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행정법원이 축구 게임 FIFA 22에 있는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 관련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 법원은 지난 2020년 10월에 “EA가 도박법을 위반했다”라고 판결했었는데 이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네덜란드 행정법원은 EA의 축구 게임 FIFA 22에 포함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FIFA 22에 있는확률형 아이템은 별도의 게임이 아니므로,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EA는 도박 관련 법률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정부 기관인 도박 위원회(Dutch Gaming Authority)는 지난 2018년 4월에 몇몇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 관련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했고, 각 게임 업체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수정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당시에 게임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EA의 FIFA 시리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FIFA 시리즈 최신작에는 ‘FIFA 얼티밋 팀’이라는 모드가 있는데, 이 모드에서는 유저가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서 선수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넥슨이 한국에 서비스하는 ‘FIFA 온라인4’와 비슷한 구성이다.
하지만 EA는 FIFA 시리즈의 확률형 아이템을 네덜란드에서 계속 판매했다. EA가 이렇게 나오자, 이 사건은 재판까지 가게 됐다. 2020년 10월에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 법원은 EA가 도박 관련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결했고, 최대 천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당시에 EA는 이 판결에 항소할 것이고 FIFA 시리즈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계속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네덜란드 행정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서 다른 판결을 내렸다. 공개된 판결 요지에 따르면, 행정법원이 중요하게 본 것은 확률형 아이템이 별도의 게임인지와 카드팩이 게임 외부(아이템 현금 거래 사이트 등)에서 얼마나 거래가 되고 있는지 등이다.
행정법원은 “FIFA 22에 있는 확률형 아이템은 FIFA 22 내에서 작동하므로 별도의 게임이 아니다. 다른 모드에서 판매된다고 해서 별도의 게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카드팩 거래에 대해서는 “게임 외부에서 카드팩이 거래되는 것은 일부이다. 그리고 게임 외부에서는 카드팩 보다는 계정 거래가 더 많이 일어난다”라고 전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서 행정법원은 “FIFA 22에서 유저가 확률형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은 별도의 게임이 아니므로, 이를 위한 별도의 허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따라서 EA는 도박 관련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다”라고 판결했다. 동시에 EA에게 부과된 벌금도 취소됐다.
EA는 이 판결을 환영했다고 한다. 외신 유로게이머의 기사에 따르면, EA는 “이 판결은 FIFA 22나 ‘FIFA 얼티밋 팀’의 그 어떤 부분도 네덜란드 법률에 따라서 도박으로 볼 수 없다는 우리의 생각을 확인시켜 주었다”라며 “EA는 재미와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네덜란드와 전 세계 유저가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네덜란드의 이웃나라인 벨기에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벨기에 도박 위원회는 2018년 4월에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간주하며 “게임 업체들이 판매를 중단하지 않으면 기소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EA는 2019년 1월에 벨기에에서 FIFA 시리즈의 포인트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밸브 등도 벨기에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는 것을 중단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