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내 게임이 일본 시장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거두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가 국내보다 먼저 일본에 진출해 게임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검증했고, ‘리니지2M’과 ‘쿠키런:킹덤’, ‘그랑사가’, ‘카운터사이드’ 등의 게임도 줄줄이 일본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일본 시장에서 꾸준한 게임을 내놓은 국내 회사가 있다. 바로 NHN이다. NHN은 일본 지역의 자회사인 NHN플레이아트를 통해 다수의 게임을 선보여왔다.
특히 NHN플레이아트는 다른 회사의 유명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해 많은 게임을 만들었다. 가장 흥행한 게임은 디즈니와 협력한 ‘라인 디즈니 쯔무쯔무’였고, 레벨5와 협력한 ‘요괴워치 뿌니뿌니’나 반다이남코와 협력한 ‘아이돌마스터 팝링크’, ‘콤파스’ 등의 게임이 유명하다.
그런데 이번에 서비스 게임이 하나 더 늘었다. 바로 스퀘어에닉스의 유명 IP 중 하나인 ‘드래곤퀘스트’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퍼즐 게임인 ‘드래곤퀘스트 케시케시’가 주인공이다.
이 게임은 ‘드래곤퀘스트’ IP 기반 게임 중 최초로 만들어진 퍼즐 게임으로, 지난 1일부터 일본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며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 낙서로 오염된 모험의 책을 복구하기 위한 지우개들의 모험
이 게임은 마을 도서관에 용사들의 모험이 기록된 ‘모험의 책’이 괴물들의 낙서로 인해 오염이 되며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하자, 용사들과 무기들이 나타나 낙서를 지우고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세계관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이 게임에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몬스터, 아이템들이 지우개 모양의 ‘드라케시’가 되어 모험 일지의 세계로 들어가 낙서를 지우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실제로 ‘드래곤퀘스트’ 시리즈에 등장하는 대표 마스코트인 슬라임을 비롯해 아크 데몬, 킬러 머신, 그레이트 드래곤 등 여러 몬스터나 게임 내 직업인 배틀 마스터, 무투가, 전사, 승려, 도적들과 여러 무기들까지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버전 기준으로 170개의 드라케시가 마련되어 있다.
‘드래곤 퀘스트’와 지우개가 무슨 관계가 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게임 이름에 있는 ‘케시’가 바로 지우개를 뜻하는 일본어다. 일본어로는 아주 직관적인 이름인 셈이다.
그동안 NHN플레이아트가 만든 ‘라인 디즈니 쯔무쯔무’나 ‘요괴워치 뿌니뿌니’ 등 퍼즐 게임에서는 기존의 3매치 방식이 아닌 선을 그어 합치거나 터뜨리는 방식을 채택했었는데, 이번 게임에서는 정통 3매치 방식을 채택했다.
게임 플레이 방식 자체는 다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3매치 퍼즐의 체계를 그대로 따른다. 화면에 있는 드라케시를 움직여 3개 이상 같은 모양을 맞추면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목적을 달성하면 스테이지가 클리어된다.
그래서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일반적인 3매치 퍼즐 게임에 그냥 ‘드래곤퀘스트’를 끼얹은 게임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데?”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점점 게임을 하면서 그 생각은 달라졌고, 턴제 RPG의 탈을 쓴 퍼즐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
■ 턴제 RPG의 탈을 쓴 퍼즐...운과 전략이 함께 작용한다
먼저, 게임 플레이에 들어가기 전에 유저는 자신이 가진 드라케시 중 5개를 선택해 파티를 구성할 수 있다. 드라케시는 각각 다른 스킬과 속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상황에 맞는 파티 구성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드라케시는 1부터 5까지의 희귀도가 있으며,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보라 등의 유형으로 나뉜다. 빨강-초록-파랑의 순환, 보라-노랑의 상호 상성이 있고, 같은 유형으로 팀을 구성하면 추가 대미지가 발동되는 만큼 더 강해진다.
스테이지에는 토벌해야 할 몬스터가 배치되어 있고, 처음 스테이지가 나타날 땐 낙서의 형태지만 실제 몬스터로 변한 뒤 드라케시가 채워지면서 게임이 시작된다.
공격 방식은 3매치 퍼즐의 개념 그대로다. 3개 이상의 같은 드라케시를 놓아 터지는 것이 기본 공격으로, 몬스터 주위에 있는 드라케시가 터지면 몬스터가 대미지를 입고 HP가 감소한다.
몬스터가 1칸짜리라면 공격할 공간은 1칸이지만, 4칸 혹은 그 이상의 크기라면 공격 공간도 그만큼 넓어진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보스의 경우 드라케시 사이를 헤집고 다니기 때문에 난이도는 더 올라간다.
각 몬스터마다 정해진 턴이 있으며, 턴의 수가 0이 될 때마다 몬스터가 공격하며 유저의 HP가 감소한다. 몬스터의 HP를 다 없애면 몬스터는 다시 낙서의 형태로 돌아가고, 마지막으로 공격한 드라케시의 모양이 낙서를 지운다. 반대로 유저의 HP가 0이 되면 스테이지 공략은 실패로 돌아가며, 하트 1개가 차감된다.
다른 퍼즐 게임들은 제거하는 타겟이 있어도 이동 횟수에 제한을 둬서 어쨌든 게임이 끝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유저의 HP가 0이 되지 않는 한 계속 게임이 진행되도록 하고 있다.
드라케시는 3개를 지우면 평범하게 사라지지만, 4개를 지우면 시마시마 드라케시, 5개 이상을 지우면 스킬 드라케시가 만들어진다. 시마시마 드라케시는 상하 혹은 좌우의 일직선 공격을 할 수 있는데, 참고로 4개의 경우 2개씩 정사각형 배치가 되어도 드라케시는 없어지지 않는다. 반드시 가로나 세로로 3개 이상이 나열돼야 사라진다.
그리고 스킬 드라케시는 각각의 드라케시가 가진 고유 스킬이 작동한다. 직접 혹은 범위나 브레스 공격, 회복과 행동지연, 변화, 골드나 경험치 상승 등 다양한 기능이 있다. 그래서 높은 등급만으로 파티를 짜기보다는 공격과 회복, 버프 등의 스킬을 가진 드라케시로 파티를 짜는 게 더 유리하다.
참고로 스킬 드라케시는 더블 터치를 해야 작동한다. 한 번만 누르면 작동 범위가 나오기 때문에 옮겨서 작동시킬지, 아니면 그냥 작동시킬지를 결정하기가 쉽다. 또한 시마시마나 스킬 드라케시를 합치면 두 가지 기능이 합쳐진 더 강력한 공격을 하게 된다.
콤보를 유도하는 장치도 마련돼있다. 화면의 왼쪽 위에는 스킬 게이지가 있는데, 게이지가 꽉 차면 파티 중 하나의 스킬 드라케시가 랜덤하게 배치된다. 연속 콤보가 이어지면 게이지가 계속 차게 되면서 화면 가득 스킬 드라케시가 여기저기 배치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연속 콤보가 된다고 해서 대미지가 증가하진 않는 모습이었다.
모든 몬스터를 없애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플레이에 쓰였던 드라케시의 경험치가 쌓이며 레벨이 올라간다. 드라케시마다 HP와 공격력이 있는데, 레벨이 올라갈수록 이 숫자가 올라간다. 유저의 HP는 파티에 배치된 드라케시 전체의 HP인 만큼, 레벨이나 등급이 높은 드라케시라면 더 유리하게 전투를 이끌 수 있다.
클리어 결과가 일정 점수를 넘으면 별을 얻게 되고, 최대 3개까지 얻게 되면 메달을 얻을 수 있다. 이 메달은 수집 요소로 반영되어 메달을 쌓을 때마다 여러 가지 보상이 주어진다.
게임 플레이를 위해 필요한 하트는 1개가 채워지는데 15분의 대기 시간이 필요해 다른 게임 대비 적당한 편이다. 그리고 모험의 책마다 하나씩의 숨겨진 스테이지가 있는데, 별도의 해방 조건이 있어서 이 부분을 노리는 재미도 있다.
이처럼 캐주얼 퍼즐 게임이지만 성장 요소 및 공략 요소가 RPG에 가까운 것들이 강하게 녹아들어 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스펙을 잘 쌓으면 무난히 공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원래 3매치 퍼즐이란 것이 펼쳐진 블럭의 구조를 파악해 전략을 짜더라도, 떨어지는 다음 블럭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플레이의 정황이 달라진다. 그래서 다른 게임 대비 운이 상당히 많이 작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게임도 유저가 파티를 꾸며 전투를 시작하지만 어떤 블럭이 떨어지느냐에 따라 공략에 실패하기도 하고, 연속 콤보가 터지며 스킬 드라케시가 몬스터 옆에 등장해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한 방에 끝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RPG의 재미에 퍼즐에서 발생하는 운의 재미가 더해져 색다른 재미를 이끌어 낸 것이다.
■ 원작 유저에겐 보너스같은 게임...단점도 적어 흥행 가능성 높다
이 게임은 보이는 캐릭터가 모두 ‘드래곤퀘스트’의 것들이고, 들리는 노래들 또한 ‘드래곤퀘스트’의 것들이니, 원작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특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보너스같은 게임으로 다가간다. 드라케시의 움직임과 터지는 맛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이렇게 장점이 워낙 많이 드러나다 보니 느껴지는 단점은 아주 적었다. 이 게임의 핵심 요소인 드라케시는 게임 플레이를 하면서 얻을 수도 있지만, 높은 등급의 드라케시를 얻으려면 뽑기를 해야 한다. 실제 문구점 앞에서 볼 수 있는 돌려서 뽑는 뽑기 기계, 이른바 가챠폰을 이용하는데, 뽑기에서 나오는 구슬의 색깔이 등급을 나타낸다.
그런데, 핵심 BM이 뽑기이긴 하지만 등급이 낮더라도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인게임 재화로도 뽑기를 할 수 있어서 단점에 속하지 않는다고 본다. 뽑기로 드라케시를 입수했을 때 보여주는 정보가 아주 미미하다는 게 단점이랄까? 5성 등장 확률도 5%로 다른 게임 대비 높은 편이다.
그리고 스테이지를 시작하기 전에 파티의 구성을 바꿀 수 없다거나, 메뉴와 메뉴 간의 이동이 은근히 불편하다거나 정도가 단점으로 꼽힌다.
플레이 콘텐츠 자체가 아직은 모험 일지 하나뿐이어서 콘텐츠 분량도 적어 보이지만, 총 10개의 모험 일지의 클리어에 시간이 은근히 소요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1주일 단위의 랭킹전을 통해 실시간으로 점수를 집계, 순위를 매기며 경쟁을 유도하기도 한다. 아직 열리지 않은 모드가 있는 만큼 콘텐츠 볼륨은 크게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관건은 국내 출시 여부인데, 한국어화 되어 국내 출시가 진행된다면 캐주얼 게임으로서 어느 정도의 흥행은 거둘 것으로 보인다. 뽑기가 메인이지만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파고들 요소가 많으면서 퍼즐의 의외성이 있는 만큼 기본 이상은 할 전망이다. 부디 한국어로 또 하나의 ‘드래곤퀘스트’를 즐겼으면 좋겠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