. 지난 2021년 9월 27일에 출시했는데, 출시 시간 지연과 결제 거부를 비롯한 많은 문제가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정식 출시한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서비스를 오픈베타로 전환했다. 또 얼마 뒤에는 서버를 내리고 추가 개발을 한 뒤 다시 오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쯤 되면 유저들은 게임을 잊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저들은 이 게임에 계속 기대를 걸었다. 개발사는 이에 화답했고, 대대적으로 뜯어고쳐 이제는 서비스할 수 있을 게임을 만들었다. 바로 ‘트릭컬:리바이브’다. 다시 오픈하겠다는 그 말이 지켜지기까지 무려 2년의 시간이 걸렸다.
과연 ‘트릭컬’에는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고, 2년 간 어떻게 준비를 해왔을까? 오는 27일 ‘트릭컬 리바이브’의 출시를 앞둔 에피드게임즈의 한정현 대표와 심정선 부대표를 만났다.
에피드게임즈 심정선 부사장(왼쪽)과 한정현 대표(왼쪽) |
Q : 먼저 인사를 부탁한다.
한정현(이하 한) : 에피드게임즈 대표를 맡고 있고 2013년 3월에 창업했다. 그동안 게임을 7개 정도 런칭했다. 그중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성과를 낸 게임도 있었는데, 그때부터 마케팅에서 속칭 약을 빨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는 ‘트릭컬 리바이브’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심정선 부대표(이하 심) : 개인적으로 도와주다가 합류한지 3년이 넘었고 IP와 운영,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으며 개발은 설정 파트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엔 마케팅에 힘을 주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 감사할 따름이다.
Q : 2년 전 게임 출시 철회 이후 지금까지 어떻게 지냈나?
한 : 약속을 지켜야 했다. 런칭하고 2시간 만에 출시를 철회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IP의 수명이 끝난다고 판단했다. 그대로 서비스하면 종료할 게 뻔했다. 겨우 살려낸 IP와 팬덤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스노우볼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년에서 1년 반 정도를 계획했는데, 하다 보니 이렇게 오래 걸렸다.
심 : 제일 고생한 건 ‘트릭컬’의 이미지가 망한 프로젝트였기에 합류할 개발자가 없는 것이었다. 그걸 바꾸기 위헤 CBT를 했고 반응이 좋았다. 리텐션이 80%가 나와서 그걸 증명하기 위해 로우데이터를 엑셀로 갖고 다녔다. 그걸 보고 게임의 가능성과 마케팅 스타일까지 마음에 들어 하신 분들이 합류했다.
그 중에는 업계 12년차도 있었고, 그 분을 믿고 따라온 분들도 있었다. 그분들이 사내 분위기를 만드는데 노력을 많이 했고, 그런 인재들과 함께 게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앞서 언급한 분이 ‘그간 경험한 회사 중 분위기는 제일 좋지만 제일 빡세다’는 말을 하신다.
참고로 파이널 CBT를 하고 1주일 휴가 기간이 주어졌는데, 각자 쉬지 않고 다들 함께 바다낚시를 가더라. 배 하나 빌려서 자기들끼리 모여서 갔지만 아무것도 못 잡고, 결국 돈 주고 회를 사 먹었다고 들었다.
에피드게임즈 사무실의 모습 |
Q : 그 사이 회사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심 : 2년 전 대비 80% 이상 개발진이 바뀌었다. 아트와 스토리를 제외하고 다 바꿨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좋게 헤어졌고 지금도 연락이 온다. 그러면서 회사의 방향성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작은 회사에서 만드는 작은 게임을 지향했는데, 어그로를 끌다 보니 게임 사이즈를 키워서 준메이저급 퀄리티를 지향하게 됐고, 그에 맞는 인원으로 채웠다. 직원 규모는 2배 이상 증가해 40명 정도 된다. 사무실에 공간이 없어 테이블에서도 일하고 있지만 다들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Q : 수익 없이 2년을 버틴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인데?
한 : 사고가 터졌을 땐 멘탈이 정상이 아니었다. 내가 죽어야 해결되나 생각도 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였다. 그래서 집도 팔고 내 인생을 걸었다.
심 :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하고 개발했다. 투자도 없었다. 온전히 저희 돈을 태워서 일하고 있다.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도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 참고로 저희 둘은 연봉 서열로는 밑에서 3~4번째다.
Q : 출시 날짜가 9월 27일이다. 2년 전 ‘트릭컬’의 출시일이다. 의도한 것인가?
한 : 의도한 것이다. 6개월 전에 파이널 CBT가 끝난 뒤 ‘할 거면 이때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마케팅 효과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탄신일과 사망일이 같은 거다. 우리가 돌아왔다고 알리려면 같은 날 해야 한다고 했고, 개발팀에서 8~10월 정도로 얘기하고 있었기에 개발팀이 납득해 그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게임과 관련해 강하게 의견을 냈던 건 출시 날짜와 게임 제목이었다.
Q : ‘트릭컬 리바이브’에 대해 소개한다면? 그리고 이전 버전과 비교해 달라진 부분은?
한 : 예전 ‘트릭컬’은 오토체스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모바일 RPG에 오토체스 특유의 카드 시스템을 더했다. 캐릭터를 뽑아 강화하고 스펠 카드를 뽑아 특수 기술을 사용하며, 장비와 아티팩트 등을 유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게임의 피로도가 있을 수 있기에 오토 플레이도 지원한다. 게임의 경량화도 많이 했고 전투 중 개입할 수 있는 요소들도 만들었다. 전체적인 볼륨은 예전 대비 5배 정도 늘렸고 종류도 늘렸다. 여러가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준비했다.
심 : 무엇보다 게임의 지향점을 ‘귀여움’과 ‘볼따구’의 2가지로 제대로 정하고 여기에 올인했다고 보면 된다. 이를 위해 시스템의 룩앤필을 바꿨다. 연출과 표현 모두 귀엽게 하도록 노력을 많이 했고, UI와 UX에서도 그런 게 드러나도록 했다. 다른 좋은 서브컬쳐 게임이 많지만, 볼을 당기며 웃을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었다.
Q : 4월 진행된 파이널 CBT에서 유저들의 피드백은 어땠나?
심 : 압도적으로 볼따구를 좋아해줬다. 설문으로 게임의 특장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88%가 볼따구였다.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볼을 당기는 연출을 많이 넣었다. 그걸 보며 ‘우리의 장점을 강화하는 게 맞구나’라고 생각해서 방향을 더 잡게 됐다.
Q : 그 사이 유사 장르로 많은 게임들이 출시됐다. 어떤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을까?
한 : 그런 게임은 대부분 깊고 어둡다. 현실마저 팍팍한데 우리는 밝고 명랑하고 생각없이 웃을 수 있게 즐기는 세계관을 지향한다. 심지어 그 세계관에 전생해서 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다.
심 : 왕국에서 반란이 나는데 그 이유가 간식을 안 줘서다. 하찮은 걸로 싸워서 받는 벌이 손등 맞기 등 귀여운 에피소드가 많다. 폴빠 작가가 갑자기 훅 들어오는 시리어스물도 잘해서 반전 요소도 있는데, 그렇게 훅 들어오진 않을 것이다. 물론 한 가지 답만 줄 수 없으니 다양한 맛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귀여움 원툴 게임은 아니다. 원작 소설이 있는 만큼 세계관 스토리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도 많지만 걱정 안 하셨으면 좋겠다.
'트릭컬:리바이브'는 오프라인에서도 출시를 알렸다. |
Q : 볼따구와 귀여움 외에 유저들이 어떤 재미에 집중하면 될까?
한 : 스토리다. 파이널 CBT 때 게임성이 평범하다고 이야기해도 스토리는 호평했다. 다른 서브컬쳐를 하는 유저들도 재밌다고 했다. 보통 스토리를 스킵하고 나중에 유튜브로 보는데, 인플루언서들의 평도 좋았다. 스토리로 4~5시간동안 방송하는 걸 보면서 더 정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마 극장과 이벤트 스토리가 있는데, 그걸 더 강화해서 폭발적 재미와 반전 연출을 많이 넣었다.
심 : 보통 서브컬쳐 게임의 메인 이미지는 8등신이라 정지된 이미지인데, 우린 감정 표현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한다. 애니메이션이 많으면 50종, 적어도 40종의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 조금씩 다 다르고 캐릭터의 특성이 나타나도록 상황과 대사가 나와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아트팀이 레벨업을 많이 했고 전성기를 달리고 있으며, 아트팀 규모도 3~4배 늘렸다.
Q : 스토리 모드 외에 콘텐츠는 어떤 게 있나?
한 : 교단 시스템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우스와 장식품을 꾸밀 수 있고 스테이지 공략이나 레이드, PvP 등의 콘텐츠도 있다. 스테이지 공략은 고난이도로 가면 카드나 캐릭터 선택에서 전략을 짜야 한다. 컨트롤이기보다는 상황에 따른 선택이다.
심 : 다른 게임들은 높은 난이도를 반복하게 하는데, ‘트릭컬 리바이브’는 순한맛-매운맛-핵불맛으로 나눠서 순한맛은 반복 파밍, 나머지는 한 번 클리어하면 보상을 크게 주는 방식이다. 심지어 확정 3성 캐릭터도 준다. 하지만 클리어가 어렵다. 운이 좋으면 쉽게 깰 수도 있다. 참고로 다른 게임은 재시도에 재화 차감이 있는데 우린 없다. 바로 시도할 수 있다.
그리고 서브컬쳐 게임이다 보니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는 호감도 시스템과 스토리도 많이 준비했다. 대부분 6개씩 있으며, 모두 다른 스토리와 매력을 살릴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됐다. 여기에 미디어믹스를 통해 게임 외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세계관 PV도 그중 하나다.
Q : 최근 공개된 홍보 영상들이 화제였다. 어떻게 만들게 됐나?
심 : 저질러버렸다고 보면 된다. 예전부터 하면 좋겠다고 했던 아이디어들을 모았다. 마케팅이 대자본이 없으면 아이디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뒤에 책임은 대표가 진다고 해서 강행했다. 없는 환경에서 나온 결과물이지만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 향후 2~3편 정도 더 나올 예정이다. 그중 정상적인 것도 있다. 패러디도 아니고 긱(Geek)한 영상을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광고를 내는데 심의에서 맞춤법이 틀리다고 지적받아서 ‘마참내’가 들어가지 못했다.
한 :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잘 만들어졌다. 어떻게 하면 고소 당하지 않을까 연구하고 자문까지 받고 만들었다. 민감한 광고는 음을 바꿨다.
Q : 출시 이후 업데이트 계획은?
한 : 출시 후 1주일 뒤에 테마극장 ‘멜트다운 버터’가 업데이트된다. 그리고 이벤트 기간인 2주 동안에 특별한 사건을 겪을 수 있다. 각 캐릭터가 주인공인 스토리이며 매력과 어필 포인트를 보여주는 콘텐츠다. 보상도 있다. 메인 콘텐츠도 업데이트할 예정이며 스토리 보강이 첫 번째다. 그 다음엔 길드 콘텐츠도 나온다.
유저들이 원하는 게 스토리가 끊기지 않는 건데, 테마극장은 주기적으로 할 예정이다. 예상보다는 빠를 것이다. 교단 콘텐츠도 확장할 예정이며 6개월 분량의 업데이트 플랜과 콘텐츠, 신규 캐릭터가 준비됐다. 그래서 출시까지 2년이 걸렸다. 기존 캐릭터 설정이 바뀐 캐릭터도 있어서, 그 부분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CBT때 나왔던 캐릭터가 출시 때 나오지 않는다면 예쁘게 바뀌어 향후 업데이트 된다고 보면 된다. 아니면 테마극장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Q : BM은 어떻게 되나?
심 : 카드는 스테이지나 콘텐츠로 습득이 가능하다. 메인 BM은 사도 뽑기와 월정액, 시즌패스가 될 것이다. 월정액은 3,300원과 5,500원 두 가지이며 시즌패스는 11,000원이다. 다 합치면 19,800원이다. 이것만 해도 충분히 플레이가 가능하고 스토리를 다 보는데 문제가 없다. 무과금이어도 시간만 들이면 즐길 수 있다. PvP도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충분히 보상 얻을 수 있을 것이다.
Q : 출시 후 목표로 하는 성과가 있다면?
한 : 2년 전 ‘포켓몬 유나이트’ 출시 때문에 인기 순위에서 2위를 한 적이 있다. 이번엔 양대 마켓에서 1위를 하고 싶다. 매출은 예측되는 게 없다 보니 양대마켓 인기 1위가 목표다. 원스토어와 갤럭시스토어의 출시는 아직이다. 안정화된 이후 도전할 것 같다.
Q : 굿즈나 이모티콘 등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이 여전히 많다. 상황이나 계획은?
한 : 굿즈는 그동안 본격적으로 제작하지 않았고 판매가 아닌 행사 제공용으로 만들었다. 이 기조를 바꿀지 말지는 향후 반응을 보고 판단하겠다. 지금처럼 수제작을 하기는 힘들고, 업체를 끼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경험 부족하다 보니 지켜보는 중이다.
심 : 긱한 상품을 보이고 반응이 좋았던 거라 나중에 나오는 것들이 유저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신규 굿즈가 몇 개 있고 특이한 케이스가 많아서 판매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일단 기믹이 있는 아크릴 스탠드를 준비 중이다.
이런 형태의 굿즈도 유저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
Q : 마지막으로 오래 기다려준 유저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한 : 재작년에 유저와 은행에 대한 부채 의식이 많았다. 양쪽 다 이자가 붙어 부채가 늘어나다 보니 납득할만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명절에 재미있게 즐겨 주시길 바란다.
심 : 기다려 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 뿐이다. 군대도 아닌데 2년을 기다리기 쉽지 않다.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신 건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1차 CBT때 나온 반응 때문에 개발팀을 꾸릴 수 있었다. 도움이 많이 됐고 그래서 출시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여러분 덕분에 가능했다. 그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출시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