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정신은 이어진다, ‘테라’ PC 버전 11년의 발자취

크래프톤(구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가 PC 서비스를 종료한다. 지난 2011년 1월 11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고 11년 만이다.

‘테라’는 MMORPG 최초의 논타겟팅 액션을 접목한 기념비적인 게임이다. 당시로서는 최고 수준의 그래픽과 콘텐츠를 앞세워 흥행작 반열에 올랐다. 글로벌과 스팀 출시뿐만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콘솔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이 게임은 개발초기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과 넥슨게임즈 박용현 대표 등 스타 개발자가 힘을 합친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개발 초기 100여명의 인력과 300억원의 개발 비용이 투자된 대형 프로젝트란 점도 한몫했다. MMORPG 명가를 만든다는 비전을 목표로 설립된 회사가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스튜디오다.

시작은 험난했다. 주류였던 타겟팅 전투를 탈피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의견 충돌이 있었다. 많은 유저가 한 자리에서 대규모로 전투를 벌이는 MMORPG의 특징이 발목을 잡았다. 복잡한 계산과 검증, 통신 기술 개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논타겟팅 기반 액션 시스템은 ‘테라’를 상징하는 차별화 포인트이자 매력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만 최고 동시접속자 수 20만명을 기록하는 등 흥행도 성공했다. 새로운 플레이 경험(UX)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도 의미가 크다.

어려운 도전을 해낸 블루홀스튜디오는 기술력을 인정받은 개발사가 됐다. 출시 후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도 동시접속자 13만명을 유지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PC방을 찾는 유저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여기에 2011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대상과 사운드, 그래픽, 캐릭터 부문 기술창작상 3개 분야를 휩쓸었다.

‘테라’의 도전은 국경이 없었다. 발 빠르게 해외시장에 진출하며 글로벌 흥행사를 섰다. 2011년 8월에는 일본 시장에 진출해 흥행했다. 당시 일본은 PC게임과 MMORPG, 외산 IP(지식재산권)의 무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콘솔 플랫폼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 싱글 플레이를 선호하는 유저의 성향 등이 문제였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동시 접속자 수 3만명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이후 북미와 유럽, 중국, 대만, 러시아, 태국 지역으로 시장을 넓혀, 2,500만명의 선택을 받았다.

국산 MMORPG로서는 드문 콘솔 플랫폼 진출을 시도한 것도 의미가 있다. ‘테라’는 콘솔로 이식돼 북미와 일본,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발표에 따르면 출시 3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일본 시장에서는 6주간 플레이스테이션(PS) 무료 게임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유지했다. 국내 게임업체가 콘솔 시장을 되돌아본 계기를 제공한 것이다.

출처='테라' 홈페이지 캡처

‘테라’의 도전은 11년 만에 막을 내린다. 남겨진 발자국은 크다. 국경과 플랫폼의 벽을 넘은 도전을 성공했다. 지금의 크래프톤을 있게 한 기념비적인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PUBG: 배틀그라운드(배그)’의 탄생을 뒷받침한 공로도 적지 않다. IP 활용이 주류인 흐름을 타고 부활할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한편, 크래프톤은 서비스 종료일을 6월 30일로 확정 발표하고, 이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오는 5월 4일부터 신규 결제가 중단된다. 상점은 5월 25일, 신규 회원 가입은 6월 20일 막힌다. 6월 한 달간은 환불 신청 접수하며, 30일 오후 11시 59분 서버의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