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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전히 비싼 그래픽 카드, 국내 유통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기사승인 2022.03.14  11: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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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이 벌어졌던 고급 그래픽 카드값이 드디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독일과 오스트리아 시장에서 그래픽 카드 가격은 올해 계속해서 하락하면서 현재 2021년 1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NVIDIA RTX 30 시리즈와 AMD RX 6000 시리즈의 시장 평균 판매 가격은 공식 권장 가격보다 각각 41%, 35% 높다. 기본적으로 작년 초 수준으로 돌아간 상태다. 원인은 암호화폐 가치 하락으로 인해 그쪽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과 가까운 중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미 RX 6500XT 모델이 35만원 이하로 권장가격 31만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또한 RTX 3080Ti도 원가로 떨어졌다. 가격은 175만원 수준이다. 또한 점점 더 많은 카드 재고가 확보되는 중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그래픽 카드 유통망에 공급되는 가격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국내시장에서도 3060이 70만원이하, 3060ti가 80만원, 3070이 90만원 정도에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소비자는 불만이 많다. 마치 주유소 기름처럼, 국제 가격이 오를 때는 번개같이 오르던 그래픽 카드 가격이 막상 하락세일 때는 제일 느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오프라인 구매처인 용산전자상가와 도매상을 중심으로 유통물량을 조절하고 제품을 매점매석해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게 형성한다는 지적은 근거가 있다. 따라서 국내 유통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중이다.

물론 국내 유통구조 역시 2020년을 기점으로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중이다. 그때까지 기존 유통 구조에서는 신제품이 발매되면, 대다수 물량이 용산 전자상가를 통해 유통되었다. 대만 그래픽 카드들이 직접 물건을 팔지 않고 '총판'으로 불린 대행사를 통해서 공급했다. 때문에 소비자가 실제 구입하는 가격은 국제가격보다 더욱 비쌌다. 

여러 단계를 거치며 유통 마진을 붙인 유통 사업자 몫까지 포함되어 있던 가격이 실 판매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종 소매상의 욕심으로 인한 수십 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까지 붙어 비정상적인 고가를 형성하는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 RTX 3080의 한국 출시가 예정되어 있던 2020년 9월, 에이수스 한국 수입사인 인텍앤컴퍼니에서 RTX 3080을 도소매업자들에게 넘기지 않고 쿠팡에 넘겨버렸다. 마치 아마존의 판매 방식과도 비슷하게 쿠팡 물류창고에서 소비자에게 직배송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이른바 '용팔이'의 부당이득을 없애면서 소비자, 제조사, 수입자 모두 안정적인 구입가와 브랜드 가치 향상을 누리는 등 실질적인 이득을 본 좋은 사례였다. 수입사에서 유통을 매우 단순화된 구조로 변경한다는 유통구조 개선 하나만으로 이렇게 큰 변화가 한꺼번에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암호화폐 때문에 중국 채굴업자들이 공장 앞에서 물량을 떼어사는 대규모 사재기로 인해, 반도체 품귀 현상이 전 세계로 번지며 실질적인 가격하락을 다시 경험하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암호화폐 가격이 다시 하락한다는 건 국제 그래픽 카드 가격 하락을 거쳐 국내 그래픽 카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문제는 여전히 국내의 그래픽 카드를 비롯한 컴퓨터 부품 유통망이 완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용산 도매상가에 의존하는 국내에서는 막상 국제 가격 하락 소식을 듣고 찾아가보면 갖가지 이유를 붙여 훨씬 높은 가격에 살 수 밖에 없다는 불만이 올라온다. 원리 상으로는 분명 하락해야 마땅한데 실 구매가격은 하락하지 않거나 오히려 올려서 부른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워낙 여러 단계를 거치는 유통구조의 각 분야 사정을 세세히 알 수가 없다. 최종 판매자가 국내 시장의 특수성을 들어서 가격을 훨씬 높여 불러도 그 정보가 과장되거나 잘못됐는지 간파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여러 곳을 돌아다녀보면 좀 낫겠지 하고 발품만 팔다가 담합된 듯 똑같은 가격에 실망하고 돌아서기 일쑤다.

온라인쪽 역시 쿠팡 같이 물류센터를 가진 곳이 아니면 사정은 비슷하다. 결국 개인사업자 단위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해주는 역할 밖에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소비자에게 물건을 발송한 뒤 제품 값이 크게 오르자 거짓정보로 환불을 유도하는 악덕 사업자도 있었다. 정상적인 제품인데 불량이었다고 말하면서 환불해주겠다는 문자를 보낸 경우다.

국내 그래픽카드 유통구조는 변화가 시급하다. 대한민국은 이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선진국이다. 후진적인 유통구조를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 2020년 에이수스에서 시도한 변화처럼 누구든 납득할 수 있는 경로를 통한 판매망을 메인으로 삼아야 한다. 한탕을 노리는 일부 소매상의 이익이 중요한 게 아니다. 소비자, 제조사, 수입자 모두가 만족하고 혜택을 볼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출처=에이수스

안병도 칼럼니스트 press@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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