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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시안 게임 e스포츠 종목에 숨어있는 중국의 이기주의

기사승인 2023.03.27  20: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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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오는 9월 23일 개막한다. 아시안 게임 최초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참가하기에, 게임 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e스포츠 종목 7개를 자세히 살펴보면, 주최국인 중국의 금메달 수를 최대한 늘리기 위한 의도가 보인다. 게임 산업과 e스포츠 산업 입장에서는 역사적인 대회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마음 한편은 씁쓸하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오는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진행된다.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참가하는 최초의 아시안 게임이다. 각 국가를 대표하는 e스포츠 선수들이 조국에 금/은/동메달을 선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 조직위원회는 아시아e스포츠연맹(AESF)과 함께 e스포츠 종목에 대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도 KeSPA를 중심으로 4개 종목 대표팀을 구성하고 있다.  

이렇게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대회인 만큼, 어떤 게임이 정식 종목으로 선정되는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선정된 게임은 ‘Arena of Valor’(‘왕자영요’ 글로벌 버전), ‘도타2’, ‘몽삼국2’, ‘피파온라인4’, ‘하스스톤’,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아시안 게임 버전, ‘스트리트 파이터5’ 이상 8개였다. 그런데 지난 16일에 ‘하스스톤’이 제외되면서 7개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 8개 종목이 처음 발표됐을 때부터, ‘중국 중심으로 종목이 선정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었다. 그런 비판이 나왔던 핵심 이유는 ‘몽삼국2’와 ‘Arena of Valor’(‘왕자영요’ 글로벌 버전) 때문이다. 그래도 다른 6개 게임은 다양한 국가에 출시됐지만, ‘몽삼국2’와 ‘Arena of Valor’(‘왕자영요’ 글로벌 버전)는 사실상 중국에서만 활성화된 게임이다. (한국에서는 넷마블이 ‘Arena of Valor’를 한국에 맞게 현지화한 ‘펜타스톰’을 출시했었지만, 서비스가 종료됐다.) 따라서,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입장에서는 이 2개 게임은 대표팀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어찌어찌 대표팀을 구성하더라도, 중국 대표팀의 수준을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면 중국은 e스포츠 금메달 7개 중에서 2개를 높은 확률로 가져가게 된다. ‘중국 중심으로 종목이 선정됐다’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나머지 5개 게임을 살펴보면, 중국 입장에서 불편한 종목은 거의 없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중국 업체 텐센트의 자회사인 라이엇 게임즈가 개발한 게임이고, 중국에는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다투는 강팀들이 많다. ‘도타2’ 세계대회에서도 중국팀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텐센트와 크래프톤이 공동 개발한 게임이고, 중국판인 ‘화평정영’의 중국 유저층도 굉장히 두텁다. ‘피파온라인4’도 중국에서 정식 출시된 게임이고, 동남아시아에는 다소 늦게 출시됐다. 따라서 주최국인 중국 대표팀의 우승 확률이 굉장히 올라간다. 그나마 ‘스트리트 파이터5’가 중국과 특별한 관계가 없고, 중국이 세계대회에서 특별히 강세를 보이지 않는, 유일한 ‘중립적인’ 게임이다.

그런데 최근에 ‘중국 입장에서 불편한 종목’이 하나 생길 뻔 했다. 바로 ‘하스스톤’이다. 지난 1월에 '하스스톤' 중국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중국은 대표팀을 구성하기가 힘들어졌다. 하지만 이는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선정된 몇몇 게임에서는 이미 벌어진 일이다. 7개 게임 중에는 중화권을 제외한 국가에서 서비스되지 않는 게임도 있고,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만 서비스되는 게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5개국이 참가하는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아무런 문제 없이 선정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최국인 중국에서 서비스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아시안 게임에서 무조건 빠져야 한다’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하스스톤’은 결국 아시안 게임 종목에서 제외됐다. 아시아e스포츠연맹은 “’하스스톤’의 참가를 위해 노력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이에 정식 종목에서 제외하는 것을 제안했고, 이 제안은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에서 승인됐다”라고 전했다. 주최국인 중국 입장에서는, ‘금메달에 도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매우 불편했을 것이다. e스포츠가 아시안 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참가하는데, 금메달 8개 중에 1개를 다른 국가에 내주어야 하는 상황이 달가울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하스스톤’은 제외하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위에 언급한 변수들이 종목 선정과 제외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보이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렇게 되면,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 주최국의 금메달 수를 지원해주는, 일종의 ‘개최국 어드밴티지’로 활용되는 존재라는 인상을 남기게 된다. 안 그래도 e스포츠가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이 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런데 지금처럼 주최국이 유리한 종목들로 채워진다면, e스포츠의 정식 종목 참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는 앞으로 더 커지게 된다. e스포츠의 정식 종목 참가는 분명 기쁘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정식 종목 선정은 이런 식으로 되어선 안 된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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