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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펄게임즈 소울라이트 게임 ‘베다’, "인디 고정관념 허물 것"

기사승인 2022.07.19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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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해보고 싶은 게 있다. 바로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 하지만 회사라는 것이 다 그렇듯, 원하는 대로 되진 않는다. PD급이 되어 회사를 설득시킨다면 그나마 가능하겠지만,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지 않으면 그 게임의 개발은 원래 방향대로 가지 않는다.

그나마 따로 회사를 차릴 상황이 되면,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회사를 차리고 더 큰 성과를 이루려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소규모 팀을 꾸려서 원하던 게임을 만들려는 목표는 생각에만 그치고, 실천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특히 경력이 20년 정도가 되면 더더욱 어렵다.

그런데 여기, 평균 2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인디 게임 개발사를 차렸다. PC 게임은 물론 콘솔 게임 개발 경력까지 갖춘 그들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해 두 달 만에 그들이 원하는 게임의 첫 전투 빌드를 만들었다. 얼마 전 공개된 영상은 크게 화제가 됐다.

이에, 판교에 위치한 트라이펄게임즈를 찾아갔고, 그곳에서 정만손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진짜 게임과, 인디 게임에 대한 그의 도전 목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트라이펄게임즈 정만손 대표

 

Q : 어떻게 인디 개발사 창업을 결심하게 됐나?

대형 게임사 위주로 다니던 지금의 멤버들은 ‘BM이 강하지 않고 양산형이 아닌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마다 회사에 속한 상황에서 특징에 따라, 혹은 회사의 이슈로 프로젝트가 길게 가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졌다. 결국 직접 우리가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상황이 어렵더라도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Q : 회사 이름을 트라이펄로 정한 이유는?

처음에 3명이서 시작했고, 역량은 되지만 성과 측면에서 대단한 결과를 내진 못했기에, 바닷속에 숨어있다가 나와 빛을 발하는 진주처럼 되자는 느낌으로 지었다. 로고의 모양은 3개의 원을 가진 스피너를 보고 만들었다.

 

트라이펄게임즈 사무실 전경

 

Q : 개발진의 주요 경력은?

‘임진록2+ 조선의 반격’과 ‘거상온라인’ 시리즈, ‘썬 온라인’과 ‘뮤 레전드’, ‘프리스타일 풋볼’ 시리즈, ‘아키에이지’, ‘블레이드&소울’ 시리즈, ‘로얄블러드’ 등의 개발에 몸담았고, 최근까지는 멤버들이 함께 ‘리틀 데빌 인사이드’라는 인디 게임을 제작했었다.

 

Q : 인디 게임 개발을 시작하는 것도 어렵지만, 오랜 경력을 가지고 시작하는 건 더 어려운 게 현실 아닌가?

맞다. 그래서 ‘너희는 인디 아니지 않냐’는 말이 들리긴 한다. 인디 게임은 한국에서 경력이 짧은 개발자가 만든 게임이라는 뜻으로 많이 알고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존에 없었던 시도와 도전 정신을 갖고 덜 상업적이게 만드는 게 인디 게임 아닌가. 

그래서 ‘하데스’를 만든 슈퍼자이언트게임즈가 롤모델이다. 그리고 규모가 커야만 게임이 재밌냐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소규모 회사도 충분히 인디일 수 있고 인디 개발사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큰 조직에 있으면 좋은 점도 많지만, 안 좋은 건 개발에 집중하지 못하고 조직과 사람 관리에 시간을 대부분 사용하게 된다는 거다. 그래서 혹시나 성공해도 규모를 크게 늘릴 생각은 없다. 프로젝트를 2개까지 할 순 있겠지만, 20명이 넘지 않는 인원이 2년 안에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최대치라고 생각하고 있다. 개발이 길어지고 사람이 많아지면 개발 방향이 바뀐다.

 

Q :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투자는 받지 않았을 듯 한데?

내부 자금으로 개발 중이다. 엔젤이나 시드 투자도 생각하고 있고, 퍼블리싱 계약도 이야기 중이다. 우리의 개발 방향을 지지해주는 곳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부터 자리 잡은 후, 우리가 어렵거나 경험이 적은 인디 개발사들을 도와주고 끌어가는 역할을 하고 싶다.

 

 

Q : 개발 중인 게임 ‘베다’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부탁한다.

소울라이크 장르에서 영감을 받은 전투 스타일에 로그라이트 성장 개념을 더한 성장형 액션 로그라이트 게임이다. 두 장르가 매니아가 있어서 이걸 섞으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서 개발하게 됐다.

훈련용 프로그램에 접속하게 된 주인공이, 강력하고 위협적인 몬스터들과 장애물을 극복하며 기억을 되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조작은 이동과 락온, 약공격과 강공격, 막기와 패링, 구르기가 있으며, 죽으면 HP가 모두 회복되고 재배치된다.

 

Q : 이름이 베다인 이유는? 혹시 메인 액션이 베는 것이기 때문인가?

중의적 표현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훈련용 프로그램의 이름이 V.E.D.A다. 여기에 접속한 주인공이 훈련을 끝내야만 접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소드 아트 온라인’의 느낌이랄까? 이를 헤쳐 나가는 것에 로그라이트 느낌을 넣었다.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만 시작 전에 무기나 아이템을 세팅할 수 있고, 시작하면 못 바꾸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Q : 개발 기간이 상당히 짧은데도 어느 정도 결과물이 나왔다. 비결은?

2021년 12월 회사를 설립했는데, ‘베다’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건 두 달 반 정도 됐다. 사실 ‘베다’가 첫 게임은 아니고, 따로 있다. 소울라이크를 진짜 라이트하게 풀어보자고 생각해 복셀 그래픽 스타일로 3개월 정도 만들었는데, 멤버나 회사의 강점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인디 게임이라는 피드백이 많아 고민중이었는데, 마침 언리얼 엔진 5가 출시됐고, 우리가 가장 잘 하는 걸로 도전하자고 결정했다. 그래서 기존의 프로젝트는 홀드하고 ‘베다’의 개발을 진행하게 됐다.

​두 달 동안 만든 빌드를 기반으로 영상으로 만들어 공개했는데 대부분 안 믿었다. 퍼블리셔가 빌드는 언제 나오냐고 물었을 정도다. 개발 빌드 플레이를 촬영해 하루만에 만든 영상이다. 현재 빌드 기준으로 커스터마이징도 되고 AI 구조도 설계됐다. 그래서 보스 전투를 우리가 재밌다고 느끼고 소울라이크 장르 매니아들도 인정할 만 한지 실험하는 빌드라고 보면 된다. 이게 돼야 우리가 계속 개발할 수 있고, 그게 아니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AI 구조는 이미 만들어진 만큼 일반 몬스터나 다른 보스를 만들 때 더 빨리 만들 수 있다. 테스트해서 피드백 받으며 빠르게 바꾸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캐릭터와 보스 전투만 구현돼 있는데, 현재 데모 버전을 준비 중이다. 성장과 교체 요소를 포함하고, 일반 몬스터와 트랩이 랜덤하게 나오는 스테이지와 보스 전투, 그리고 다음 스테이지가 연결되어 나오는 형태로 생각하고 있다.

 

 

일단 전투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보니, 메인 캐릭터의 캐릭터성이 우리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라 변경이 있을 것이다. 아트 스타일 변경을 논의 중이고, 나오는 대로 바로 적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물론 배경은 파라곤 애셋의 일부를 썼지만, 두 달 만에 이 정도의 결과물을 만든 비결이자 이 장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개발 프로그래머가 캐릭터와 전투, 엔진과 구조를 잡는데 익숙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그분이 소울라이크 매니아이기에 세부적 기획 없이도 프로그래머단에서 직접 소울라이크의 게임성을 잡아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된다.

그분에 더해 다른 멤버도 경력이 많고 언리얼 엔진을 써온 데다가, 모두 그 장르 자체의 기묘한 느낌을 다 알고 있기에 개발이 빨리 이뤄질 수 있었다. 캐릭터와 보스 모델링도 이틀밖에 안 걸렸다. 하지만 아직 이펙트가 부족하고, 아트적 퀄리티를 올리고 있다.

처음엔 모바일 플랫폼에 먼저 출시하려고 해서 모델링도 그 수준으로 맞췄었다. 하지만 이젠 PC 플랫폼에 먼저 내는 걸로 전략을 바꿨고, 디테일을 더 향상시킬 예정이다. 모바일 시장에서도 컨트롤 위주의 액션 게임에 대한 니즈가 있긴 할 텐데, 모바일에서 컨트롤 중심으로 만드는 게 시간이 더 걸릴 듯해서 PC와 콘솔 먼저 진행하고, 가능하면 모바일도 출시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Q : 로그라이트 장르가 자리잡긴 했지만, 매니악 장르를 쉽게 만든다는 건 어려울 듯한데? 정확한 타겟층은 누구이며, 핵심 재미는 무엇인가?

소울라이크 게임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입문할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 ‘유 다이’라는 밈은 장르를 몰라도 아는 정도가 됐다. 실제로 소울 시리즈 같은 게임을 해보고 싶은 사람은 많다. 통계에 따르면 ‘다크소울3’ 구매자 중 끝까지 깬 사람이 24%밖에 안 된다더라. 시리즈 판매량은 3천만 장이 넘는데 말이다. 다행히 ‘엘든링’이 소울의 대중화를 했고 잘 풀었다고 본다. 

그 모습을 보며 소울라이크의 시장이 어느 정도 대중화됐구나 생각했고 여기에 힌트가 있다고 생각했다. 매니아들도 공략하기 위해 소울라이크식 전투와 난이도를 공략하고 해결했을 때 얻는 성취감은 필수로 유지하지만, 조금 라이트하게 접근할 예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베다'를 소울라이트 장르라고 칭하고 있다.

 

 

소울라이크식 전투의 난이도나 스타일을 살리지만 성장 요소를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어서, 매니아와 입문자 모두 즐기게 하는 것이다. 로그라이트 요소로 성장요소를 주지만, 이게 필수이자 자동이 아니라 유저가 선택할 수 있도록 밸런스를 유지할 생각이다.

일단은 싱글 플레이가 중심이다. 랭크 시스템에 대한 유혹과 욕심, 그로 인한 재미는 분명 있는데, 유저 스스로의 만족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만족감을 주는 게 먼저다. 물론 나중에 업데이트를 할 수도 있다.

게임을 시작하면 처음엔 한 손 검과 한 손 방패 캐릭터를 사용하는데, 향후 클래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어떤 무기를 들었고 어떤 클래스냐에 따라 재미가 달라진다. 그래서 다회차 플레이를 하게끔 설계해 뒀고, 클래스마다 무기와 방어구를 변경할 수 있고, 옵션도 부여되어 이에 대한 공략도 달라지게끔 전략적으로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방패는 패링이 쉬워지거나, 그로기 상태가 오래 걸리거나 등 다양한 옵션을 장비에 줘서, 어떤 장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Q : 론칭 기준으로 게임의 볼륨은 어느 정도 예상하나?

엄청 많진 않을 것이다. 인디 개발사이기 때문에 매출 측면에서 공개일이 늦춰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전투 스타일은 지금 버전의 베다를 통해 확장해 나가는 것으로 구상하고 있다. 그리고 분량은 최소 20층에서 최대 30층 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자금 상황에 따라 콘텐츠의 양이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베다’의 완성형 게임인 '프로젝트 B'도 개발 예정인데, 2년 정도 잡고 있다. PC와 콘솔로 출시되며 첫 버전과 세계관이 연결되고. ‘베다’가 끝날 때 세계관에 대한 설명과 반전요소가 있을 것이다.

 

Q : 검증되지 않은 언리얼 엔진 5보다 익숙한 언리얼 엔진 4를 쓰는게 개발이 더 빠르고 결과물도 안정적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조금 다르다. 언리얼 4의 방식을 5에서 쓸 수 있도록 한 건 맞지만, 언리얼 5는 4에 비해 적은 인원의 개발자가 손쉽게 쓸 수 있도록 변경됐다. 그 부분이 크다. 언리얼 4는 우리 인원이 손대면 안 된다. 유니티를 쓰는 게 맞다. 하지만 아트적 측면에서도 좋아졌고 도입하는데 있어 큰 고민이 없었다. 그 전에 베타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는데, 금방 적응해 진행하고 있다.

 

Q :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스팀이나 에픽스토어를 통해 패키지 방식으로 판매한다. 가격은 콘텐츠 분량에 따라 정할 것인데, 얼리액세스 방식도 고민 중이다. 출시 시기는 내년 상반기로 잡고 있다.

 

 

Q : 내부에서 갖고 있는 개발 철학이 있다면?

게임라이트(Gameright)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중심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우리는 게임 자체에 집중하고 싶었다. 게임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취미생활 중 하나인 만큼, 재미를 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 더 찾게 되기 때문이다. 그 핵심을 중심으로 하는 회사를 만들고 글로벌 시장에서 누구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사실 이게 기본인데 어느 순간부터 어떤 BM을 써서 얼마 매출을 낼 것이냐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임 업계의 상황이 많이 싫었다. 게임회사 다닌다고 말하기가 이상하게 꺼려 지기까지 했다. 이전 프로젝트들도 그런 부분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는데 맘대로 되지 않았고, 그런 걸 겪으며 여기까지 오게 됐다. 기본이 되는 재미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에 집중하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인디에 대한 고정 관념을 허물고 싶다. 특히 인디 게임의 스타일이나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을 허물고 싶다. 규정짓기 어렵지만 인디만의 감성이나 도전을 중요하게 봐줬으면 좋겠다. 우리도 도전하는 중이다. 나아가 한국 대표 인디 개발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Q : 개발 인원을 더 늘릴 계획은?

첫 프로젝트는 소규모로 운영할 예정인데, 지금 가장 필요한 사람은 이펙터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펙터다. 적극 환영한다. 이후 계획에 따라 점차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Q : 마지막으로 베다를 기다릴 유저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대한민국도 인디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가 기술과 경험적으로 선도하는 회사가 되어 한국 대표 인디 개발사가 되고 싶다. 인디에 대한 눈높이가 글로벌에서는 높은 만큼, 이를 해소해 나가면서 국내 인디 개발사들과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이바지하고 싶다.​​ 방구석인디게임쇼와 GIGDC, 지스타도 참가해 유저들과 소통하고 싶다. 유저 여러분들도 인디 개발사들에 많은 관심과 응원, 적극적 피드백 부탁드린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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